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울지 않는 날

우리는 어디쯤에 있을까

by 잰니

매미가 울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울었다. 예전엔 낮에만 울었던 것 같은데, 왜 밤까지 우는 거야?

맴맴. 귀를 찢는 소음이 성가셨다. 5년에서 7년을 땅에서 지내다, 겨우 일주일 밖에 나와 저리 운다는데. 봐줘야지 싶으면서도 너무 시끄러웠다.


울컥 짜증이 났다. 기록적인 폭염 탓이다.

어쩌면, 그렇게 울다 온몸이 터져버려도 상관없을 것 같은 절박함이 싫었는지도 모른다.

발악하는 것 같달까.

그 절박함과 발악이 마냥 낯설었다면, 짜증이 안 났을까?


약혐 주의. 그나마 덜 징그러운 매미를 찾으려노력했다.


매미들은 그게 삶의 전부인 것처럼 운다.

아니, 실은 그게 맞다. 나무에 기생해 땅에 숨어 지내다, 짝짓기 한 번으로 종족을 번식하는 것. 그게 그네들 삶의 전부다.


여름 내내 골을 울리는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수컷이란다. 일종의 짝짓기를 위한 꾐이다.

저 괄괄한 목소리로? 내 귀엔 불쾌한 소음이지만, 암컷 매미에게는 달콤한 꼬드김일 테다.

어떤 소리가 먹힐까? 최선을 다해 빠악빠악 우는 소리? 메트로놈 뺨칠 만큼 일정한 파동? 답 없는 질문만 맴돌았다. 앞으로 이성을 유혹하려, 되지도 않는 추파를 던지는 이들에게 '개소리'말고 '매미소리 한다'라고 하면 어떨까, 같은 의미 없는 생각도 다.




국어 수업시간에 빛 공해에 대한 논설문을 읽었다.

인간들이 조성한 도시의 인공조명이 벼, 시금치, 반딧불이, 나아가 매미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글이었다.

또 매미라니!


매미가 밤에 우는 이유는 낮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 구절을 읽자 죄책감 같은 게 올라왔다.

그러니까, 내가 밤새서 자기소개서 쓰고 과제하려고, 불 켜놓고 노트북 켜놓는 동안 매미는 제 삶의 목표를 이루려 목놓아 울고 있었던 거구나

(어떻게 보면 같은 처지였을까)

우리 욕심으로 저들의 일생을 뒤바꿔놓고선, 시끄럽다며 성질내고 있었구나.


낮이 왜 이렇게 길까

짝은 언제 날 찾아줄까

잠 이루지 못하고 밤새도록 온몸을 떨어대며 울었던 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콘크리트 땅에 개미 떼가 우글거렸다.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때마다 "으엑!" 소리치며, 최대한 적은 개미를 밟기 위해 조심조심 땅을 딛고 지나갈 뿐이었다.

그날은 보고야 말았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 라이온 킹의 심바 아빠 '무파사'처럼 쓰러져있는 매미 한 마리를.

개미 떼는 오랜만의 포식을 위해 집단적으로 움직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매미 한 마리를 뜯어먹었다.

매미의 날개는 이미 반쯤 없었다.



이번에는 죄책감이 아니라, 욕지기가 올라왔다.

어느 순간, 매미에게 감정이입을 했는지도 몰랐다. 기나긴 수험생활은 사람을 맥없이 감성적으로 만들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더운 여름날의 절박함. 그 후에 찾아온 결말이 이토록 비참한 죽음이라니.

매미가 종족 번식에 성공했는지야, 보지 못했으니 알 길이 없다.

다만, 어떤 나무에서 떨어졌는진 몰라도, 콘크리트 땅에(엄밀히 땅이라고 할 수도 없다.) 개미 먹이가 되어 있는 최후는 너무나 무자비했다.




아직도 매미가 운다.

곧 매미가 울지 않는 날이 올 거다. 세상의 모든 매미들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죽으면.

매미가 되기 전, 작은 유충들은 땅에 몸을 숨기고 밖에 나갈 날만을 소망하고 있을 거다. 인어공주처럼.

그 끝은 파국인지도 모르고.


꼭 쓰고 싶었던 글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암울할지 몰랐다.


나는 지금 땅 속일까, 나무 위일까. 아니면 콘크리트 바닥 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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