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세계관도 가상의 캐릭터도 없습니다. 특정 아이돌 멤버를 띄우기 위한 작업도 없었죠. 해린이나 혜인 등 비슷한 이름을 그대로 썼고, 멤버들 모두 어느 사춘기 아이들처럼 자연스러운 머리로 춤을 췄습니다. 회사에 맞게 외모를 바꾸지 않으면서, 대형 기획사 이미지보다 그네들의 부모님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어머님이 누구실까요. 그들만의 개성으로 써 내려간 스토리에 전 세계는 폭발적으로 열광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출신 민희진 대표가 메가폰을 잡은 뉴진스는 지난 2022년 데뷔와 동시에 미국 차트쇼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노래 제목만큼 'Attention'을 외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죠. 데뷔 사흘 만에 선주문 44만 장을 돌파해 걸그룹 역대 최고 신기록도 갈아엎었습니다.
뉴진스가 기존 아이돌들의 성공방정식을 뒤집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답은 스토리에 있습니다. 민희진 대표는 뉴진스에게 가상의 캐릭터가 아닌 아이돌도 똑같은 아이들이라는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완벽함과 신비주의보다는 'OMG'를 외치는 모습이 방송에 담겼고, 멤버들 사이의 '꽁냥꽁냥'한 티키타카가 쇼츠를 타고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특히 해린이 민지를 짝사랑하듯 쳐다보는 영상은 유명하죠. 시대를 불문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을 받아온 청바지(Jesns)처럼 찢어진 대로 구겨진 대로 그들만의 이야기를 풀어낸 뉴진스. '쿠키'를 먹는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운 다섯 소녀의 스토리는 그렇게 새 시대의 얼굴이자 아이콘으로 한류의 새로운 유전자(genes)가 되었습니다.
뉴스도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왜 이 시점에 보도자료가 나오게 됐는지. 어떤 내용으로 씨줄과 날줄이 엮이면서 스토리라인이 이루어졌는지 펼쳐야 합니다. 그래야 팔리는 기사, 이야기되는 기사, 독자들이 읽는 기사가 될 수 있습니다. 기자 한 명이 받아보는 보도자료만 하루에 수백 건에 달합니다. 제목을 읽는 데에만 30분이 넘는다고 하죠. 천편일률적인 행사와 육하원칙에 지극히 충실한 보도자료로는 기자들에게도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읽히기 쉽지 않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왜 이 기사를 읽어야 하는지 스토리라인을 짜야합니다. 스타뿐만 아니라 보도자료에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팔리는 보도자료, 소구력 있는 보도자료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제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2,500자 상당의 기획기사를 쓸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기획기사 레시피'입니다. 언론사 기자가 아닌 공무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백종원 셰프 방식의 '기획기사 레시피'죠. 참쉽죠잉. 저는 인구 51만 명의 경기도 파주시에서 매주 1편씩 2,500자 상당의 기획기사를 1년 동안 작성했습니다. 여성정책부터 복지정책과 지역경제 활성화, 예산편성과 문화클러스터까지 지자체에서 펼쳐지는 정책들을 한 땀 한 땀 문장과 문단으로 녹여냈고, 지자체의 일정에 맞게 〈정기 기획보도 추진계획서〉와 매달 표로 정리한 〈기획보도 추진현황〉을 덧붙였습니다. 시의성과 지자체 시정철학에 맞게 정리했고, 기획기사의 작성 매뉴얼을 돕는 이론도 이해하기 쉽게 두 쪽 모아 찍기로 요약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지원하지 않는 두 쪽 모아 찍기를 고집한 이유도, 옆으로 넘기는 일반적인 책이 아닌 스케치북 형식의 필기노트를 밀어붙인 이유도, 흑백이 아닌 컬러인쇄를 주장한 이유도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오직 실무자에, 실무자에 의한, 실무자를 위한 기획기사 작성 매뉴얼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수 없이 일하는 공무원들, 일하지 않는 사수 밑에서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책입니다. 저 역시 저보다 월급 2~3배 많이 받아가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전문위원 밑에서 많은 것들을 감내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남다릅니다. 뉴스가 되는 진짜 스토리텔링 보도자료(제목 : 뉴진's). 홍보와 공보에 관심 있는 대학생부터, 보도자료는 작성하지만 기사가 되지 않았던 실무자들, 〈메시지 기획〉에 관심 있는 기획자들을 위해 책을 만들게 됐습니다.
수험생 시절 신문 칼럼 필사부터 이후 방송기자 경력과 공무원 기획보도 작성까지 저는 이연복 셰프처럼 글쓰기를 연마했지만, 백종원 셰프의 스타일로 쉽고 대중적인 방법으로 비법을 전수하겠습니다. 어느 광고처럼 야 너도, 야나두, 야모두 한 달 만에 기획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학창 시절 때는 서강대학교 홍보대사를 하며 홍보의 기본기를 다졌고, MBN 언론사 시절에는 18대 대선과 19대 총선 막내기자로 현장을 누볐습니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취재하며 시대정신이 정책으로 반영되는 과정과 〈메시지 기획〉을 밑거름으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이후 공직사회에 뿌리를 내리면서 지자체 기획보도 작성과 경기도 인재개발원 강사 경력, 2023년 공직문학 공모전에는 ○○상을 받으며 홍보와 공보, PR과 공감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반년 만에 카카오 브런치 구독자 1000명 돌파했고 헤드라잇 작가와 유튜브에도 거침없이 뛰어들고 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부터 뉴미디어까지 두루두루 섭렵하며 지자체 홍보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자체 미디어 생태계부터 지역 언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홍보야 울지 마라〉, 보도자료 작성의 ABC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책홍보 보도자료 작성 실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치열하게 구독자들을 설득하는 미국 언론을 배우는 〈탁월한 스토리텔러들〉, 소구력이 있는 글쓰기부터 독자들에게 팔리는 글쓰기까지 녹여낸 〈글쓰기 바이블〉 작가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이분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담긴 책들이 있었기에 기획기사 작성 레시피가 이론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단단해졌습니다. 이를 밑거름으로 저만의 경험과 경력, 스펙을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여러분들의 기획기사가 지자체를 알리는 첨병으로 거듭나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