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common의 등장
멈춰라 생각하라' 읽기 9
최근의 가치체계는 중심, 위계적 논리에서 다중심으로 이전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www월드와이드 웹의 개발과 연결되는 점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월드와이드 웹은 중심이 없는 가상공간입니다. 중앙에서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 조직이 망실되더라도 나머지 시스템은 유지됩니다. 한국의 지방자치제가 성립된 시점이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시기와 일치하는 것을 보면 기술의 변화가 정체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인터넷은 정체뿐 아니라 노동의 변화도 불러일으켰습니다. 최근 대두되기 시작한 공동 common의 개념은 기술의 발달에 따른 사람들의 사고방식의 변화, 그것에 의한 새로운 공간의 필요성 때문에 탄생한 것입니다.
p30
"비물질 노동은 지적(상징적) 노동(아이디어, 코드, 텍스트, 프로그램, 수치 등을 생산하는 일)과 정동情動노동(의사에서 보모와 승무원까지 신체적 영향을 다루는 일)이라는 양 극단 사이를 아우른다. 오늘날 비물질 노동은 마르크스가 19세기 자본주의에서 대규모 산업생산이 지배적이라고 선언했던 바로 그 의미에서 '지배적'이다. 양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핵심적이고 상징적이며 구조적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총체적인 특정한 색채를 띄어가는 것이다. 여기서 출현하는 것이 공동이라는 방대하고 새로운 영역이다."
지젝은 정신노동과(신체적) 서비스, 즉 물리적 생산물이 아닌 삶 자체가 주요 생산물이 됨으로써 공동의 영역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의 삶은 개인 간의 연결로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이 연결이 일어나는 장소가 바로 공동 common입니다. 공동의 장소는 IT기술의 뒷받침을 통해 트위터, 인스타그램 그리고 페이스 북 등 다양한 SNS 공간으로 마련되었으며, 이 공간은 삶의 질과 직결되었기에 연결의 폭발적 증가는 수익의 창출로 이어졌습니다. 연결을 가속하는 기술의 개발은 최근 코로나 사태에 의한 재택근무를 가능케 했습니다. 업무를 위해 다수가 원격으로 동시에 접속하고 실시간으로 자료를 공유하거나 의견을 공유하는 툴은 원래 친교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개발이 시작된 것입니다.
네트워크의 발전이 정치와 노동의 모습을 바꾸듯이, 가상공간도 물리적 공간의 모습을 바꾸고 있는 듯합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공간의 변화와 장기 미래를 그려 보면 다음 두 가지가 모습이 되겠습니다.
첫 번째는 공동의 개념이 공공건축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공공건축물에서는 중심이 소거된 다중심적인 공간이 이미 오래전부터 출현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공간의 공동성이 화두로 드러나고 있으므로 얼마 있지 않아 물리적 공간의 모습으로 드러나리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현재의 공동성과 반하는 공동 영역을 사유화하려는 시도가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최근 '클럽하우스'의 인기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것이 새롭기보다는 불편하게 여겨지는 것입니다. 페이스북과 같은 가상공간도 지금은 생각을 교환하는 열린 장이라기보다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장소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동의 개념도 일정 시기가 지나면 끝을 맞지 않을까요? 공동의 끝에 건축의 화두가 무엇이 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