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다 피었는데, 난 언제 피어나려나
학교에 갔다. 일주일 만이었다. 어떻게든 카페로 도망치고, 집에서 삐댔다. 오늘 학교 가는 길에 봤더니,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저번 주만 해도 필 기색이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얼마나 성실한가! 내가 특별한 의미없이 구겨져 있는 동안, 자연은 꽃을 피워내고 있던 것이다. 누가 묻지 않아도, 관심 갖지 않아도, 저 알아서 묵묵히 꽃을 피워낸다. 긴 겨울을 이겨내고.
내 겨울은 어땠나. 멈춰있다. 자연의 순리에 어긋난다는 죄책감마저 든다. '봄이 오면 꽃이 피듯이, 대학교 졸업했으면 회사에 가야지! 학교가 아닌 그 어디라도!' 싶은 거다. 보통 학생들은, 자연법칙처럼, 때가 되면 1학년, 2학년 올라간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에 온다. 그러나 나는 정체돼있다. 벌써 2년째. 계단 하나 더 오르지 못하고, 밑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벌써 내가 서있는 계단 발치까지 올라온 그들을.
야속하게도 봄은 다시 왔다. 벚꽃은 벌써 폈고, 16학번이 학교에 다닌다. 신입반원이 들어오고, 온화한 온도 덕에 한강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나의 봄은 아직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취업만이 봄은 아니겠지만. 정체된 생활 그 자체가 견디기 어렵다. 경칩이 훌쩍 넘었음에도, 내 겨울잠은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