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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mji Jul 01. 2023

요시다 유니, 그리고 파레이돌리아

daily effect / 나에게 건네는 이야기

디자이너 요시다 유니Yoshida Yuni는 광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WLDO의 소개로 작년 말부터 관심을 가지게 된 작가. 석파정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한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예매 가능한 마지막 날의 입장권을 간신히 예매해서 무척이나 기대하던 작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차주부터는 입장예약 없이 현장발권으로만 진행되므로 당장은 전시장이 꽤나 붐빌 듯. 전시가 마감되는 9월 초쯤에 한 번 더 보려고 합니다. 


1976년, 화성 탐사선 MRO가 보내온 사진에서 발견된 사람 얼굴 모양의 바위가 외계문명의 증거라는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2001년 또 다른  MRO가 고해상도로 촬영한 사진을 통해 이것이 인간의 얼굴모양 지형이 아니라 그림자가 만든 착시현상임이 밝혀졌는데, 과학자들은 이러한 소동이 일어난 이유를 파레이돌리아pareidolia현상으로 설명했습니다. 파레이돌리아는 일정한 패턴이나 형상에서 의미를 찾는 인간의 지각 본능을 말합니다. 우리에게는 맥락이 불분명한 사건 속에서 규칙성을 찾고 불규칙한 형상에서 의미를 찾아내려는 본능이 있는데, 이것은 변화무쌍한 자연의 변화에서 패턴을 찾아 작물을 재배하고 숲 속 천적의 접근을 빠르게 인식해서 목숨을 유지하려는 생존본능에 기인한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형상에서 의미를 찾는데 필요한 시간은 160밀리 초로 이러한 반응은 의식 너머에서 무조건 반사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금번 요시다 유니의 전시작품은 사물을 색감으로 픽셀화해서 재배치하는 픽셀레이티드 팔레트Pixellated Palette 작업과 일상의 사물에서 제3의 형상을 찾아내고 구체화시키는 작업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의 작품도 흥미로웠지만 전체 작품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놀라움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후자의 작업이었습니다. 이 작품들은 요시다 유니가 인간의 생존본능인 파레이돌리아를 의식의 차원까지 끌어올려 예술의 수단으로 활용한 듯한 인상이 들었습니다. 모든 작품 각각에는 사물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시각이 있었습니다. 마치 천 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나의 작품을 보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때마다  "요시다 유니, 미쳤네"라는 말이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왔습니다. 


새로움, 창조 - 이 말의 통용되는 의미만큼 지금껏 보지 못했던 것이 새롭게 창조되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조직에서 일을 하다 보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백지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디어는 없습니다. 요시다 유니의 작업에서 발견되는, 일상의 사물을 다르게 보는 시선뿐입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그리고 유효한 디자인 툴입니다. 건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움의 창조가 아니라 일상의 다른 면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것은 천방지축의 요란함, 상상초월의 발랄함 그리고 디자인 센스가 아닙니다. 진실로 필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시각입니다. 그래서 진짜 디자이너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철학자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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