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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석 더 프리맨 Dec 19. 2021

FootFood한 겨울밤의 맛 12집

[푸드로지] 야식계 ‘발군의 맛’…쫀득한 껍질과 고소한 살코기의 하모니

왼쪽부터 로칸다몽로 ‘몽로식 족발찜’, 대문점‘오향족발’, 라도스트‘콜레뇨’


■ 이우석의 푸드로지 - 족발
국물에 쪄낸 中요리 ‘장육’과 닮아
체코엔 ‘콜레뇨’ · 베트남엔 ‘족발 쌀국수’
탕거리로 좋은 값비싼 ‘우족’
빨간양념 닭발, 유럽선 육수로 많이 쓰여



밤이 제법 길어졌다. 곧 연말, 한국인이 좋아하는 야식의 대명사 족발 또한 많이 팔리는 시즌이다. 따져봐도 세계적으로 족발을 즐겨 먹는 나라는 몇 안 되지만, 이를 좋아하는 나라에선 끔찍이도 사랑한다. 특히 중국에서 보양식으로 좋아하니 인구로 따지면야 족발 선호 저변은 무척 단단하다. 돼지고기를 워낙 즐기는 중국인들은 족발을 스태미나식으로 여긴다. 동남아시아에서도 따로 값을 더 매겨 팔 만큼 값진 부위다.
고기 좀 먹을 줄 안다는 독일과 체코 등 중부유럽에는 전통식에 족발을 쏙 빼닮은 것이 있는데, 바로 슈바인스학세다. 돼지 무릎 아래 부위를 통째로 맥주에 삶았다가 살짝 구워낸 것이 영락없는 ‘족발’이다. 이름 역시 돼지(Schwein)와 발목(Haxe)이란 뜻으로 결국 돼지족발이란 얘기다. 이외에도 찜요리인 아이스바인(Eisbein)도 있다. 독일은 족발 공화국이다. 체코에선 훈연했다가 구워낸 돼지 발목을 콜레뇨(Koleno)라고 부르며 전통요리로 내세운다. 폴란드에도 염장한 족발을 구워낸 골롱카가 있고 오스트리아엔 슈텔체가 있다.


족발이란 매우 특이한 조어다. 똑같이 발을 뜻하는 두 글자가 나란히 이어진 겹말이다. 한자 발 족(足)에 한글로도 발이 붙었다. 마찬가지 조어 원리로 우두머리(率)란 말이 있긴 하지만, 두머리(頭머리)나 수손(手손)이라면 무척 어색할 테다. 하지만 족발은 무척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게다가 족발이란 말은 돼지에만 쓴다. ‘돼지족발’이라고 규정지어 부르기도 하지만 실상은 족발 하면 죄다 돼지의 것을 말한다. 소의 경우 따로 우족(牛足)이라 부른다.


양념과 조리법을 보자면 족발이 어디서 유래한 음식인지 살짝 유추된다. 그전에도 물론 가축의 다리 아랫부분 요리는 있었을 테지만(설마 버렸을까) 각종 양념을 넣은 국물에 쪄낸 요리로서 지금 족발의 형태는 장육(醬肉)이라는 중국식 요리와 닮았다. 실상 중국에선 툰제(豚蹄)라 하는데 우리 족발과 삶는 과정부터 써는 법까지 굉장히 유사하다.

우리 문헌에 족발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때도 근대에 들어서다. 일제가 패망하고 떠난 빈집이 많던 서울 장충동에 몰려온 6·25전쟁 이북 피란민들이 요리법을 전했다고 한다. 중국 간장에 향신료를 첨가한 양념국물에 삶은 돼지족발은 예의 악취가 나지 않아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1970년대 이후 장충동에서 체육관 만큼 유명해진 것이 장충동 족발이다.


족발의 단면을 보자면 부들부들한 껍질과 그 아래 지방층과 살코기가 함께 있어 샌드위치처럼 각각 다른 맛을 낸다. 족발 한 접시에도 껍데기 부위, 살코기 부위, 물렁뼈, 발가락뼈, 통뼈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고기가 나와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로 살코기와 지방층이 섞인 부드러운 앞다리 부분을 선호해 값을 좀 올려받더라도 앞다리만 취급하는 족발집도 있다.

