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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Feb 20. 2024

부러워만 말고 일단 러닝

없어 보이게 나이탓 하지 말자고

러닝을 시작했다.

남편이 지난여름에 먼저 시작을 했고, 나는 아직 한 달 남짓된 초보 러너다.

러닝크루들과 매주 뛰고 오는 활기찬 남편의 모습은 약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뛰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았었는데 40대 후반의 나 같은 중년여성이 뜀박질을 할 수 있다는 것대한 의구심이 있었고, 혹시 괜히 무리해서 관절이나 심장에 무리가 가진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기안 84가 나 혼자 산다에서 열심히 뛰고 있을 때도

 '젊네, 잘 뛰는구나, 좋겠다'

딱 그 정도의 감흥이었지 나도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었다. 돌이켜보면 뛸 수 있는 나이가 이미 지나버렸구나 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했었던 것 같다.




남편의 러닝예찬을 한쪽귀로 흘려들으며, 아이고 멋있네... 영혼 없는 리액션만 날리던 나에게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 건 불과 몇 주 전이다. 

몇 주 전 남편의 러닝크루 모임에 게스트로 참석해서 함께 트레킹을 하고 ,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캠핑도 했다. 평소때와 같이 먹고 마시고 얘기하고 하하 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러닝크루들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다들 어디를 간 거냐고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물어보니 모두들 러닝을 갔다고 하지 않은가... 


전날 술을 마셨으면 느지막이 일어나 해장국으로 속을 풀고, 술이 센 몇몇은 한쪽에서 해장술로 다시 시작하기도 하는 것이 내가 그동안 남편을 따라다니며 보았던 애주가들의 면모였는데, 음주 다음날 뛰러 갔다고??

믿어지지 않은 마음을 뒤로하고 주섬주섬 텐트를 걷고 짐을 챙겨놓은 뒤,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남편과 근처 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러닝크루들이 혹시나 뛰고 있지나 않은지 두리번두리번 찾고 있었는데.. 정말이었다. 러닝크루들이 저어 기서 헛둘헛둘 뛰어오고 있지 않은가.


나보다 어린 사람 셋( 그래도 40대 초반), 나머지는 모두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었는데

이렇게 쌩쌩하게  달리고 있다고?

나랑 똑같이 먹고 놀고 마셨는데 정말로? 진실로? 모닝 러닝을 한다고?

러닝을 다녀온 그들은 전날 나와 같이 술을 마셨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고, 목표가 있어 보였고, 좋아하는 것이 확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딱히 뭘 했다고 말할 것도, 뭘 하고 싶다고도 말할 것이 없는, 엄청 행복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큰 불만도 없는 심심한 나의 매일과너무나 달라 보이는 그들의 모닝러닝 모습은 나에게 어떤 울림을 주고 있었다.




술 마신 다음날에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어떤 욕구가 나에게도 있었나?

다음날 벌떡 일어나기 위해 앞에 놓인 술잔을 과감히 내려놓도록 만드는 그 무언가가 나에겐 있었나?

매일매일 조절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가슴 설레는 그 무언가가 나에겐 있었나?

가슴속에 설레는 그 무언가를 간직한 그들의 모습은 나에게 묻고 또 물었다.


'매일 늙어가는 하루하루를 카운팅 하며 젊은 패기를 부러워만 하고 있지 않느냐고

이젠 못한다고 너무 늦었다고 한탄하며 후회만 하고 있지 않느냐고..'


그다음 날부터 나도 러닝을 시작했다. 가끔 남편과 뛴 적은 있었고, 다행히 편도 1시간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하면서 나도 모르게 하체가 단련이 되었는지 페이스를 천천히 조절하면서 뛰니 3km, 5km, 7km 까지는 큰 무리 없이 뛸 수 있게 되었다. 한강 10km 달리기를 성공한 뒤, 12킬로를 성공했을 때의 그 짜릿한 성취감은 

나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을 빠르게 상승시켜 주는 것 같다. 





기안 84가 러닝은 바쁜 현대인에게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라고 했었는데,  걸어서 땀을 내려면 최소한 1시간 이상은 빠르게 걸어야 가능했는데, 러닝으로 천천히라도 뛰면 바로 10분 후부터 땀이 줄줄줄 나는 것이 

성격 급하고 빨리 결과가 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겐 완전 딱인 운동이다.

게다가 준비물도 크게 필요치 않고, 러닝화와 양말만 괜찮은 걸로 잘 챙기면 언제 어디서든지 뛸 수 있어서

번잡한 거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또 안성맞춤인 것 같다.


그리고 뛰고 있을 땐 내가 엄청 젊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또 좋다.

걷는 것도 숨차하는 사람이 많은데

느린 속도지만 어쨌든 뛰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능동적인 젊은이로 느끼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는 것 같다.


40대 후반에 시작한 러닝..

진즉 시작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뛸 수 있게 되어서, 아직 뛸 수 있어서 기쁘다. 




그런 의미에게 글쓰기 후 러닝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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