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시나리오 작가] 타란툴라와 춤을
[공모전 글쓰기]
비행기에 탄 채 어디론가 가던 사람들은 불의의 사고로 바다 한가운데 무인도에 불시착하며 스크린의 막이 오른다. 지역과 계층, 세대 무엇하나 같지 않은 사람들이 마치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저마다 욕구의 춤사위를 떨친다.
자신들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병은 독버섯처럼 무인도를 잠식해 갔다. 전염성이 매우 강해 한 명이 병에 걸리면 주변 전체로 마수가 뻗치며, 자신의 의지로 절제할 수 없는 병. 무도병이다. 무도병(tarantism)은 과거 유럽, 특히 남부 이탈리아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하였던 미스터리한 질병의 이름이다.
사랑과 탐욕, 권력과 야망이 꿈틀대는 무인도 표류기.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하라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무법지대에서 인간 본능의 이야기가 스멀스멀 펼쳐진다. 마치 타란툴라에 물린 것처럼 무인도 곳곳에서 광기의 서사가 펼쳐지는데...
인간의 탈을 쓴 동물들이 이족보행으로 스텝을 밟고 으스스한 귀퉁이에서 두꺼운 낯짝들이 몸을 흔들어 댄다.
사자혁[사자]. 중국인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에서 태어나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와서 10대 시절을 보낸 맹수다. 다문화 학교를 다니며 왕따를 당하지만, 본인만의 튼실한 피지컬로 중고등학교 때는 학교 짱으로 군림한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찍으며 남부러울 것 없이 지내다, 대학교 졸업 이후 반도체 회사 재벌 2세의 신임을 얻는다. 차기 실세의 음주운전 죄를 뒤집어쓰며 보디가드로 취업하며 인생 2막이 펼쳐지고...무인도에서도 드럼통 허벅지와 말근육 전완근으로 금세 무인도를 평정한다. 숨 막히는 배신속에서도 또 다른 음모를 계획하는데...
백연우[bang 녀우]. 고교 전학 온 왕따로 남모를 서러움도 많았다. 티켓 다방으로 뒷골목? 문화를 먼저 배운 연우는 피팅모델과 롯데월드 탈인형 알바 등을 거쳐 영화배우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힘 있는 남자의 등골에 빨대를 꽂고 다닌다. 가방끈은 짧아도 눈칫밥은 100단이라는 연우의 매력은 도화살. 가는 곳마다 남자들에게 살을 날리며 안주인을 꿰찬다. 마약과 섹x의 공통점은 bang(은어)이라나...묵직한 타격감과 대마를 즐기는 그녀의 마음은 갈대.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 도통 알 수가 없다.
또 다른 인물 박지동[박쥐똥]. 박쥐는 야행성으로 낮에는 나뭇가지나 동굴 속에서 쉬고 밤에는 곤충 등을 잡아먹고 산다. 평소에 관찰하기 힘든 박쥐는 폐광이나 동굴 깊은 곳 천장에 매달려있는데, 박지동의 행동거지도 이와 비슷하다. 밀수업자에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속을 알 수 없다. 그러면서도 곳곳에 똥을 싸지르는 아주 더러운 놈이다. 박쥐같이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자신의 이익에 따라 여기저기 붙기를 일삼는다. 간단히 말해 기회주의자에 약육강식의 표본. 사자혁의 꽁무니에 기생하지만, 사자가 없는 곳에서 위세를 떨친다. 외모도 시커멓고 이죽거리는 표정이 밥맛을 떨어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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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법도 규칙도 없는 무질서에 마주했을 때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우화다. 인간성과 인간 본성의 잔혹성은 얼마나 악해질 수 있을까. 친구와 연인, 가족과 인류애라는 끈은 얼마나 얄팍한 상황인지, 우리는 무인도 섬에서 목도하게 된다. 우리 모두가 목격자다.
타란툴라에 물릴 시 걸리게 되는 것으로 알려진 무도병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1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15세기에서 17세기 사이 절정을 찍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기록된 '소돔과 고모라' 섬보다 퇴폐적이고, 현대문학의 한 획을 그은 조지오웰 <동물농장> 우화보다 정치적이고, 소년들의 모험을 담은 <파리대왕> 이야기보다 본능적인 서사를 풀어낸다.
진화를 멈춘 갈라파고스 섬에서 그들의 야만성이 스멀스멀 올라오며, 지식과 지혜 도덕과 상식도 야만상태로 퇴행하고...
지역과 계층, 세대를 뛰어넘어 인간 내면에 기생하고 있는 권력욕구, 물적욕구를 파헤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규범들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적나라하게 후벼 판다....
안녕하세요 공무원의 소식을 전하는 대미안입니다. 브런치와 헤드라잇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노량연화 책을 출간한 이후 어떤 분께 연락이 왔습니다. 시나리오를 함께 쓰게 됐는데 영광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시나리오의 일부분만 보여드렸는데요. 앞으로 꾸준히 이어질 계획입니다.
이후 웹소설과 웹툰으로 공모를 시작해 제작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OTT와 계약할 예정인데 잘 부탁드립니다. 어쩌다 시나리오 작가도 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