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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성 May 07. 2017

스웨덴 쿵스레덴 여행기 - 3일 차 (1/2)

40대 중반에 훌쩍 배낭 메고 홀로 떠난 행복했던 걷기 여행기

2016년 6월 17일 (금요일)


경로: Tältlägret -> Alesjaure 전방 10km

걸은 거리: 24km (아이폰 건강 앱 기준)

걸은 시간: 6:40 ~ 17:00

난이도: 하

강평: Tältlägret은 최고의 절경. 철저한 지도 확인 필요. 걷기 안전 주의!


한참을 잤는지 눈이 저절로 떠져서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반이다. 저녁 6시쯤 잠이 들었으니 잘 만큼 잤다. 시간은 새벽인데 밝기는 대낮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진정한 백야(White Night) 구나 싶었다. 그 신기함을 그냥 놓칠 수 없어서 카메라를 들고나가 사진을 찍었다. 당시 쓴 글을 보자.


쿵스레덴(Kungsleden) 여행 중에 계속 풍경에 감탄했지만 계속 '아~~ 좋다~~, 아~~ 좋다, 정말 좋다~~'를 절로 계속 외친 두 번을 꼽으라면 여기 탤트래그렛(Tältlägret)에서와 살토루옥타(Saltaluokta)에서 시토야우레(Sitojaure)로 가는 길의 언덕에서 본 풍경이었다. 날씨와도 인연이 맞아야겠는데 이곳들은 정말 엄지를 들어 강력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탤트래그렛(Tältlägret)에서의 백야(White Night) - 새벽 2시 30분 경


밤새 내린 이슬에 비친 새벽 햇살


스웨덴 쿵스레덴 새벽 하늘


저 대자연을 마주하고 자연속에서 하루 잠을 잔 감동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텔트래그렛(Tältlägret)에서의 야영 모습


커피와 함께 한 낭만의 극대화... (ㅋㅋㅋ)



일찍 일어난 김에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근처에 화장실도 있어 가보니 인터넷에서 본 것처럼 앉아쏴~~ 푸세식이었고 생각보다 냄새도 나지 않고 깨끗이 관리가 되어있었다.

스웨덴에서 이용했던 모든 화장실에는 손 세정제로 알콜이 구비되어있었다.


언덕을 올라가 드넓은 경치를 보며 계속 경탄을 하고, 사진을 찍고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누군가 올려놓은 돌탑이 있길래 우리 가족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며 나도 돌 하나를 올렸다.

좌측 하단에 내가 친 텐트가 보인다. 저 청정 대자연 속에서 하루 잠을 잔 벅참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청정 대자연속에서 황홀해하고 있는 본인


돌을 올리며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기원했다.


이 돌은 아직도 저 위치에 올려져있겠지?


저 임시 벤치 오른쪽 아래에 불쏘시개가 놓여져있다.
누군가 선임자가 불쏘시개를 저렇게 잘 구비해주었다. 비에 젖지 말라고 비닐로 쌓여져있기까지... 나는 불을 피지 않아 쓰지 않았지만 후에 누군가 유용히 잘 썼을 것이다.


아침은 밥을 지어 카레와 함께... 잘 먹어야 잘 걷는데 이때는 그런 것을 잘 몰랐다... 무지무지...


이른 아침을 든든히 먹고 오늘 가야 할 길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지도 앱은 인터넷이 되지 않아 무용지물이어서 지금 내가 정확히 어디인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종이로 된 지도를 갖추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탤트래그렛(Tältlägret)을 향해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어제 그 갈림길로 다시 내려가 재확인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하고 있는데 http://www.codyduncan.com/ebooks/ 에서 구입한 eBook에서 내가 현재 있는 위치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다.

붉은색 길이 쿵스레덴이고 나는 어제 길을 벗어나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이곳(Tältlägret 방향)으로 온 것이다.


