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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진 Mar 12. 2020

배민커넥트를 시작하고 싶다면

굳이 이름붙이자면 팁

요즘 길에 배민커넥트가 많이 보인다.

민트색 헬맷을 쓰고 커다란 보온가방을 멘 이들을 보고 한번쯤은 '나도 배민 커넥트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을 가지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


몰랐는데, '도보 배달'도 가능하다고 한다. 

도보 배달을 한다면 아주아주 번화가에서 하는 게 좋겠다. 오피스텔과 상가가 밀집해 있는 동네라면 걸어서 왔다갔다 해도 괜찮겠다. 문제는 상가가 주택가가 떨어져 있는 곳이 많다는 사실이다. 말이 몇백 미터지, 그 거리를 걸어서 왕복하면 1km 가량 되는데 마음은 촉박하고 시간은 없고. 얼마나 답답한가.


아무튼, 나는 도보는 잘 모르니까

자전거 배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배민 커넥트를 하려면 일단 신청을 해야 한다. 아무 포털에나 배민 커넥트를 검색하면 지원하는 사이트가 나온다(현재 코로나19 때문에 모집 및 교육이 중단된 상태다. 아쉽게도, 언제쯤 재개할지 모르겠다).


신청을 하면 교육받을 날짜와 시간을 고르게 되는데, 되는 시간에 각 지역 센터에 가서 교육을 받으면 된다. 교육만 받아도 만 원을 준다. 

(교육은 별로 재미가 없다. 조그만 방에 둘러앉아 친절한 배달부가 되기 위한 수업을 듣는다.)


안전교육과 서비스 교육을 받고, 헬맷과 가방을 받고, 통장사본을 제출하고 계약서를 쓰면 끝이다. 아, 벽에 서서 뻘쭘하게 사진도 한장 찍어야 한다. 나는 배달 받는 사람의 앱에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지만, 아마 내 얼굴이 뜰 것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좀 괜찮은 몰골로 갔을 텐데. 


이 글을 읽고 나서 배민 커넥트에 지원하는 분이 계신다면

교육받는 날에 제법 괜찮은 모습으로 가기를 바란다. 


당일부터 배달이 가능하다. 교육받은 직후에는 프로모션으로 돈을 더 준다. 하루에 만 원씩 받았다. 최대 7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배달을 하기 시작한다.



어플을 켜고, 운행스케줄을 선택한다. 아침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아무 때나 할 수 있다. 고정된 시간에 일하지 않고, 자유롭게 아무 때나 할 수 있다는 게 배민 커넥트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스케줄을 선택하고 운행시작 버튼을 누르면 대기 중이던 배달 목록이 뜬다. 

바쁜 시간에는 밀린 콜이 많고, 한가한 시간에는 대기 중인 배차 요청이 하나도 없다. 나는 주로 저녁 8시 이후에 배달을 하는데 그 시간엔 딱히 밀려있는 게 없다.


경험상으로는 밥 때, 12시부터 1시, 18시부터 20시까지가 바쁘고, 그 외의 시간은 주로 디저트다. 월요일에는 요청이 적고 토요일에는 많은 편이다. 돈을 벌고자 하면 밥때에 배달을 하면 좋겠다.


목록이 뜨면 가게 이름 옆에 작은 글씨로 씌어진 숫자를 잘 확인해야 한다. 현재 내 위치로부터 가게까지의 거리다. 아무리 자전거가 빠르다지만 1km가 넘는 곳까지는 잘 가지 않으려 한다. 전철역 두 정거장 이상 거리도. 너무 힘들다. 픽업하러 가는데 기운 다 뺀다.


그리고 조리요청 버튼을 눌러 식당에서 조리를 시작하고(그보다 먼저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가서 받아서 픽업 완료 버튼을 누르면 고객에게 몇분 정도 걸릴지를 안내할 수 있다. 딱 봐도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면 넉넉하게 선택하는 게 좋겠다. 아파트 단지 같은 데는 동을 못 찾아서 한참 걸릴 때도 있으니.


조리요청 버튼은 신중하게 눌러야 한다. 조리 시간이 5분인데 내 위치에서 픽업 장소까지 5분 넘게 걸린다면 픽업 지연이라고 빨간 글자가 뜬다. 그게 괜히 무서우니까. 거리를 생각해서 누르자. 10분 거리라면 5분쯤 가서 조리요청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딱히 공부랄 게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다.



문제가 생기면 카카오톡 배민커넥트 고객센터를 이용해서 문의하면 된다. 나는 딱 한번 이용해봤는데, 배달완료 전에 실수로 배달완료를 누르는 바람에 다시 되돌려달라고 문의했다. 처리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배달의민족답게.


두 달 반쯤 배달을 했으니 대단한 경력자도 아니지만, 배달부라는 이름을 달고 글을 쓰고 있으므로 나름의 배달 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1. 아는 동네가 최고다.

강남 서초 지역은 프로모션 요금이 있어 배달비가 높다. 하지만 강남을 잘 모른다면 굳이 강남서초에서 배달할 필요는 없겠다. 강남대로만 생각하면 아주 평평한 동네 같지만, 사람들이 많이 가는 CGV 뒷편만 해도 완전 오르막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사는 곳도 오르막이다. 폐활량과 허벅지 근육이 엄청나게 좋다면 도전하시라.


2. 너무 욕심내지 말자.

한번에 세 개씩 배달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모든 것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한 번에 두 개 하려다 두 군데 다 늦는 수가 있다. 지도를 보고(그래서 아는 동네에서 하는 게 유리하다) 가는 길에 픽업, 가는 길에 배달인 경우에 두세 개를 하자. 우리는 오토바이가 아니다.


팁이랄 게 없다.

나는 일주일에 서너 번밖에 배달을 하지 않는다. 본업도 해야 하고, 약속이 있는 날도 있으니까. 지난 주에는 세 번을 했고, 배달료는 27,000원이나 운전자보험료 1,140원 산재 보험료 3,160원에 소득세 810원 주민세 80원을 제하고 21,810원을 받을 예정이다. 보험은 당연한 건데도 뭔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보험이란 원래 그런 거다. 어쨌든, 매주 화요일까지의 배달료를 매주 금요일에 입금해준다.


주급을 받고 신나게 탕진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금액이 적다. 그래도 매일 배달을 세 건씩 하면 일주일에 6만원 조금 넘는 돈을 받을 수 있겠다. 한 달 하면 25만원. 개인의 선택이다.


애초에 운동을 목적으로 배달을 시작했으니

한 달 헬스장에 기부할(당연히 돈 내고 안 갈 거니까) 돈만큼 벌었다. 

부업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굳이 자전거 배달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냥 다 같이 건강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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