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케이팝 콘텐츠는 민희진 이전과 이후로 분류됩니다. 민희진 대표가 등판하기 이전의 아이돌들은 국내용이었습니다. 브랜딩과 비주얼 아티스트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고, 여러 명의 가치관이 뒤섞이면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많았죠. 세계관의 연결고리가 희미했습니다. 이후 민희진 대표가 케이팝 무대에 등장하면서 한국 대중문화에는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납니다. 케이팝이 글로벌로 진화하며 '한류 르네상스'의 문이 열렸죠. SM 공채 디자이너에서 '비주얼 디렉터'를 거쳐 레이블 대표까지. 그녀가 가는 길이 곧 케이팝 역사가 됐고 그녀의 유니버스가 우주로 뻗어가면서 전 세계가 흥분했습니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고 있던 민희진은 당시 소녀시대 그룹 이름이 정해지자마자 이수만의 대표실을 쳐들어갔습니다. 이미지 맵을 만들며 SM의 소녀시대는 '어떤 소녀'가 되어야 하는지 직접 프레젠테이전을 펼쳤고, 청바지에 흰 티가 잘 어울리는 상큼 발랄한 소녀들은 명실상부한 '소녀시대'가 됐습니다. <뮤직뱅크>에서 무려 42회나 1위를 기록했는데, 이것도 성에 차지 않았던 걸까요. 보란 듯이 민희진 대표는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펼쳤습니다. f(x)와 EXO를 거쳐 지금의 '뉴진스'까지 민희진 세계관은 '하이브'로 진화했고, 그녀의 이름이 곧 케이팝 브랜딩으로 거듭났습니다.
헤겔과 민희진의 '정반합'...기회를 만들어낸 기획
민희진만의 성공방정식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헤겔의 변증법입니다. 독일의 철학자인 헤겔은 ‘정(正)·반(反)·합(合)’으로 세상의 이치를 설명했죠. 민희진은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아이돌 고차방정식'을 풀어냅니다. 소녀시대는 당시 주류 여성아이돌의 반(反)이었습니다. 기존 걸그룹들은 비현실적이고 정형화된 느낌이었다면, 민희진은 패러다임을 바꾸며 친근하면서 담백한 이미지로 청바지와 흰 티로 브랜딩 했죠. 이후 소녀시대가 걸그룹의 주류가 됐을 때는 f(x) 걸그룹으로 독특한 가사와 강한멜로디를 선보였고, 이후에는 소녀시대와 f(x)를 융합하는 레드벨벳의 합(合)으로 성공방정식을 이어갔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반합이 프랙털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구조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복잡하고 묘한 전체구조를 형상했는데, 민희진 대표가 펼쳐낸 아이돌 세계관의 핵심이죠. 컴퓨터 그래픽 이론에서 시작돼 현대물리와 수학까지 뻗어나간 프랙털 이론을 '아이돌 고차방정식'으로 풀어낸 겁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아이돌 대중문화에 민희진의 정반합과 프랙털이 뒤섞이면서 한류가 전 세계 음반시장을 씹어먹고(?) 있습니다. '대중의 싫음' 법칙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짧아지는 '흥미 반감기'를 기획력으로 극복했습니다. 정면돌파입니다. 기회를 창출해 낸 민희진만의 치열한 기획력입니다.
스타와 스타의 '별자리 유니버스' 그리고 뉴.진.스.
유니버스의 확장입니다. 민희진 대표는 SM 이수만 대표와 만나며, 빅히트 방시혁 대표와 합작하며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넓혀갔습니다. 맞습니다. 스타와 스타들이 만나면 '별자리 유니버스'가 형성되는데, 이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폭발하면서 우주가 커지게 되는 원리죠. 저 역시 며칠 전 믹스테이프 두장을 들고 어느 기업 CEO를 만났습니다. 노량진에서 보낸 찬란한 화양연화를 뜻하는 '노량연화'와 '뉴스가 되는, 진짜, 스토리텔링 보도자료' 두 권입니다. P&G에서 마케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대표님은 이디아 커피 대표를 거쳐 지금은 피자헛 코리아 대표를 하고 계셨습니다. 업계에서 러브콜이 빗발치고 있다네요.
직업이 CEO라는 대표님은 마케터 출신답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업적으로, 인문학적으로, 문학적인 흥미로운 시각들을 쏟아내셨습니다. MZ세대들이 왜 줄사표를 쓰는지, MZ 세대를 넘어 '콜포비아'와 유튜브로 세상에 첫발을 디딘 '유튜브 베이비'들까지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이야기들도 들었습니다. '뉴스가 되는 진짜 스토리텔링 보도자료'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은 대표님은 흔쾌히 책의 추천사를 써주시기로 했습니다. 감사하더군요. 다음에는 한 달 이내로 KPR 협회장님을 만날 계획입니다. 제일기획 전무 출신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총괄지휘하신 업계 유명인사입니다. 앞으로 어떤 말씀을 하실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