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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우석 더 프리맨
Dec 23. 2020
파주이야기
[御西物語] 초비역세권으로 이사오다
"저어 이 근처에 서울 쪽으로 가는 열차가 있을까요?"
두어달 전 고양시에서 나와 파주시에 이사를 온 후, 전입신고를 할 때였다.
눈웃음 만으로도 꽤 친절해보이는 행복센터 직원에게 마스크너머로 작은 질문을 건넸다.
"아 물론이죠"
"사시는 곳이 동○동이니까, 초비역세권이네요. 행정에선 UNSTD라 분류하지요. Ultra Non-Stop Train District요"
그녀는 과연 친절했다.
"반달곰 만큼 목격하기 힘들지만 마을버스8X번을 타시면 야당역에 가실 수 있으세요. 선생님"
"아, 바로 가나요?"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마스크 너머로 웃고있는게 분명했다.
"그건아니구요 섄님, 교통 취약지구와 관내 학교들을 죄다 들렀다 마지막으로 가요. 학생들이 학굘 가야지요. 교육은 나라의 미래잖아요"
"아... 그렇군요, 얼마쯤 걸리나요"
또다시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스크도 저그가 해처리를 짓는 것처럼 들썩였다.
"버스에 타시고 섀님이 탔다는 사실을 잊었을 때 즈음이면 두 정거장 쯤 남은거예요 섀임"이라면서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답니다 버스에 앉기만 한다면요"
"앉긴 어렵나보죠?. 전 통학 시간 이후에 주로 탈건데요"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포켓볼 당구공 브레이크 때처럼 심하게 움직였고, 마스크는 내 쪽으로 심하게 튀어나왔다 들어가길 반복하는게 곧 터질 듯 보였다.
"통학시간 이후엔 노선 운행이 줄어드니까 비슷하실거예요 세님. 거 왜 입석보존의 법칙이란게 작용하잖아요. 스에님"
머리가 어지러웠다. 비틀대며 겨우 몸을 추스리며 물었다.
"그럼 택시를 타면 어떨까요"
급기야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박수는 치지않았지만 마스크 가장자리로 입이 보일만큼 함박웃음이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주위에 외쳤다.
"여러분 여길 보세요, 이 쉐님이 택시를 타고 출근하시겠대요. 택시를"
물론 그러진 않았다. 순간적으로 그리 보였을 뿐이다.
"스웨님, 먼저 말씀드리지만 파주에는 쌔님이 알고있는 '택시'란 없습니다. 길고양이를 닮았달까... 부르면 오질 않고 잡으면 도망을 가지요."
그는 이어
"프리미엄 택시 따위를 이용해보는 것은 어때요? 종각 사무실까지 부르면 당장 달려올테니. 아마도 그 사무실 구석에 나가 버는 하루 수입을 상회하겠지만요. 호호호"라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칠만사천팔백원?..."
입속으로 중얼거리는 숫자를 듣고 말았다.
기미상궁처럼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감, 감사합니다"
뒷통수에 많은 시선이 꽂히며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저사람 고양시에서 왔나봐" "택시를탄대요 글쎄" "그래요? 우리 사촌오빠도 그러다 파산했는데.."
그로부터 몇달 후 나라에 공도령(空都令)이 떨어지기 직전, 얼큰하게 소주 한잔을 마신 후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왔다.
제2 자유로를 달리다 잠이 들었는데 택시 기사가 나를 깨우는 소리가 잠결에 들렸다.
그 귀에 익은 말에 내 몸은 얌체공처럼 튀어 올랐다.
"칠만사천팔백원입니다 썐님"
<사진은 파주시민 최갑수>
*본 포스팅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탄 3100번 광역버스와 470번 시내버스에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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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파주사람 최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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