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서툴어서 처음이다"
7월 11일 9시반, 우리가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미리 준비한 평범한 월세 원룸에는 책상 4개와 컴퓨터 4대, 마케팅 서적 몇개, 구석 침대로 채워져있었고,
사정으로 조금 늦는 한 명의 팀원을 제외하고 멍하니 의자에 앉았다.
사실 스타트업 준비는 조금씩 되있는 상태였다. 가끔 모여 디테일 회의(아이템 디테일을 더하는 회의)도 했고, 약간의 지원금(2,000만원 가량)도 받아놓은 상태라 아예 밑바닥은 아니었다. 하지만 학업과 군대 등으로 네 명 모두 올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7월 11일 날짜를 정해 출근제로 전환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팀구성도 원래 2명이 하기로 했는데, 4명이 된거라 약간 애매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필자 역시 추가로 들어온 팀원이라 아이템에 관해서 모르는 것도 많은 상태였다.)
근데 스타트업은 둘째치고,
원룸 할아버지께서 6월부터 청소해주신다고 하셨는데, 미루고 미루다 처리되지 않은 상태였고, 우리는 먼지가득한 에어컨을 차마 틀지 못했다. 할아버지와 전화통화 실랑이를 벌이고 결국 해결되지 않아 개인업체를 불러 내일 오후에 청소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 찜통 속에서 회의는 계속 됬다.
처음엔 협업툴(일정진행, 의견 및 자료 공유를 위한 앱 또는 웹)을 무엇을 사용할지 정하기로 했다.
기존 2명이 잔디(JANDI)를 쓰고 있어서, 잔디로 협업툴을 정하려 했으나, 대화형식으로 진행되고 낯설기도 하다고 느껴, 필자 개인적인 추천으로 트렐로(Trello)를 협업툴로 하기로 정했다.
트렐로(trello)는 굉장히 직관적이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응용이 가능한 툴이다. 메모장 라인, 진행예정 라인, 진행중 라인, 진행완료 라인, 참고 라인 등으로 운영하는게 일반적 협업 폼인데, 나같은 경우에는 모두의 할일을 스스로 관리하고 공유하는 모습이 좋다고 생각해서, 각 구성원 별로 라인을 만들고, 정보 공유를 위한 쉐어 데이터 라인, 공통사항 라인을 만들었다. 팀원들도 협업툴에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필자는 군대를 갓 전역한 인사과장 출신 예비역인데, 그 때 당시 업무할때 트렐로와 같은 방식으로 한컴쪽지 툴을 활용해 일처리를 했었어서, 더욱 트렐로 서비스에 대해 호감이 있다.)
매우 방이 더운 관계로 점심은 시원하게 고기냉면으로 채우고, 카페에서 디테일 회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잠깐 우리의 아이템에 대해 설명하자면, 두가지의 아이템이 있다.
첫번째. 컵홀더 애드 서비스, 컵홀더에 광고를 실어 카페에게 무료로 나누어주어 광고가 되게하는 서비스다.
두번째. 식자재 배송 서비스, 간편함을 컨셉으로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를 자취생에게 배달하는 서비스다.
디테일 회의는 끝이 없다. 더군다나 두가지 아이템이라 더 많다. 첫번째 서비스에서는 광고주를 어떻게 찾을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이고, 두번째 서비스에서는 간편함의 정도가 어느정도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문제이다. 본인들의 경험과 자료들을 공유하고 노트를 4장 정도 더럽히고 나서야 어느정도 가닥이 잡혔다.
의견이 굉장히 부딪히는데 확실히 둘보다는 셋 이상이 의사결정에 좋은 것 같다고 느낀다. 둘일 경우 상반된 의견이 상충할 경우 한 쪽으로 이끌기 쉽지 않지만 셋 이상일 경우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 쉽게 이루어진다. 오늘도 역시 그러한 경우가 사소하지만 종종 있었다.
17시가 다 되어서야 디테일 회의를 마쳤고, 다시 찜통 원룸에서 마무리 업무를 실시했다. 간단한 세금계산서 처리 과정에 골머리를 앓는 한 사람, 웹사이트 디자인을 신경쓰는 한사람, 자신의 발전을 위해 준비하는 한사람,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한 사람. 약속한 18시반이 되었고, 큰 박수와 함께 퇴근을 외쳤다.
쾌적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무언가 해보겠다고 서로 주장을 펼치는 모습이 참 젊음의 모습답다. 비록 책상 아래 코드를 꽂는데 손을 찧어 피를 흘리는 서툼이 있을지라도.
오늘의 일기. 끝. 꽤 걸리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