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어느 날

픽션과 논픽션 사이.

by 잰니

모든 것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있었다.

정류장을 조금 지나쳤는데도 멈추어 준 버스. 몇 번이나 다닌 길임에도 한번 의식하지 못한 과자점을 차창 너머로 발견하고만 것. '머랭 쿠키를 팔지 않을까' 거침없이 정지 벨을 누른 그녀의 결단ㅡ절대 흔치 않은ㅡ까지.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10시를 넘긴 시각. 조바심이 났다.

그녀는 지체하지 않고 죽음으로 뛰어들었다.

조금 전, 그러니까 우산이 없다는 애인의 말에 창문을 열어 보았던 밤 속의 폭우가 보도를 적셨다.

그녀는 미끄러질 수밖에 없었다. 아주 어쩔 수 없이.

그래서 또 아주 어쩔 수 없이, 방향을 틀던 차가 그녀의 몸을 퉁기어냈고, 그녀는 과자점에 가지 못했다.

그곳에서는 머랭 쿠키를 팔지 않았다.




그녀의 애인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아니,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집 침대에 누워 맥주 한 잔 하고 있다던 그녀가. 그 시간. 왜 노량진 차도를 건너고 있었는지.

왜 기어코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누군가는 그녀가 다른 애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 아니었겠냐 추측했지만, 애인은 듣지 않았다.

다만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모를 일이다.

그저 그날 밤 그 거리에서 죽어야 할 운명이었을지.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일련의 과정은 마치 여러 번의 리허설을 거친 듯 치밀하고 자연스러웠다.

그녀가 준비한 서프라이즈는

머랭 쿠키가 아니라 죽음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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