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덧니는 죄가 없다.
내게는 덧니가 있다. 그것도 2개나. 나는 그걸 ‘쌍 덧니’라고 부른다. 어떻게 보면 늑대 같기도 하고, 드라큘라 같아 보이기도 한다. 어릴 땐 나름 좋아했다. 특이했으니까. 그땐 특이한 게 좋아 보였다.
남들에게 '특이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다른 건 항상 박해받았다. "애 교정도 안 해주고 뭐했노?" 큰 이모부는 내 어머니를 꾸중했고, 어머니는 고개를 숙였다. 난 죄지은 사람마냥 입을 꾹 닫았다. 그때부터 덧니가 싫어졌다.
입을 가리고 웃었다. 크게 웃을 때는 고개를 꺾어 천장을 봤다. 남들은 숨 넘어가게 웃는다 했지만, 내게는 그런 속사정이 있었다. 덧니가 훤히 드러나게 찍힌 사진을 싫어했다. 그게 나에게는 웃는 모습이었는데. 그냥 내 웃는 얼굴이 싫었다.
소중한 친구들은 말한다. 웃는 거 예쁜데 왜 그러냐고. 간혹 더 다정한 이들은 "덧니 귀엽다."고도 말한다. 난 그런 칭찬을 받을 여유조차 없다. "아니야.." 하고 입을 더 다물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내게 이 '덧니'는 조롱이나 성희롱의 대상이었다.
"이~ 해 봐." 치과도 아니고, 길거리에서 통닭 하나 사 먹으려 하는데, 그런 주문을 받았다. 허허 웃어넘겼지만, 계속 내 덧니를 걸고넘어졌다. "그 덧니로 남자들 콱 물어가는 거 아니야?" "그 덧니로 키스하면 #$*@%#%$" 통닭을 받아 들면서, 다시는 입을 열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학원에 새로운 선생님이 왔다. 전임 선생님으로부터 '키가 작다'는 말만 들었는데, 직접 보니 굉장히 어려 보였다. 아이들도 한 목소리로 "OO샘, 새로 온 학생인 줄 알았어요." 했다.
어느 날, 같이 퇴근하다가 포장마차에 들린 적이 있다. "실례지만, 몇 살이유?" "세상에, 난 중학생으로 봤어~" 선생님은 허허 웃어넘겼다. 회식자리에서도 이어졌다. "우와, 모르고 봤으면 학원 애들인 줄 알았겠어요~" 아, 제발 좀. 외모 얘기 좀 안 할 수 없냐. 내가 다 지겨웠다.
한 사람이 살면서 외모 얘기를 얼마나 듣고 살까. 인간이 시각의 동물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본인이 한두 마디 하면, 상대방에게는 몇 백 마디의 언어들이 쌓이는지 알기나 할까. 그 쉬운 말들은 한 사람의 상처를 덧나게 만든다.
내 덧니는 죄가 없다. 내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식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치아가 썩게 돼 구취가 난다면, 그땐 없앨 계획이다. 남들이 만들어 굳이 선사해준 '트라우마'를 위해 교정하지 않을 거다. 비록 어린아이들은 "샘, 드라큘라 같아요. 잘 때 관에서 자는 거 아니에요?" 묻고, 지나가던 아저씨가 성희롱을 하더라도. 굴복하지 않겠다. 대신 "외모 지적하는 거 아니야." 따끔하게 혼을 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