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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지식in Dec 22. 2023

조선의 봄, 왕족 쿠데타

[유튜브] 인문학 유니버스


궁궐보다 으리으리한 기와집에서 풍악이 울리고, 9첩 반상에 상다리가 휘어집니다. 임금님 수라상도 부럽지 않아 보입니다. 19세기 안동김씨 가문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불쑥 찾아왔습니다. 그의 이름 이하응. 사도세자의 증손이자 고종의 아버지는 자존심도 없어 보입니다. 땅에 떨어진 고깃 덩어리를 허겁지겁 입에 꾸겨 넣었죠. 세도가들 앞에서 춤까지 췄습니다.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안동김씨 세력은 될 성싶은 왕족들을 하나하나씩 제거했습니다. 이하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몰락한 집안의 이하응은 불량배처럼 다녔습니다. '상갓집의 개'로 불렸죠. 그렇게 뻐꾸기가 울 때까지 때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하응에게도 봄이 왔을까요. 흥선대원군은 주도면밀하게 쿠데타를 계획했습니다. 풍양 조씨와 안동 김씨의 틈바구니에서 조금씩 입지를 넓혀갔습니다. 당시에는 철종을 왕으로 옹립한 안동김씨 세력이 득세하고 있었죠. 19세기 세도정치를 장식한 순조-헌종-철종의 마지막 왕이기도 했습니다. 이하응은 권력에서 밀려난 풍양조씨 집안에게 눈도장부터 찍었습니다. 헌종의 어머니인 조대비였습니다. 조대비에게 철종이 돌아가신 이후 즉시 옥새부터 지키라고 귀띔까지 했습니다. 권력의 생리를 알고 있었습니다. 철종이 죽은 이후 이하응은 헌종의 아버지인 익종의 양자로 들어갔죠. 풍양조씨와 손잡고 훗날 고종을 왕으로 옹립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흥선대원군에게도 기회가 왔습니다. 공격과 수비가 바뀌기 시작하죠. 김동인의 장편소설 <운현궁의 봄>에는 격동하는 조선말기 대내외적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정치의 꽃인 운현궁에서 '조선의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당시 최전방은 정치의 중심지 운현궁이었습니다. 한때 잘 나가던 안동 김씨 세력도 내리막길을 걷죠. 관련된 일화도 있는데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석파정은 물을 품고 구름이 발을 치는 집으로 불립니다. 안동김씨 일가의 별서였는데, 흥선대원군은 이곳을 빼앗기 위해 꾀를 부립니다. 아들 고종을 내세워 별장에서 하룻밤을 지냈는데, 국왕이 머물던 곳을 신하가 머물 수 없다는 관례에 따라 결국 별장의 소유주가 달라졌습니다.   



운현궁의 봄은 왔는데, 조선의 봄은 왔을까요. 흥선대원군에 대한 평가는 조금 엇갈립니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뛰어난 리더십으로 '전주 이씨' 왕족의 거물로 우뚝 섰지만, 서방문화에 문을 걸어 잠그고 무리하게 경복궁을 짓는 등 비판이 따라다닙니다. YS가 하나회를 척결하듯, 흥선대원군 역시 세도정치의 본산인 비변사부터 날렸습니다. 능력 위주로 인재를 뽑으며 실질적인 탕평책을 실시했습니다. 반면, 무리한 쇄국정책은 조선발전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는 비판이 있죠.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고, 역사는 이긴 자들의 기록이지만 평가는 후대의 역사가들이 할 겁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성공하면 역사, 실패하면 역적이라고...


지금까지 지식in문학이었습니다.




https://youtu.be/Rl_lVeCl7f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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