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대와 조용한 침대 사이, 나의 자리에서 진심을 다하는 이야기
"쌤! 그거 보셨어요? 케이팝 데몬헌터스! 완전 재밌어요!"
"맞아요. 맞아요. 쌤 스토리도 재밌는데, 노래가 완전 개개개 좋아요!"
"새로나온 영화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어요. 대박이예요.
호냥이 캐릭터가 머리에 갓 쓴 까치를 데리고 다니는데 완전 귀여워요.
근데 굿즈 출시가 안됐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
거의 비슷한 애가 있어서 얼른 구매하려고 했더니 대박!! 완전 품절인 거예요"
보건실에 오는 아이들마다 케이팝 데몬헌터스 얘기를 하길래
트민쌤(트렌드에 민감한 쌤)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여름 방학식 하는 첫 날 바로 보았다.
케이팝 걸그룹이 악마를 때려잡는다?
아.. 애니메이션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케이팝에, 악마에..
유치찬란 하겠다 싶어서 기대치를 일단 확 낮추고 봤는데
어?... 이 거 왜 재밌니?
왜 이렇게 신선하니?
게다가 노래는 왜 이렇게 좋은거니?
사자보이스 덕질은 왜 하고 싶은거니?
K팝 특유의 화려한 무대, 중독적인 후렴,
아이돌 특유의 몸매와 몸짓 그리고 응원문화까지
고증을 너무 잘했다.
하지만 고증을 넘어서서
그 안에 한국의 전통과 근성, 팀워크, 정서.
그 모든 걸 녹여서 ‘케이팝’이라는 장르로
또 다른 예술의 장르를 만들어내
하나의 세계관으로 성장시켰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감상을 말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결국 세계를 움직이는구나.’
나 또한 같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내 인생으로 시선이 돌려보았다.
가장 나다운 것이 결국 가장 멀리 간다
케이팝이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세계의 취향에 맞춰서’가 아니라
‘한국만의 색’을 솔직하게 드러냈기 때문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따라가거나,
세상이 정한 기준에 맞추느라
힘을 빼는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가장 나다운 것’을 하나씩 발견하는 일 아닐까.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건 결국 나니까.
하나씩 찾아가는 인생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그리고 내가 견디지 못하는 것들.
그걸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고,
조금 더 가벼워졌다.
자존감이란 건 사실,
‘잘난 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는 내가’
만들어내는 거라는 것도.
지금 내가 하는
작은 기록, 작은 일상, 작은 선택들도
결국은 나를 향해 가는 긴 여정의 일부일 것이다.
그저 진심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악마를 때려잡는 아이돌도,
보건실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나도
어쩌면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리에 진심을 다하고,
가장 ‘자기답게’ 싸워나가는 일.
그게 인생이고,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