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연재]이우석의 푸드로지- 음식 이름 짓기에 관한 보고서.
이름, 성명(姓名), なまえ(名前), Name, Nome, Nombre.
사람 이름이야 그렇다 치고 음식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먹을 것이 모자라던 시절에 그냥 밥(Meal)이며 식량, 음식(Food)였지, 이름이 어디 있었을까. 이름이란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을 때 붙이는 것이다. 식량의 잉여 생산물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하며 비로소 음식에도 이름이 생겨났다. 이른바 ‘메뉴의 탄생’이다.
영문법과 중국 한자식 어순으로 [조리법+식재료]가 가장 익숙하다. 구운 쇠고기(Grilled Beef), 구운 닭(Roast chicken), 튀긴 닭(Fried chicken), 수육(熟肉삶은고기), 차오판(灼飯볶음밥) 등이다.
어법 상 한국과 일본은 반대다. 식재료가 먼저 나온다. 달걀 부침, 닭구이, 제육볶음, 다마고야키(玉子巻き·계란말이), 모츠니(モツ煮·곱창찜) 등으로 간다.
아무튼 음식 이름이 이런 식으로만 구성된다면 너무도 재미없는 일이다. 주거와 복식과 함께 음식은 인간 생존에 필요한 ‘식문화’로 자리매김했는데 이처럼 단조로운 이름 일색으로 전승된다면 안될 노릇이다. 특히 식재료 이름만 병렬해놓고 그것이 메뉴 이름으로 굳어지면 정말 안타깝다.
피시앤드칩스(물고기와 튀김), 슈니첼(Schnitzel 얇은 고기), 슈바인스학센(Schweinshaxe 돼지무릎), 브리스킷( 양지)에 대체 무슨 인간성이 들었을까. 그나마 가끔 역사인문학적 음식 이름이 있어 식탁이 조금 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