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마약중독 예방 수업이야기
2023년도에 유명 연예인 마약투약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시끌벅적 했다.
마약에 대해 관심 없었다. 남의 일처럼 생각하며 살았다. 지난해 우연히 교육청에서 주관한 마약중독예방 연수를 들었다.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들의 모습은 과히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였다.고장난 목각인형이었다.
강사는 펜타닐을 처방받으려고 기차를 타고 지방의 허름한 의원을 찾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여줬다. 마약이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약을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줄도 몰랐다.
한국가족보건협회에서 대검찰청 '2023년 마약류 범죄'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10대의 마약류 범죄자가 엄청나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2022년 10대 마약류 범죄사범은 481명이었다. 2023년은 1,477명이었다. 무려 3배나 증가하였다. 전체 마약류 사범이 50.1% 증가한 것에 비해 10대의 증가율은 207.1%나 된다.(출처;https://www.christiandaily.co.kr/news/137246) 이 자료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마약류 예방교육이 얼마나 필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초등학생들은 아직은 어리다. 보건수업을 잘 듣고 매우 좋아한다. 초등학교 시기에 마약이 얼마나 위험한 약물인지에 대해 배운다면 학생들은 평생 마약을 경계할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학생들은 마약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에 나름 뿌듯했다. 업무도 많고 보건실에 밀려드는 학생들도 많지만 가르치려는 주제에 대해 공부하고 학생들과 나눈다는 것은 언제나 흥분되는 일이다.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이미지화할 수 있게 A4용지를 나눠주고 마인드맵을 만들자고 했다. 귀로만 듣는 것보다 연필을 잡고 배운 내용의 정리하는 것은 우리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효과적인 교육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00 떡볶이, 00 김밥, 00 피자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공통으로 들어갈 단어를 찾아보자고 했다. 학생들이 원조, 대왕, 맛있는, 마약 등을 말했다. 음식 앞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중독될 정도로 맛있다는 의미이기에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마약 김밥에 마약이 들어가냐고 물었다. 학생들이 웃으면서 마약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붕어빵에 붕어가 들어가지 않은 것처럼 마약 김밥에 마약이 들어가지 않는다. 붕어빵에 붕어를 넣으면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지만 마약김밥에 마약을 넣으면 처벌받는다. 마약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약물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 앞에 마약을 붙인다면 우리는 마약을 경계하기보다는 마약을 친숙한 것, 먹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또 마약에 대한 호기심이나 궁금증이 생겨 마약을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음식 앞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약이라는 상호를 사용한 가게의 사장님들에게 가게 이름을 바꿔달라고 제안하는 편지를 썼다. 사장님들은 학생들의 편지를 받고 상호를 변경했다. 이 사례를 학생들에게 소개해주었다.
우리 모두 미비하지만 미비한 우리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모두가 무관심하면 그 무엇도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마약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4년 식품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더 이상 상호에 마약류 및 이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한 표시 또는 광고를 하지 아니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상호를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국고나 지자체에서 필요한 비용을 보조해 주도록 되어 있다.
작년에 넷플렉스에서 미국에서 하는 요리경연 프로그램에 대마를 사용하는 것을 본 20대가 직접 대마를 키워 마약 김밥, 마약 카레 등을 만들어 먹다가 경찰에 붙잡힌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해주었다. 만약 이 사람이 마약 요리경연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다면 마약 김밥, 마약 카레, 마약 김치찌개등을 만들어 먹지 않았을 것이다.(*대마는 우리나라에서는 불법, 미국등에서는 합법 임. 대마가 합법인 나라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대마초를 흡입하면 처벌받음.)
코카인 음악에 맞춰 코카인 춤을 추는 연예인을 예능에서 본 적 있다. 마약에 취한 듯 춤을 추는 그들을 보며 그들에게는 그냥 재미있는 일이겠지만 그걸 본 학생들은 코카인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마약 김밥처럼 코카인을 친숙하게 사용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생긴다.
