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을 오염시키는 이 실체 - 모든 형태의 고통 - 의 엄청난 크기를 할 수 있는 한 줄이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어려운 과제다. 근본적으로 다른 가정에서 시작했을 때조차 결국 이 긴요한 의무에 이른다는 것은, 이상하지만 아름답다."
프리모 레비
미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 Richard Sennett 은 저서 ‘살과 돌 Flesh and Stone’에서 육체적 감각과 물리적 생활의 자유에 인간의 역사가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재의 도시와 건축의 풍경은 그것의 모습을 결정짓는 제도, 기술, 문화 등과 함께 변화해온 것입니다. 우리가 스스로의 환경을 창조해 왔듯이 도시와 건축은 가소적인 우리의 삶을 특정한 모습으로 고정합니다. 인간과 건축은 각각 서로의 모습을 규정하는 이중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시리아의 건축가 마르와 알 사부니 Marwa Al Sabouni는 저서 ‘삶의 보금자리를 위한 전투 The Battle for Home’에서 리처드 세넷의 이론과 같은 시점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있는 도시, 건축 그리고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Syria의 세 번째로 큰 도시로서 2000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 홈스 Homs에서 태어난 마르와 알 사부니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고향을 떠나지 않고 같은 장소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청소년기로부터 성년이 되어 건축학 학위를 취득하는 삶의 전반기 동안, 그녀는 고향 홈스에서 생활하였으며 사회의 변화와 함께 도시의 모습이 바뀌고 그 도시가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 그리고 그 마음이 전쟁을 일으키고 도시를 파괴시키는 파멸적 연쇄 과정을 직접 목격하였습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다수의 시민을 피란길로 내쫓고 불행하게 했던 끔찍한 시리아 내전의 원인이 건축에 있다고 말합니다. 차이에 대한 관용이 홈스를 지배하던 과거에는 차별이 심하지 않았으며 여러 가지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함께 공존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외세의 지배와 자본의 유입에 의해 도시는 역사성을 잃고 회색의 획일적인 공간으로 변하기 시작했으며, 부자와 가난한 자를 공간적으로 분리함으로써 파벌을 낳고 갈등을 고조시켰다고 설명합니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도시가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바꾸고 사회에 커다란 재난을 가져다준 셈입니다. 사회적 갈등을 시초로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그곳에서 살아온 많은 시민들을 불행에 빠뜨렸을 뿐 아니라 시민들로 하여금 그들의 도시를 스스로 파괴하여 폐허로 만들도록 하였습니다.
"많은 이유들로 인해 시리아 전쟁이 일어났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체성과 자존감의 상실, 도시의 특정 영역의 분리와 잘못 설계된 비인도적 건축물이 파벌과 분단 그리고 증오를 키우는 데에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였던 도시는 도시 중심가와 이를 둘러싼 빈민가로 바뀌었습니다. 그 결과로 하나였던 지역사회도 분리된 사회집단으로 바뀌었습니다. 개인은 서로를 배척하고 지역끼리도 배척하면서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시민들은 지역에 대한 소속감을 잃고 타인과 공감하는 마음을 잃어버림으로써 도시를 파괴하기가 훨씬 더 쉬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르와 알 사부니 Marwa Al-Sabouni, 테드 서밋 TED Summit 2016
그녀가 말하듯, 우리 손으로 만든 건축은 우리의 삶을 규정합니다. 시리아의 홈즈에 지어진 욕망의 건축이 사람들의 마음을 거칠고 황폐하게 함으로써 시리아 내전을 일으켰듯이개발의 대상으로서 또는 작가적 욕망의 결과물로서만 기획되고 지어지는 우리의 건축은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문제의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진정 아름다운 건축이란 외형만 멋진 그런 건축이 아닙니다. 겉보기의 디자인을 추구하기보다는 아름다운 내적 가치를 갖는 건축이 진정 아름다운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건축이야 말로 우리 사회가 원하는 건축이며 우리가 속한 집단을 존속시키는 환경으로서의 건축이 아닐까 합니다.
프랑스의 디자이너 필립 스탁 Philippe starck은 그 시대, 그 공간에 필요한 디자인이 있다고 합니다. 시대를 뛰어넘은 보편적인 디자인의 가치가 존재하기는 하나, 디자이너는 그 시대를 통찰하고 사람들이 진정 요구하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건축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직능의 의무가 있는 것처럼건축가의 책무는 역사가 요구하는 그 시대의 고통을 치유하는 건축을 하는 것, 바로 그것일 것입니다.
앞으로 10회에 걸쳐서 우리 시대에 맞는 건축은 무엇인지, 그리고 같은 의지로 지어진 건축물은 어떤 것이 있는지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