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라클, 우리 안에 작은 기적

노량진을 떠나고

아침에도 텐트 치나요?

- 유트뷰 '위라클' -

첫 느낌은 'B급 코드'였습니다. 남자 4명이 자신들의 무용담을 털어놓고 있었는데, 근육보다 사상이 더 울퉁 불퉁했습니다. 아침부터 활기찬(?) 하루를 시작한다며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했습니다. 본인들의 여자 친구를 자랑하기도 하고 외제차를 탄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평범한 상황이지만, 사실 이 사람들은 장애인이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휠체어를 탔지만, 생각까지 닫혀 있지는 않았던 겁니다. 장애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사회적 편견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제가 즐겨보는 유튜브 '위라클'입니다. 유튜브 구독자 50만 명에 달하는 'we + miracle' 말 그대로 우리 모두의 기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요즘 많은 영감을 얻고 있는데, 유튜브를 운영하는 박위 청년도 예상치 못한 순간 위기를 맞았습니다. 외국계 패션회사 인턴에서 정직원으로 전환되던 회식자리에서 필름이 끊겼다고 합니다. 문득 일어나 보니 병원 중환자실. 손끝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병실 밖에는 포효하는 소리가 들렸고, 아버지는 울부짖으며 병원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지옥 같은 현실로 다가온 겁니다.

■ 위기에서 발견한 기회...장애가 묶어준 가족

위기가 곧 기회였습니다. 박위 씨는 자신의 평범한 일상이 콘텐츠가 됐다며 감사했습니다. 위라클 유튜브에는 박위 씨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영상으로 담겼습니다. 운전하고 비행기를 타는 생활들이 누군가 시선에는 새로움으로 바뀐 겁니다. 적게는 수십만부터 많게는 수백만까지 조회수를 찍었습니다. 박위 씨는 생각을 고쳐먹으며 움직이는 1인 기업으로 우뚝 섰습니다.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주면서 돈도 잘 벌고 있죠. 높은 벽도 계단이 된다는 노래 가사처럼 세상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평생 전신 마비로 살게 될 것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보기 좋게 뒤집었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이유로 불행하다.

-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中 -

자신이 휠체어를 타게 되면서 가정도 화목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형의 장애는 가족을 단단하게 묶어주는 끈이라고 동생은 주저 없이 말합니다. 이를 보여주듯 형을 위해 가족들이 아낌없이 헌신했습니다. 특히 동생은 형의 병시중을 도맡았는데, 식사 때마다 떠먹여 주는 것은 기본이고 소변과 대변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살뜰히 챙겼습니다. 동생은 학업을 포기하면서까지 형의 간병을 도왔죠.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형과 동생이 말없이 서로 눈을 응시했는데, 심장이 먹먹해졌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가 있지만, 불행은 끝이 없습니다. 기적은 우리 마음에 있지 않을까요.

■ 부채가 자산이 되는 시대...우리 안의 작은 기적

어느 청년의 영상에서 저도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 역시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부채가 곧 자산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금융권 공사, 대기업, 공무원 수험생을 전전하면서 한때 눈물에 젖은 빵을 먹었습니다. 경력 단절 여성의 삶과 명예퇴직 이후의 삶을 피부로 느낀 겁니다. 전직 대통령부터 국회의원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노숙자부터 노량진 수험생들까지 사회 곳곳의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도 봤습니다. 사회 빛과 그림자를 발로 뛰며 경험한 겁니다. 돈 주고도 못 배울 경험과 경력들은 글쓰기에 자양분이 됐습니다. 주말 아침 카페에서 글 쓰는 시간이 너무 행복합니다. 커피 한잔의 기적입니다. 앞으로도 계속되길 희망합니다.

박위 씨의 강연을 '세바시'에서도 만났습니다. 남과 비교하면서 본인에게 없는 것을 찾지 말고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청년. 그래서 자신은 자살이 아닌 삶을 선택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짧은 한마디가 가슴 한편을 후벼 팠습니다. 대중을 보는 그의 시선이 신파였다면 그래서 억지 눈물을 자극했다면 저는 그 영상을 꺼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목소리는 당당했고 인생을 감사하는 마음이 피부로 느껴졌기에 제가 눈물이 나더군요. 무엇하나 당연한 삶은 없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1-YU8S9G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