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위원회를 기다리며..
교권보호위원회를 50분 가량 남기고 있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인가. 긴장되고, 약간 떨리는 것 같기도 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며,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며, 한편으론 후련하기도 한 것 같다.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
많은 위원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긴장이 된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말을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울게 될 것 같다. 사건발생 이후로 멍하고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앞으로 보건실을 운영하고 담임과 교과교사들 그리고 학생들과 기싸움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나는 갈등상황을 계속 회피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싫은소리를 함으로써 따르게 되는 부정적인 반응을 내가 감당하기 싫어서 내 마음과는 다르게 친절이라는 가면을 쓴 방관과 방임과 무책임속에 있었지는 않았을까? 마음이 무겁고 혼란스럽다.
억울한 마음
오늘은 정말로 즐거운 방학식이다. 다른 교사들은 모두 조퇴를 쓰고 룰루랄라 각자의 행선지로 향했다. 이번일이 아니었다면 나 또한 즐겁게 조퇴를 하고 집에서 또는 카페에서 또는 도서관에서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을 것이다. 왜왜왜 이런일로 나의 즐거운 방학식까지 방해하는 것이냐? 또다시 괘씸한 놈..
서운한 마음
동료들이 즐겁게 떠나는 모습에 서운한 마음이 든다. 다들 잘 모르겠지. 그냥 대략 어떤 사건인지 정도로만 알고 있겠지. 들여다보고 안쓰러워 해주기도 얼마나 애매한 사건인가? 나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다들 난감할 것이다. 아이고 선생님 얼마나 힘드십니까? 또는 아이고 샘 뭔 그런일이 다 있어요. 아 진짜 교직 못해먹겠네 등등 이런저런 얘기들로 위로를 해주다가 마음과는 그 무슨말이라도 잘 못해서 내가 상처받으면 어쩔려고.
그 마음 다 알면서 왜 즐거운 모습으로 방학을 맞이하는 그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걸까?
이 나이 먹도록 옹졸한 것..
한편으론 후련한 마음
빨리 끝나길 바란다. 어떤식으로든 마무리가 되어 내 마음속에서 하나의 해프닝으로 회자되길 바란다.
내가 용서하거나, 없었던 일로 덮거나 가 아니라 공식적인 조직에 의해 마무리가 되어지길 바란다. 그래서 내가 그냥 넘어가지 않았으며, 나를 지키기 위해 애썼으며, 저 아이의 교육적 지도를 위해서 까지도 애썼다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길 바란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나의 태도나 업무적인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