다른 발 요리도 있다. 탕거리로 좋은 값비싼 우족이 있고 가금류엔 닭발과 오리발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닭발을 즐긴다. 의외로 세계인들이 많이 즐기는 식재료가 닭발이다. 닭발 자체를 요리로 자주 쓰는 곳은 아시아며 유럽과 미주에선 주로 국물용으로 쓴다. 콜라겐이 많아 감칠맛 나는 국물이 우러나는 까닭이다. 중국 광둥(廣東)에선 아예 아침부터 식사로 닭발을 즐기며 엄연히 딤섬 메뉴에도 포함돼 있다. 초절임이나 삶은 것을 다져 먹기도 한다. 일본은 라멘 육수 재료로 쓰는 집이 많으며. 동남아시아에선 아주 다양한 요리에 쓴다. 닭발은 서양 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치킨스톡의 재료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매운 양념에 볶아먹는데 징그러운(?) 모양새와는 달리 여성들에게 인기다. 유명 닭발집에 가면 죄다 여성 손님 일색이다. 마이클 잭슨처럼 한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오독오독 씹어먹는다. 대중적이진 않지만 전남 일부에선 닭발을 다짐 회로 먹을 만큼 좋아한다. 맨 밑바닥에 있지만 그 차진 맛만큼은 머리 꼭대기에 있는 발 부위, 전국 ‘발’ 맛집 12곳을 꼽았다.


■ 어디서 먹을까

◇미담진족 = 오향족발. 정통 방식으로 오향 약재 소스에 잘 삶아낸 족발 대표메뉴다. 껍데기째 한입 크기로 썰어놓은 살점을 수북이 깔아놨다. 보기에도 튼실한 육젓과 함께 집어 먹으면 된다. 존득한 고기가 붙은 뼈를 발라 먹는 재미도 있다. 수많은 식당이 명멸하는 홍대 앞에서 10여 년째 족발 맛집으로 입소문이 난 집이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27 1층. 2만9000∼3만4000원.

◇라도스트 = 콜레뇨. 체코에서나 맛볼 수 있는 콜레뇨를 역시 귀한 체코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콜레뇨는 발목을 통째로 구워내 썰어 먹는 요리인데 삶아낸 우리 족발과는 달리 햄처럼 훈연향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역시 껍질 부위가 가장 맛있는데 바삭함을 즐길 수 있는 덕이다.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2길17

. 4만2000원(코젤다크 4잔 포함).

◇로칸다몽로 = 몽로식 족발찜. 삶았다가 오븐에 구운 방식인데, 육즙 강한 그레이비 소스와 피시 소스, 옥수수 알갱이 등을 넣고 조려내 감칠맛을 더했다. 나이프를 얹으면 바로 결대로 찢어지는 족발 속살에 소스를 흠뻑 발라 맥주(또는 리큐어)와 함께 즐기면 술술 넘어간다. 생고수를 한가득 올려 향기와 아삭한 식감까지 즐길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7길18 지하층 2인 기준. 2만8000원.

◇괴흐엉관 = 족발국수. 이름도 어렵다. 베트남인이 직접 운영하는 쌀국수집이다. 후띠우(가느다란 국수)를 파는 것을 보면 남부식이다. 족발쌀국수와 소고기쌀국수 외에도 공심채볶음, 검스언느엉(돼지고기덮밥) 등 다양한 현지식 메뉴가 있다. 파주시 금정24길16-9. 족발쌀국수7000원.

◇황금족발 = 이름하여 ‘목포족발’로 소문난 집. 한돈 앞발과 뒷발을 쓰고 깔끔하게 삶아 저며낸 족발이 쫄깃한 식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먹밥과 순두부 등 다양한 곁들임을 제공해 푸짐한 족발 한상차림을 펼친다. 상호처럼 금가루를 뿌려주며 삼 한 뿌리를 고명으로 얹어 내는 비주얼이 좋다. 직화양념족발과 불족발, 보쌈과 함께 묶은 세트도 있어 모임이나 회식에 좋은 곳이다. 목포 하당남부로80. 3만2000원.

