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를 챙기며 산토끼를 잡는다. 일종의 마케팅입니다. 정치 영역에서 자주 사용되죠. 콘크리트 지지층인 집토끼를 챙기면서 중도층 표심을 잡아야 할 때 쓰입니다. 진보나 보수를 떠나 어디에도 적용됩니다. 브런치 구독자수를 늘릴 때도 맞아떨어지는데, 제가 깨달은 방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는 운이 좋게 브런치를 시작한 지 4달 만에 구독자수 500명을 돌파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내년 3~4월에 구독자수 1천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예상보다 2~3년 빨랐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다른 SNS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네이버 블로그를 뒤늦게 시작했지만, 저에게는 구독자수를 늘리는데 크게 도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어떻게 단시간에 빠르게 구독자수를 늘릴 수 있었을까요.
■ 내 글을 읽는 '집토끼'를 찾는다
첫 번째로 한 것이 제 글 수요층 분석이었습니다. '노량진에서 꽃핀 연화' 브런치북을 내고 주요 독자층을 알아봤습니다. 인문학 에세이인 제 글은 주로 4050에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입니다. 직업군도 학교 선생님, 교수 등 학자분들이었습니다.
제 글은 어렵지만 교훈적이고 따듯함이 있다고 하더군요. 제 글을 흥미롭게 읽었던 어떤 분의 평가였습니다. 공무원 친구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만 MZ세대들에게 인기가 없는 이유는 글 내용이 어렵다는 점, 글의 어투가 딱딱하다는 점, 교과서 같다는 이유였습니다.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는 말처럼 제 글의 장점은 곧 단점이었습니다. 글의 장점과 단점을 서로 다르게 생각한 분들의 세대가 엇갈렸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짠내 나는(?) 이야기들이 MZ세대에게는 현실이지만, 제 글 구독자들은 힘들었던 과거일 것이라는 평가도 들었습니다.
■ 자료조사를 통한 인문학 에세이 적용
집토끼들을 위한 글을 꾸준히 쓰는 겁니다. '노량진에서 꽃핀 연화'는 인문학 에세이입니다. 글을 풀어나가는 재주가 부족했기 때문에 저의 경험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찾았습니다. 노량진에서 컵밥을 먹던 상황은 영화 '8마일'의 스토리와 엮었고, 인생 낭떠러지에서 좌절한 경험들은 빈센트 반 고흐의 '보랏빛 붓꽃'과 연관 지어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글 한편을 쓰기 위해 짧게는 2~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가량 곰곰이 생각하고 자료들을 조사한 겁니다. 출간을 목표로 7~8개 정도 글을 더 써야 하는데,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있습니다. 노량진에서 겪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동백꽃'. 명동성당에서 했던 간증들을 이문열 작가 소설 '사람의 아들'과 함께 쓸 계획입니다.
■ 스펙트럼 넓히며 '산토끼' 공략하기
산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글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합니다. 첫 번째로 자신 글쓰기 어투의 변화입니다. 제 글은 드라마 작가분들의 글과 정반대입니다. 맨땅에 헤딩하듯 써 내려간 그분들의 글을 보면서 항상 감탄합니다. 글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는 자신과 반대 성향의 글쓰기를 배우라고 하더군요.
두 번째로 소재의 다양화입니다. 저는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을 정치부 막내기자로 굴렀습니다. '박근혜 시대 파워엘리트'를 공동으로 집필했습니다.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강준만 교수와 유시민 작가의 책들을 탐독했습니다. 그밖에 금융권 공사와 노량진 수험가를 거치면서 공부했던 잡학 지식들은 글쓰기의 자양분이 됐습니다. 정치와 경제, 한국사 등이 그렇습니다.
앞으로는 투트랙으로 글을 쓸 예정입니다. 노량진 이야기를 다 쓰면 집토끼를 위한 시사칼럼과 산토끼를 위한 영화칼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전에 영화 올빼미를 보고 쓴 '스스로 눈먼 장님이 된 올빼미'와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영감을 얻은 '집착과 애착이 토해낸 응어리'가 대표 사례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꾸준함 같습니다. 그래서 나영석 PD 말이 더 마음속에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