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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고등학교의 직업 십계명, 공감하는가?
영국의 이튼스쿨(Eton School)은 1441년 개교 이래로 영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중고등학교이며, 영국 총리 20명을 배출한 명문 중의 명문 사립학교이다. 한국에는 이런 이튼스쿨과 비교되는 명문 중고등학교가 있을까? 다행히도 있다. 경남 거창에 있는 거창고등학교이다. 이 학교는 공부를 그렇게 살벌하게 강요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매년 미국 명문대학 합격자를 마구 배출한다. 국내 초일류 대학(한국의 대학을 이렇게 부르는 것이 대단히 민망하다) 합격자는 너무 많아서 티도 안 난다고 한다. 이 학교 안에는 직업십계명이라는 게 적혀 있는데 그 내용이 꽤 독특하다. 한번 볼까.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나는 잠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때가 있었다. 많은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내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게 일단 이거였다. 물론 똑같지는 않다. 나는 "월급을 따지지 말라"고 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전제가 하나 붙는다. 그 일이 내게 꼭 필요한 일이며, 뭔가 내 삶에 긍정적 가치를 주는 일이어야 한다는 거다. 만약 그렇다면, 연봉 따위는 묻지도 말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아직 늙은이는 아니다. 그렇다고 젊은이도 아니다. 그래서 '나 젊었을 때는...'이라는 표현은 매우 닭살돋아서 되도록이면 피한다. 하지만 굳이 그런 표현을 한 번만 쓰자면, 나는 젊었을 때 나름 패기라는 것을 부렸었다. 그 시절에는 그런 걸 못 느꼈지만 지금 생각하니 나는 참 패기 넘쳤던 무대포 청년이었다. 알바 하나 구하더라도 그 일을 내가 나중에 써먹을 수 있을까, 그것부터 생각했다. 시급이 얼마인지는 그 다음 문제였다. 무보수로 일했던 적도 있었다. 괌의 갈비집에서 주방인력 채용한다는 말을 듣고 갈비 뜨는 기술을 배우려고 광주의 한 갈비집에 찾아가, 무보수로 일할테니 기술 좀 가르쳐 달라고 부탁해서 일주일 동안 돼지갈비 몇 박스를 손질했었다. 막 제대했을 무렵에는 밤에 바텐더로 일하면서 낮에 광주의 유명한 한정식집에서 서버일을 했다. 서버들이 하는 일을 알아두면 나중에 주방에서 더 원활하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무작정 덤벼들었던 거다. 싱가포르에서 살던 시절, CJ푸드빌에 이력서 넣었을 때도 나는 내 월급을 묻지 않았다. "월급이 얼마가 됬든지 난 그 일을 할건데 월급 물어봐서 뭐하게?"라는 황당한 이유때문이었다. 결국 내 월급이 얼마인지는 월급날이 되어서야 알게 됬다. 전 직장보다 200달러 낮았지만 그래도 난 전혀 기분 나쁘지도, 실망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무대포였으니까.
그런데 지금의 20대 젊은 친구들을 보면 참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쪼오끔 안타깝다. 일단 20대들은 계산이 빠르고 정확하다. 내가 살고 있는 전주에서 일하면 서울보다 적은 월급을 받지만 생활비와 물가를 감안하면 그 돈이 그돈이라는 것인데, 백프로 맞는 얘기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계산을 하는 것 자체가 참 안타깝다. 적어도 20대 젊은이라면 그런 돈계산보다는 자기 인생을 더 계산했으면 하는 마음때문이다. 물론 나는 열정패이를 극혐하는 사람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 공짜'일'도 없다. 하지만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는 20대 젊은이가 넓고 큰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패기, 도전보다 생활비 계산에 더 비중을 둔다면 글쎄, 뭔가 좀 그렇다. 나는 20대 시절에 월급을 많이 받으나 적게 받으나 늘 가난했다. 어차피 월급 많이 받아도 가난하다면 내 손에 돈이 아니라 기술을 쥐어야 겠다 라는 생각으로 뛰어다녔다. 그렇다고 무작적 월급 적은 쪽을 일부러 골라 다니라는 말은 아니다. 월급이 얼마냐 보다는 무슨 일을 누구와 어떻게 하는지를 먼저 따지라는 말이다. 월급 250만 원 받고 부페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150만 원 받고 최고의 레스토랑, 최고의 기술자 아래서 일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이다(결코 부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20대 젊은이들에게는 그렇다. 그렇게 자신의 수준을 높여가면서 자기가 사는 세상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100을 알고 70을 시전하는 사람과, 70을 알고 70을 시전하는 사람은 엄연히 다르다. 그리고 최고의 레스토랑, 최고의 요리사는 직원들 월급을 많이 주지 않는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사방간데서 다 찾아와 일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데, 공급(지원자)이 수요(필요인원)를 훌쩍 뛰어넘었으니 당연히 월급을 줄일 수 밖에.. 그래도 상관없이 일 하겠다고 몰려드는데 그럼 어쩌겠는가. 그래서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는 주방직원이 거의 스무 명 가까이 되는데 월급받고 일하는 사람은 10명도 채 안된다. 나머지는 돈이고 뭐고 다 필요없으니 여기 있게만 해달라고 온 세계에서 찾아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몇 년 후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 그 곳의 다이닝 업계를 움직여 간다. 그 사람들이 바보처럼 보이는가? 노동력 착취나 당하면서 인생 실패한 사람으로 보이는가? 그들은 돈이 아니라 기술에 목숨 건 사람들이다. 돈은 그 기술을 기반으로 버는 것이다. 가장 피해야 할 곳이, 그닥 하는 일도 없고 그 일도 매우 쉽고 단순한데 돈을 많이 준다는 곳, 그런 곳을 피해야 한다. 마약 배달부, 대출 사기꾼 밑의 심부름꾼 등이 다 그런 부류다. 좀 극단적인 예지만 그런 비슷한 부류는 본질이 다 같다. 쉽고 편하고 단순한 일인데 돈을 많이 준다? 의심부터 해라. 그리고 그대들의 젊음에 그런 일들은 독이다.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없다고....T_T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쪽을 택하라.