작년에 강남의 학원가에서 중년 여성과 남성이 학생들에게 집중력을 향상하는 음료라며 '메가 ADHD'를 나눠주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보호자 연락처를 알아내어 부모에게 자녀가 마약을 먹었다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하려고 하다가 경찰에 잡혔다. 메가 ADHD 음료 안에는 필로폰이 들어 있었다. 필로폰은 히로뽕이라고 불리는 약물로 메스암페타민 계열의 각성제다.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고등학생입니다. 내일은 중간고사를 보는 날인데요. 중간고사를 잘 봐야 스카이에 갈 수 있습니다. 중간고사를 못 보면 절대 스카이는 못 갑니다. 그런데 누군가 여러분에게 나타나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하는 음료라고 말하고 메가 ADHD음료를 줍니다. 그럼 마실 사람 손들어보세요?
라고 물었습니다. 과연 몇 명이나 손들었을까요? 23명 중 14명이 손을 들었다. 다른 반들은 이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음료를 마시겠다고 했다.
공부가 전부인 세상이 아니다는 것을 어른들이 알면서도 공부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만약 입시를 중시하는 사회가 아니였다면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하는 이 음료를 학생들이 마셨을까?
학생들에게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음식을 먹은 적 있는지 물었다. 한 반에 한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손을 들었다. 주로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받아먹은 것들은 사탕, 팝콘, 쌀과자, 마이쭈등이었다.
학생들에게 '메가 ADHD ' 뉴스 장면을 보여줬다. 장면을 보고 알게 된 점을 나눠보자고 했다. 학생들은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음식은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초등학생들은 유난히 먹는 것을 좋아한다. 초등학생들은 먹을 것 앞에서는 더 순진해진다. 물론 초등학생이 아니어도 먹을 것을 좋아하고 먹을 것 앞에서 순진해지는 이도 있다. 당신에게 자녀가 있다면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음식은 먹지 않도록 교육하길 바란다.
2019년에 걸캅스라는 영화를 봤었다. 그 영화는 여대생이 클럽에서 마약을 탄 술을 마신다. 그녀는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성폭력을 당하고 그 장면을 가해자들이 불법촬영해서 유포협박을 한다. 결국 여대생은 두려움에 떨다가 자살한다. 이 사건을 여경이 해결하는 영화다. 이 영화를 학생들에게 이야기해 주다.
다른 사람의 호의를 의심해야만 하는 사회가 된 것이 너무 속상하다. 그래도 우리의 안전이 중요하기에 누가 주는 음식은 먹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KBS에서 반영한 '시사적격 피지컬 전쟁, 몸을 향한 유혹'을 봤다. 새벽 5시 서울의 한 병원 앞 복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처럼 길게 줄지어서 병원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이 장면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도대체 어떤 병원이길래 전날부터 진료를 받기 위해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을지 물었다. 학생들은 병을 잘 고치는 의사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병원은 나비약을 처방하는 병원이다. 이 약의 상품명은 디에타민이다. 제형이 나비모양이기에 나비약이라고 불린다. 이 약은 식욕을 억제해 하루 종일 챙겨 먹지 않으면 굶어 죽을 정도로 체중감량효과가 있는 암페타민 계열의 항정신성의약품이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구입할 수 있는 약이다. 그러나 저체중을 갈망하는 학생들이 이 약을 SNS에서 쉽게 산다. 학생들은 이약을 SNS에서 사면 불법이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혹시 자녀가 있다면 꼭 알려주면 좋겠다.
학생들이 수업 중 물었다. 의사가 왜 이런 약을 무분별하게 처방하냐고? 그래서 그대로 학생들에게 질문을 돌렸다. 여러분 생각에는 의사가 왜 무분별하게 이 약을 처방하는 것 같냐고? 그러자 많은 학생들이 돈을 벌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돈만 쫓는 사람들. 나는 학생들에게 돈을 벌더라도 우리는 깨끗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해를 끼치고 자신의 이득만 쫓는다면 그건 일본에게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와 다른 바가 없다. 우리곁에 매국노가 지금도 존재한다. 학생들에게 매국노가 되지 않게 양심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인생의 진리를 알려주었다.
