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내가 사는 세상

by 우공

사람이 사는 세계는 확연하게 나뉜다. 물리적으로가 아니라 알 수 없는 어떤 느낌으로 나뉜다. 확실하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세계에 속해 있는가를 나누는 기준은 돈이다. 너무도 명확하다.
내가 얼마를 버는 사람이고 얼마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내가 사는 세계를 구분지어준다.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서운하게도 이건 사실이며 현실이다. 살을 애는 현실이다.

연봉을 10억 받는 사람이 사는 세계는 연봉 2000도 안되는 사람이 사는 세계와 너무도 멀리 있다. 둘은 하루 세 끼 뭘 먹는가도 다르고 여름휴가지도 다르다. 하다 못해 양말 한 짝, 빤쓰 한 장까지 너무도 다르다. 주위에 누가 있는가만 봐도 알 수 있다.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한 쪽 세계에 사는 사람은 다른 쪽 세계 사람들 사는 얘기를 해주면 믿을 수 없다고 한다. 그렇게 사는 게 가능하냐고까지도 묻는다. 같은 공기로 숨쉬고 있지만 완전히 분리된,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둘이 섞이려고 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각자 서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당연히 이해 못하지. 살아온 세계가 다른데... 한 쪽이 일상 생활속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쓰고 사고 버리고 하는 것을 다른 한 쪽은 경악하며 쳐다본다. 왜 그러느냐고 조심스레 묻는 것도 몇 번이다. 나중에는 경고를 하고 더 시간 지나면 위협을 한다. 서로 상처를 주고 받다가 나중에 깨닫는다. 각자의 세계를 벗어나면 위험해 진다는 것을..

같은 세계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그다지 스트레스가 없다. 쟤가 하는 거, 나도 하고, 내가 가진 건 쟤도 가지고 있고 하니까. 서로의 삶을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한가지 웃긴 건, 어느 쪽 세계에 있는 사람이든지 간에 자기 스스로는 자신이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세계는 돈벌이를 기준으로 A, b, 3, ii, $,....수없이 많은 세계로 나눠져있는데 모든 세계의 사람들은 그들이 다 같이 한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의심없이 믿는다.

이재용은 워렌버핏을 보며 자기가 그냥저냥 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부자인가 아닌가 하는 판단은 매우 주관적이다. 비교를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부자도 됬다가 거지도 됬다가 한다. 자기보다 못버는 사람을 보며 '이만하면 나도 잘 사는 거지'하면 꿈이 없다느니, 진취적이지 못하다느니, 발전이 없다느니 하며 끝도 없이 위만 쳐다보게 만드는 게 세상이다. 어느 세계에 있건 이건 다 마찬가지지만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 세계가 특히 심하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많은 돈을 번다. 세계와 세계 간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진다. 더 멀어질 수는 있으나 좁혀지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사는 세계가 어디인지 나는 너무도 잘 안다. 그걸 안 이후로 오히려 맘이 편해졌다. 내가 사는 세계에서만 있으면 된다. 쓸데없이 다른 세계 사람하고 섞일 이유가 없다. 사람은 자기 세계에 있는 사람만 사람으로 본다. 나도 그렇다. 인정할 건 빨리 인정하자. 당신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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