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급 공무원은 복사만 한다며?"
사무관인 대학교 친구가 건넨 말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걸요. 문서 복사는 기본이고 민원인 응대부터 수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기안문 작성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일을 합니다. 일이 없을 때는 편하게 하루가 지나가기도 하지만 일이 몰아치면 밥 먹을 시간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건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바쁜 날에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급하게 식당을 나와서 사무실에서 밀린 업무를 시작합니다. 야근에 주말 출근도 밥먹듯이 했습니다. 어려운 재산세 업무를 배우기 위해 첫 6개월 동안은 주말 이틀 중 하루를 내리 출근했습니다. 세금 액수도 마냥 적지는 않더군요. 세금을 되돌려 주는 환급 금액이 2억 원이 넘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9급 공무원이 복사만 한다고 생각이 드시나요?
복사도 그렇습니다. 한 번에 300장이 넘는 복사도 해봤습니다. 복사도 만만한 게 아니더군요. 불현듯 이전에 다니던 사기업이 생각났습니다. 늦은 나이에 9급 공무원 생활이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도망쳐 나온 곳에 천국은 없었습니다. 마냥 편할 거라고 생각했던 9급 공무원 생존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전국에 있는 모든 9급 공무원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 '입사 한 달 만에 퇴사를 생각하다'
'따르릉따르릉' 느닷없이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입사한 지 한 달 만이었습니다. 전화를 한 민원인은 대뜸 종부세 세금을 문제 삼았습니다. 평소에 백만 원 상당의 종부세가 갑자기 왜 10배나 뛰었냐는 거였습니다. 당황스럽기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종합부동산세는 국세청 관할이고 재산세는 지방세인 시청 관할이었기 때문입니다.
부랴부랴 이곳저곳에 알아본 후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전국 지자체의 재산세 부서에서 장부를 정비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국세청의 세무서에서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거였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출장부터 다녀왔습니다. 상황을 찬찬히 정리를 해보니 억울할 만도 했습니다. 형제가 토지를 공유해서 갖고 있는데, 토지 위의 주택은 형 소유였습니다. 동생은 서울 강남에 아파트가 있었는데, 그래서 종부세 폭탄을 맞은 거였습니다.
종부세에서 주택을 포함하는 경우 중에 주택부속토지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토지만 갖고 있더라도 그 토지 위에 주택이 있다면 주택수에 포함되는 겁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주택부속토지 개념을 모르고 계십니다. 민원인 할아버지께서는 다짜고짜 저희를 도둑놈으로 몰아세웠습니다. 너희가 뭔데 세금을 이렇게 많이 부과하느냐는 겁니다. 한동안 실랑이가 오갔고 저는 하루하루가 멘붕의 연속이었습니다. 주변 선임들이 도와주셨고 현재도 국세청에 조세 불복청구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상황이 격주에 한 번꼴로 일어난다는 겁니다.
■ 그런데 월급은 왜 쥐꼬리냐고
그런데 9급 공무원 월급은 참 소박합니다. 은행 계좌에 세후로 200만 원도 안 찍혔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상여금(?) 인가 두 눈을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겸손한 저의 성격을 더욱 겸손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20대 후반에 사기업에서 받던 월급의 절반보다 작았습니다. 물론 그만큼 업무강도도 상대적으로 낮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9급 공무원 업무가 쉬운 건 또 아닙니다.
그래서 많이들 그만두는 것 같습니다. 동기 12명 중에 절반인 6명이 사표를 쓰고 나갔습니다. 들어온 지 하루가 멀다 하고 나간 겁니다. 생각보다 월급은 턱없이 작고 그렇다고 일이 쉬운 건 아니라서 그런 겁니다. 공무원 연금이 가장 먼저 깎일 것 같은데 기여금만 교회의 십일조처럼 빠져나가고, 건강보험료도 사기업과 달리 공무원 월급에서 100% 다 나갑니다.
여기에 상록 회비에 뭐뭐에 하면 차포 빼고 장기를 두는 것 같습니다. 같은 업무에 중소기업을 가도 세후 월급 200중 후반은 받습니다. 그런데 그놈의 안정성, 철밥통 때문인 거겠죠? 저를 비롯해 대한민국 모든 9급 공무원들 앞으로 결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아이는 낳을 수 있을까요? 고민이 많아지는 하루입니다.
<작가가 궁금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