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ffect / 나에게 건네는 이야기
사무실을 옮긴 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우연한 기회로 오게 된 곳인데 지척의 거리에 명동성당이 있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들러 건물을 마주해 봅니다.
완공된 지 120여 년, 하지만 저는 더 오랜 시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딕성당의 외형을 결정짓는 첨탑과 궁륭, 이것은 유럽에서 수천 년 동안 짓기와 허물기를 반복하며 만들어낸 시행착오의 결과물입니다. 그렇기에 이 건축은 평가, 비평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듯합니다. 지어지는 순간 절대적 참이 되는 것입니다. 수백만 년 동안 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온 문자의 정통성 같은 것입니다.
성당을 등지고 바라보면 새롭게 지어진 빌딩들이 보입니다. 제각각 디자인을 뽐내며 서 있지만 평가와 비평의 대상이 되기에 무엇인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완벽함은 건축가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축적의 시간보다 깊고 무거운 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