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의 무게

힘들다고 벗을 수 없다. 안 아픈 척 걸을 수밖에.

by 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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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몇 번의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구두를 신었다. 불편함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나는 만년 운동화를 신어 왔다. 조금만 걸어도 물집이 잡혔다. 구두는 가까운 거리도 멀게 만들었다. 힘들다고 벗을 수도 없었다. 그저 묵묵히, 안 아픈 척하면서 걸을 수밖에. 그렇게 몇 번을 신다 보니, 발이 구두에 맞춰졌는지 어쨌는지 많이 편해졌다. 운동화만큼은 아니었지만.


지방에서 면접을 보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학원에 갔다. 10살 재희는 나를 따라다니면서 "오늘 예뻐요." 했다. 특히 구두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 "저도 걸을 때 또각또각하고 싶어요." 라면서. 어릴 때 생각이 났다. 그때 나 역시 또각또각 소리가 좋았다. 마치 내가 내는 소리인 것마냥 착각하기 위해서, 앞서 걷는 여자 어른의 발자국을 따라 걷곤 했다.


"자, 그럼 너도 해봐." 재희가 내 뒤를 따라 걷게 하면서 함께 까르르 댔다. 재희도 구두를 신는 날이 올 거다. 그때가 되면 내가 느낀 무게를 알게 될까. 나도 그땐 정말 몰랐다. 하루 종일 구두를 신고 뛰어다니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지. 그 또각또각 소리를 내기 위해 무릎과 종아리가 얼마나 혹사당하는지. 그땐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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