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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지식in Mar 26. 2023

당신이 그리울 겁니다...

'노량연화' 최종 원고를 넘기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매일 기도할 때마다, 당신이 그리울 거예요.

i'll be missing you 가사 中


1996년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정적을 깨는 총성 소리가 들렸습니다. 곳곳을 비추는 네온사인 사이로 핏빛 자국이 얼룩졌습니다. 그의 이름은 투팍 샤커. 흑인 래퍼이자 사회 운동가였고 시인이자 혁명가이기도 했습니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요. 반년 뒤에 투팍의 친구였던 흑인 래퍼 비기도 함께 사망하며 그들의 애증관계는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한때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라이벌 관계로, 디스전으로 복잡하게 꼬였습니다. 그들의 나이는 20대, 꽃 다운 청춘들은 그렇게 사그라들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바람만이 아는 대답일 겁니다. 훗날 이들을 추모하는 노래가 안타까움을 전했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의 친구가 메가폰을 잡은 'i'll be missing you'는 빌보드 핫 100 11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역대 기록들을 갈아치웠습니다. 특히 투팍의 'Life goes on'은 어떤 성경구절보다 감동적입니다. 삶은 흐른다는 의미 그대로 담담하게 가사를 전합니다. 학창 시절 함께한 친구를 무덤 속에서 어루만지며 슬프지만 그래도 함께 살자고 전합니다. 하류층 빈민가의 삶을 여실하게 전하면서도 내일을 꿈꿉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옵니다.



■ 떠나보내는 심정으로 글을 매듭지었습니다


그때도 평소처럼 도서관이었습니다. 어느 수험생이 쪽지를 건네더군요. 순간 제가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한껏 움츠러들었습니다. 내용들을 찬찬히 읽어보니, 경제 과외를 해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어느 수험생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돈 안 받고 누군가의 과외 선생님으로, 풋풋한 연인으로, 기약 없는 수험생으로 배고픈 사연들이 시작됐습니다. '못다 핀 꽃송이들을 위하여' 서평문과 '아이유의 드라마와 시차적응'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대였을까요 아니면 그때였을까요. 노량진에서 급작스럽게 마주치고 남모를 눈물도 훔쳤습니다. 애증관계도 종지부를 찍어야겠습니다.  


사표라 쓰고 출사표라 읽었던 패기도. 팩소주를 들이키며 빗물의 짠맛과 소주의 단맛을 알았던 청춘도, 끝사랑이라 믿었던 찬란한 시련도 모두 담았습니다. 노량진 청춘과 풋풋하고도 아련한 사랑의 감정들, 웃고 울고 슬프고 가슴아린 추억들이 한 문장 한 문장에 담겼습니다. 몇몇 글들은 신경안정제를 먹으면서 쓴 글도 있었습니다. 가슴 한구석 죽을 때까지 담고 가야 할 것들을 게워내듯 토해 뱉듯 곱씹어내며 적었습니다. 주홍글씨가 됐던 상처들, 댓바람에 잠 못 이루던 아픔들, 빗방울이 창가를 세차게 노크하던 때들이 생각났습니다. 마지막 최종 원고를 보내고 평소처럼 노량진 컵밥 거리를 걸었습니다.



■ 주어진 현실에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밀린 숙제를 끝마친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원 섭섭한 심경이 밀려오더군요. 지금까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20대 때는 제게 주어진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결과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없었습니다. 유명 정치인부터, 고위 공무원 등등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30대 노량진에서 컵밥으로 먹으면서 한때의 생각들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막노동의 뛰면서 공부하는 수험생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다리가 퉁퉁 부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수험생들을 봤습니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열심히 살았지만, 열심히 산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설적이게도 모든 것을 비우니 채워졌습니다. 앞으로는 일정 부분 재능기부도 할 생각입니다. '노량연화'가 발간되면, 파주시 도서관에서 북콘서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파주시 지자체 내에서는 보도자료 교육도 준비 중입니다. 기자 경력과 언론팀 기획기사 경험을 기반으로 열정기부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못 다 핀 꽃송이들을 위하여 나눈 만큼 또 누군가에게 그리고 저에게도 되돌아오겠죠. 노량진 청춘들을 생각하며, 꽃다운 나이에 사그라든 세월호 영혼들을 추모하며, 너와 나와 우리들을 위하며, 당신이 그리울 겁니다. 그때도 그리고 지금에도.




<작가가 궁금하면>

https://han.gl/eDW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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