4.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주식투자에는 도움이 되겠네. 앞 다투어 사대는 주식은 이미 끝난 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 같은건 바라 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이건 남 눈치를 살피지 말고 소신있게 일을 선택하라는 뜻같다.
8.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위의 여덟 가지는 다 같은 맥락인 듯 하다. 기존의 잘 나가는 쪽에 편승하지 말고 못 나가는 쪽으로 가서 성장시키든가, 창업을 하든가 하라는...
일반적으로, 창업을 한다고 하면 다 뜯어 말린다. 안전하게 월급받는 편이 더 좋다는 이유인데, 글쎄. 그 월급이 평생 들어온다면 당연히 월급받으면서 살아야지. 하지만 평생직장이란 건 이제 없다. 1998년 IMF구제금융 사태 이후, 고용불안정성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온 현상이고 이건 시간이 지나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점점 더 심화될 것이다. 기업은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인력을 쓰고, 필요 없어지면 바로 해고한다. 이것을 듣기좋은 말로 포장하면 고용의 유동성이라는 거다. 하지만 이것을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 지금 세상의 흐름이 그렇게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 참 지겹게 듣고 있다. 1차산업혁명 때, 기계때문에 해고당했다고 기계를 다 부숴버리자는 러다이트 운동을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어떤가. 참 무지했던 시절 아닌가. 그런다고 거대한 세상의 흐름이 멈추는 것도 아니다. 지금 4차산업혁명의 중심인 AI(인공지능)때문에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또다른 세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공지능이 다 해주니까 사람이 할 일은 팍팍 줄어들었으니 기업이 고용을 더 줄였으면 줄였지, 늘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정해진 월급을 따박따박 주는 자리 대신,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만 고용하고 끝나면 해고하지.
노동자의 입장도 전과 같지는 않다. 한 직장에서 평생을 일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이런 식으로 돈 들어오는 구멍을 여러 개 만들어 놓고, 유연성있게 일한다. 이미 일본에는 평생을 여러군데서 알바만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고, 이들의 연수입은 정규직 직장인들과 비교해도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하여, 만약 기본소득까지 제공된다면, 그야말로 행복한 알바(?)인생인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월급은 답이 아니라는 소리다. 돈 버는 방법이 월급아니면 뭐겠나. 사업소득이지. 결국 우리는 살면서 한 번은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앞서 말한 평생 여기저기서 조금씩 알바하는 사람도 어떻게 보면 그러한 라이프사이클을 창업(?)했다고 봐야 한다. 한군데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여기저기서 창의적으로 일하지 않나. 한 군데 짤려도 다른데서 여전히 일 할 수 있고, 옛날에나 몸써서 했지 지금처럼 인터넷 시대에는 집에 앉아서 재택근무도 할 수 있고, 내가 늙었는지 젊은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사업을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반드시 '사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대비하라고 말한다. 그런 준비는 평소에 조금씩 해둬야 한다. 월급이 들어오는 시기에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갑자기 짤렸을 때 바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짤리고 나서 사업구상을 하고 아이디어를 점검하고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준비기간에 뭘 먹고 살건가. 따라서 젊은이들에게 사업 같은건 꿈도 꾸지말고 직장생활에나 충실하라고 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언이다.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 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이게 가장 깊게 와닿는 부분이다. 나에게는 그렇다.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이 결사 반대하는 곳이라면 그래, 가야 한다. 왜 그럴까.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은 내 가족과 친한 지인들일 것이다. 그들은 내가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특히 부모는 더욱 그렇다. 좀 자극적인 말 한 마디만 하자.
"네 부모는 네가 발전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아닌 것 같은가? 단언컨데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의 발전을 바라지 않는다. 그럼 퇴보를 바랄까? 그것도 아니지. 부모는 자녀가 '지금 모습 그대로 있기'를 바란다. 오늘 아침에 집을 나설 때의 그 모습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 부모가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발전을 위해서는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위험부담이 크면 돌아오는 보상 또한 크다. 아무런 투자 없이 무엇을 이루려 하나. 하지만 세상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바라겠는가. 위험을 떠안지 않으면 최소한도 다치지는 않는다. 그래서 반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 인생을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가 아니다. 이걸 빨리 인정해야 한다. 사업계획을 짜서 친한 친구한테 보여줘 봐라. 그 친구가 뭐라고 할까? 말릴 것이다. 열 명에게 보여주면 열 한 명이 반대한다. 그 사업계획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망하면 당신이 다칠까봐 걱정되니까 그런거다. 당신을 아껴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당신이 성공하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넌 잘 될것 같았어" 이럴거다. 그래서 사업계획이 있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되도록이면 보여주지 말고, 일단 해버려라. 이미 벌려놓고 말해주면 걱정은 할 지언정 망할거라는 걱정반 저주반 뭐 그런 말들은 못할 것이다.
내 인생에 진정 가치있는 일들은 대부분 돈이 안되던가, 그렇게 남 부러운 시선을 끄는 일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면 해야 한다. 단, 밥벌이 하나는 만들어 놓고 하자. 배가 고프면 행복도 점점 달아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