쿵스레덴(Kungsleden)은 위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길인데 나는 옆으로 빠진 것이었다. 덕분에 이런 절경 속에서 멋진 하룻밤을 보내고 황홀경에 빠질 수 있었지만... 그래서 다짐했었다. 한국에 가면 독도법을 제대로 익히고 아웃도어에서는 종이로 된 제대로 된 지도를 꼭 갖추고 다닐 것을...

한국에 와서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여러 참고할 사이트들이 있었다. (http://www.sonoloco.com/lapland2011B/2011Bb.html)


이제 상황을 알았으니 어떻게 할지는 명확해졌다. 어제 그 탤트래그렛(Tältlägret) 갈림길로 돌아가서 다시 쿵스레덴(Kungsleden)에 합류하여 아비스코야우레(Abiskojaure)로 가는 것이다.


갈때는 언제나 아니 왔던 듯이...


짐을 싸서 출발하는데 정말 아쉬움이 컸다. 이처럼 좋은 곳을 언제 또다시 올 수 있을까. 자연에서 머무는 자들이 꼭 지켜야 하는 수칙 중의 하나가 '아니 왔던 듯이 머물다 떠나야 한다'이다. 어제 하루 묵었던 곳을 상세히 살펴서 빼놓은 것은 없는지, 버리고 가는 것은 없는지, 자연에 남겨놓은 내 흔적은 없는지를 살피고 또 살폈다. 발생한 쓰레기는 따로 봉지에 담아서 가지고 가다가 STF Hut 등이 나오면 거기에 버려야 한다.


다시 쿵스레덴(Kungsleden)으로 내려가는 길


벅찼던 가슴을 추스르고, 아쉬운 마음을 다독이며 출발한 지 5분 만에 돌멩이를 밟고 발목이 삐끗하여 옆으로 구르며 쿠당탕 넘어졌다. 평소에 욕을 하지 않는데 절로 'X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같으면 중심을 잘 잡았을 텐데 20kg이 넘는 배낭으로 인해 무게중심이 위에 있어 조금만 중심이 흔들려도 넘어가기 쉬웠던 것이다. 불과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절경에 취해 황홀경에 빠졌었는데 그걸 마지막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인가 하며 힘들게 자세를 추슬렀다.

완전히 떼구루루 굴렀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어 다시 자세를 추스리기도 힘들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앉아 발목을 눌러보니 삐거나 뼈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천만다행이다. 한동안 자리에 앉아 발목을 주무르며 통증이 해소되기를 기다렸다.

여행 중에 5~6번은 넘어진 것 같다. 쿵스레덴은 바위, 돌멩이도 많고 물이 많아 미끄럽다. 나무길은 물이 있는 경우 나뭇결대로 반질반질 정말 미끄럽다. 매우 조심해야 하고 한 발을 디디더라도 확고하게 밟아야 한다. 참고로 여행 중에 만난 어떤 여성 트래커는 물이 있던 나무길에서 미끄러져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헬기로 수송되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을 경우에는 더욱 등산스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등산스틱이 있더라도 신중히 조심히 걸어야 한다.


문제(?)의 Tältlägret 갈림길로 돌아왔다. 오른쪽에 붉은색 쿵스레덴(Kungsleden) 붉은색 표시가 보인다. 저쪽으로 다시 방향을 잡아 걷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어제 아비스코야우레(Abiskojaure)까지 걷고 오늘은 알레스야우레(Alesjaure)까지 걷는 것이었는데 계획이 바뀌어 아비스코야우레(Abiskojaure)를 거쳐서 알레스야우레(Alesjaure)까지 가거나, 그 전의 적당한 장소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쿵스레덴 트래킹 여행의 매우 큰 매력 중의 하나이다. 적당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야영이 가능하다는 점. 언제까지 어디를 꼭 가야한다는 제약이나 압박이 없는 자유여행이라는 점...


나는 스웨덴, 쿵스레덴에서 무한 자유를 만끽했다.


To be continued...


http://blog.hangad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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