◇권씨네족발 = 다양한 족발과 보쌈. 미향으로 소문난 전주에서도 소문난 족발 맛집이다. 국내산 생족을 손질해 특제 간장에 부들부들하게 삶아 특유의 야들한 식감을 최대한 끌어냈다. 곁들인 가정식 깻잎지가 포인트. 족발을 싸먹으면 그리도 궁합이 좋다. 주문과 배달로도 딱이다. 전주 완산구 서곡2길 5 권씨네족발 서곡점. 앞다리 4만2000원. 파티메뉴 6만5000원부터.

◇지구대표족발 = 불족발, 냉채족발 등 다양한 족발 메뉴를 갖춘 전문점이다. 족발도 앞발과 뒷발을 선택할 수 있다. 양도 뒷발 반을 주는 1인 족발부터 특대 사이즈까지 고를 수 있어 좋다. 짭조름하고 달콤한 양념에 삶아내 족발 특유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살렸다. 알싸한 수삼 한 뿌리를 올려준다. 고추튀김만두와 시원한 밀면 등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곁들임 메뉴다. 천안 서북구 불당8길 3 1층. 2만1000원부터.

◇자매국수 = 아강발. 제주도 아강발은 어린 돼지의 것이 아니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돼지족발이 손목부터 손등까지고, 아강발은 손가락 부위다. 작고 살점은 별로 없지만 대신 그만큼 부드럽다. 마디 사이 오돌뼈를 뜯는 재미가 있다. 오랜 시간 고기국수와 멜(멸치)국수로 유명했던 집인데 최근 공항 부근으로 옮겼다. 제주 탑동로

11길6. 2만 원, 절반 1만1000원.

◇대문점 = 오향족발. 정통 중국식 오향에 삶아낸다. 차가운 상태로 제공하며 젤라틴을 굳힌 오향 양념을 깍두기 모양으로 내주면 고기에 얹어 입에 넣고 녹여 먹는다. 족발 자체만으로는 뻑뻑해 보이지만, 씹자면 체온에 양념이 녹아들며 비로소 부드럽게 미각을 자극한다. 만둣집으로 소문난 노포 중식당으로 영등포에서 50

년 이상 자리를 지켜왔다.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10길30. 2만7000원.

◇장군족발 보쌈 = 족발과 보쌈. 시청 뒤 무교동 노포에서 족발로 아성을 구축한 곳이다. 깨끗이 손질한 앞다리 족발을 잡내 하나 없이 존득하게 삶아내는 기술이 압권이다. 발그레한 껍질은 탱글탱글하고 보드라운 속살은 입안에서 눈 녹듯 사라진다. 회식의 명소답게 보쌈과 달콤한 김치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세트도 있다. 서울 중구 무교로16. 3만8000원.

◇와와소머리 = 우족전골. 소머리 및 우족을 내는 서울 삼각지 맛집이다. 우족(牛足)은 돼지족발과는 그 모양과 맛에서 확연히 다르다. 선물용으로 쓰는 고급 식재료로 친다. 우족에 붙은 고기는 식감이 좋고 살이 부드러워 수육과 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전골로 낸다. 설렁탕과도 완전히 다른 맛이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가길18. 5만 원.

◇모래내닭내장&닭발 = 닭발. 항상 커다란 철판에 닭발을 산처럼 쌓아 끓이고 있다. 매콤해 보이지만 ‘불닭발’ 수준은 아니다. 거친 매운맛을 배제하고 달달한 뒷맛으로 매조지는 깔끔한 양념이다. 양념을 듬뿍 품은 존득한 닭발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허파 등 허드레 부위만 맛있게 요리해 파는 모래내시장의 오랜 노포로 소문나 멀리서도 찾아온다. 서울 서대문구 수색로28-5.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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