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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진 Mar 16. 2020

간헐적 단식이 효과가 있었는가 하면,

왕도는 없습니다

어젯밤에 겨울옷을 정리하고 봄옷을 꺼냈다.

바지가 그렇게 많았는지 몰랐다. 몇 개는 버릴 심산으로 이것저것 입어 보았는데 제대로 잠기는 게 없었다.


살을 안 빼면 옷을 죄다 새로 사야 할 판. 나름대로 간헐적 단식도 하고, 주 3회 이상 1시간씩 자전거 배달을 하는데 왜 살이 쪘을까. 얼마나 잘 먹고 다닌 건가.


<건강한 배달부가 되기 위한 간헐적 단식>을 쓴 이후

간헐적 단식을 대충 하고 있었다. 점심을 거르는 정도의 단식이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긴 했다.


사실 체중이 1g도 줄지 않았다. 대충 했기 때문이다. 은근히 살이 빠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말이다.


매일 아침 인바디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오늘은 살이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기대감의 무게가 더해져서일까. 어떨 땐 체중이 더 늘어있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원인은 술이다.

원인을 알아도 술을 끊을 수는 없으니까 운동을 더 하기로 했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는 저탄고지를 하기에는 동물성 지방, 고기류를 많이 먹기가 부담스럽다. 건강상의 이유도 있고 윤리적인 문제도 있다.


채식주의자는 아닌데, 그냥 스트레스 많이 받은 동물을 먹는다는 게 영 마뜩치가 않아서. 식단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간헐적 단식 열풍은

운동하지 않고 살을 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운동은 고통스러우니까.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는 것부터 고통스럽다. 운동을 하면 고통스럽다는 걸 아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시작하는 것 외에는 없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한강을 달렸다.


아침에 한강을 함께 달리는 동지들이 많아서 나도 덩달아 열심히 뛰었다. 30분 동안 4.31km, 1월 1일 이후 러닝은 처음이다. 한강 가까이 살면서 한강을 뛰지 않는 건 낭비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집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면 굳이 뛰지 않아도 좋을까?


간헐적 단식이 체중 감량 효과로는 회의적이고, 건강에는 좋다는 연구 결과를 한 건강 기사에서 봤다. 내가 간헐적 단식이라는 것을 접하고, 실행하기로 마음 먹은 것도 그 기사를 접해서다.


어제 저녁 18시 30분에 저녁을 먹고 지금(11시 50분)까지 공복 상태니 약 17시간 공복을 유지 중. 방탄커피 한 잔 먹었으나 그건 먹은 걸로 안 친다는 믿지 못할 정보를 믿고서.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건강해졌을까.


아무튼 한번 뛰어보겠다.

꽃이 피고 몸이 나른해지는 봄이 올 때까지,

바지를 입을 수 있나, 다시 사야 하나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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