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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mji Mar 15. 2021

무한 반복되는 일상의 의미

daily effect/ 나에게 건네는 이야기




패터슨 시의 23번 패터슨 노선의 버스기사 패터슨. 같은 길을 끊임없이 오가는 버스노선과 어제와 같은 오늘이 반복되는 패터슨의 삶은 무척 닮아있다. 실연으로 빚어진 자살소동은 장난감 권총으로 빚어진 촌극으로 마무리되고, 끔찍한 비극으로 종결될 것 같았던 버스 고장은 단순한 전기계통의 문제로 밝혀진다. 반면, 소소한 불행으로 생각되는 삶의 문제는 끝내 정리되지 않으며,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등장인물들의 앞에 나타날 뿐이다. 그들의 삶에는 특별히 나쁜 일도, 삶의 궤도를 바꿔버릴 엄청나게 기쁜 사건도 없다. 어제와 같은 일상에 무엇인가 조금 더해지거나 덜해질 뿐이다. 그의 할아버지가 들려준 옛 노래에서 반복되는 하나의 소절만이 그에게 기억되며, 그것만이 기억할 가치가 있다고 그 스스로 말하듯,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어제와 오늘의 삶을 겹쳤을 때 보이는 차이점이 아니라, 무한 반복되는 일상인지 모른다. 다만 여기에 반드시 더해져야 할 것은 내가 타인의 삶을 내러티브의 소재로 삼듯 나 또한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과, 이를 통해 '아하'라는 일상의 감탄사를 뱉게 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이것을 적어갈 삶의 빈 페이지들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Jim Jarmusch, Paterso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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