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건물 안으로 삼삼오오 비친 그림자들. 촛불 아래로 걱정 한 숟갈, 근심 한 사발을 들이마십니다. 이곳은 아프리카 모가디슈. 휴지 각 티슈 같이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가운데, 한 지붕 아래 두 국가가 대치하고 있었죠. 분위기도 가 족같(?)습니다. 손에 땀이 나는 상황에서 남과 북이 허기진 배를 달래고 있습니다. 스산한 침묵만 이어지고 창 밖으로 들리는 총소리 사이로, 밥상 위 놋그릇 소리가 묘한 긴장감을 줍니다. 엉켜있는 깻잎에서 남북관계가 떠오릅니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해법은 간단했습니다. 북한 부인이 살포시 젓가락을 아래에 대어주자, 기다렸다는 듯 한국 부인이 얇은 깻잎 한 장을 젓가락으로 들어 올립니다. 마음은 통하고 있지만, 시선은 마주치지 않는 관계. 가깝고도 먼 남북관계를 감독은 깻잎 한 장으로 시나리오를 펼쳤습니다. 핵무기, 햇볕정책, 3대 세습 등 어려운 개념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글쓰기도 같은 맥락입니다. <구체적인 글쓰기>와 <작은 시작, 큰 울림>, <말하듯 글쓰기>는 좋은 글쓰기의 원칙이죠. 깻잎이라는 구체적이고 쉬운 소재로 고차방정식을 풀어냈습니다. 얽혀있던 깻잎을 한마음 한뜻으로 담아내면서 동포애까지 넓어졌습니다.
■ 불붙은 '깻잎' 관심...한류부터 남녀갈등까지
깻잎 한 장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한류열풍부터 남녀갈등까지 곳곳으로 불이 옮겨 붙었죠. 먼저 '깻잎 머리'입니다. 뉴진스 민지부터 소녀시대까지 90년대 레트로 감성이 풀풀 납니다. 가르마를 곱게 탄 뒤 앞머리를 무심한 듯 넘겨 붙이면 끝입니다. Y2K 트렌드는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 팬들의 머리맡에 앉았습니다. '깻잎 논쟁' 역시 불타오릅니다. 연인이 아닌 이성친구에게 깻잎을 받쳐줄 수 있는가. 물음은 간단했지만 매너와 오지랖 그 언저리를 오갑니다. 누가 제게 물어봤지만, 저는 애초부터 깻잎은 안 먹는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지금까지도 숱한 논쟁을 이끌며 연인들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네요.
여기까지 글이 술술 읽혔다면 <333원칙>이 적중한 겁니다. 3초 동안 읽으면 다음 3분을 집중하고, 3분을 몰입하면 30분 동안 관심을 갖는 글쓰기 원칙이죠. 밋밋한 글에 관심을 끌기 위해 대중적인 소재로 MSG를 더했습니다. 남들이 좋아하는 영화와 연예인, 에피소드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중에서도 에피소드는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죠. <경험적 글쓰기> 영역입니다. 작가와 독자가 경험을 공유하면서 글의 가독성을 높입니다. '깻잎 논쟁'에 혀를 차 봤다면, '깻잎 머리'에 가슴 설레봤다면 글이 맛깔나게 다가왔겠죠. 깻잎은 고기쌈 싸 먹을 때나 쓰는 줄 알았는데, 글에서도 다채롭게 필요했습니다.
■ 글쓰기 '입체적' 바이블...좋은글 '십계명' 제시
결국 <입체적 글쓰기>를 위한 과정입니다. 깻잎 한 장에서 시작한 글쓰기가 굵은 줄기로 뻗어나갔습니다. 남북 평화의 마중물부터 복고풍 한류 돌풍을 지나 남녀 갈등의 씨앗으로 뿌리내렸습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라는 성경 구절처럼, 글쓰기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글쓰기 바이블>은 추가로 몇 가지를 덧붙이며 좋은 글 '십계명'을 완성합니다. 몸 쪽 꽉 찬 돌직구를 던지듯 글은 짧고 임팩트 있게. 중간에 질문을 던져 글 내용을 환기시키기. 인용하는 글쓰기로 살 붙이기가 그렇습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데, 글도 한 글자 한 글자가 중요합니다.
원고지를 받아보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김영하 작가는 글쓰기의 시작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부터 수십 년 동안 펜대를 굴려온 현직 작가까지 공통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유시민 작가도, 유발 하라리 교수도 첫 문장 쓰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합니다. 원고지 한 장이 그렇게 무겁습니다. 뭐라도 계속 쓰면서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습관이 중요하죠. 글쓰기 바이블을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글쓰기 근력을 키워주는 매뉴얼. 홍해바다 갈라지듯 글 시야를 넓혀주는 기본서. 남녀노소 덧셈과 상생의 글 동동체로 묶어주는 <글쓰기 바이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