유독 우리나라는 외모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비만도 아닌 초등학생들이 자신이 비만하다고 외치고 다닌다. 초등학교 1학년이 다이어트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습다기보다는 화가 나고 속상했다. 이게 다 미디어가 성상품화한 결과이다. 걸그룹을 봐라. 어디 정상체중이 한 명이라도 있는지. 모두들 저체중이다. 이들을 보고 자란 학생들은 저체중을 선망한다. 그 결과 나비약까지 손을 뻗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비약을 찾는 학생들만 탓할 것이 아니다. 나비약을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의사만을 탓해서도 안된다. 이런 사회를 만든 모든 어른들이 지탄받아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IN3ChjZuuDw
고등 래퍼에 나왔던 펜타닐에 중독된 '윤병호'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봤다. 그는 펜타닐 중독으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마약 중독 전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룬 래퍼였다. 그러나 어떤 약인지 모르고 펜타닐에 중독되고 말았다. 그는 펜타닐을 끊을 때 금단증상으로 인해 행동절제가 안 돼서 난동을 부렸다고 했다. 매일 구토해서 치아가 삭았고 래퍼인데 발음도 어눌해졌다고 한다. 그는 펜타닐 조각을 찾기 위해 벌레처럼 집에서 쓰레기통을 뒤졌다고 했다.(출처: 시사적격 마약을 처방해 드립니다) 그가 펜타닐에 중독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 학생들과 이야기 나눠보았다. 학생들은 그가 펜타닐에 중독되지 않았다면 분명 유명한 래퍼가 되어 돈도 많이 벌고 인기도 많아져서 세계적인 래퍼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가 하루빨리 마약을 끊고 예전의 명성을 되찾길 기대해 본다.
펜타닐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말기암 환자 등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약물이다. 펜타닐은 중독성이 모르핀 100배, 헤로인의 50배나 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현재 미국 내 18~45세 청·장년층 사망 원인 1위는 펜타닐이다. (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 미국에서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들이 좀비처럼 길거리에 걸어 다니는 모습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펜타닐을 좀비마약이라 부르기도 한다.
펜타닐 패치는 시중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마약류라고 한다. 최근 10대들이 병의원을 돌면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친구들과 나눠서 투약하고 판매한 혐의로 처벌받는 사건도 있었다. 이번에도 학생들이 질문했다. 의사가 왜 무분별하게 이런 약을 학생에게 처방한 것이냐고? 나는 이번에도 되물었다. 여러분 생각에는 왜 의사들이 이렇게 무분별하게 약을 처방하는 것 같냐고? 그러자 이번에도 학생들은 돈 벌려고 처방한다고 말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의사가 된 것이 아닌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의사가 된 이들이 오히려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학생이 물었다. 나는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의사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과하게 약물을 처방하는 의사들도 문제고, 학생들이 쉽게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고, 이런 마약성 의약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정부도 문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QN49JJ7nL4
WHO보고에 따르면 마약류란 약물 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하고, 사용 약물의 양의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사용을 중지하면 온몸이 견디기 힘든 증상이 나타나며 개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이라고 한다.
마약은 뇌의 도파민을 강제로 자극하여 과도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도파민이 50이 분비된다면 마약을 할 때는 900이 분비된다고 한다. 필로폰은 1회 투약 시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은 정상인이 평생 분비하는 도파민의 양보다 많다고 한다. 마약의 강렬한 자극은 해마에 기억되어 평생 간다. 마약은 도파민의 분비량을 증가시키고 도파민을 받아들이고 만드는 뇌를 파괴하여 계속 더 많은 양의 마약을 갈구하게 한다. 10대는 아직 뇌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들이 청소년기에 마약을 사용하여 일상생활이 망가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어지는 것이다. 단 한 번의 마약사용도 안된다.
한 마약중독자는 마약에 한 번 중독되면 죽기 전까지 끊을 수 없고 참아야만 한다고 했다. 자살을 시도해서 3일 만에 깨어난 마약중독자는 의사에게 멱살을 잡고 왜 자신을 살렸냐고 울부짖고 또 마약을 하러 갔다고 했다.(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0MITNpY7TNA) 한 번 마약에 중독되면 쉽게 마약이라는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초등학교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울 밑에선 봉선화'라는 드라마에서 마약 중독자의 처참한 모습을 처음 봤었다. 마약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마약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괴롭히는지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되었다. 마약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기며 평생을 살고 있다.
초등학교시기부터 마약이 얼마나 위험한지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평생 마약을 경계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어른들이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