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의 가면, 최전선의 빵집

나가타빵 이야기

by 덴덴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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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요에서 기분 좋은 첫 식사를 마치고, 가려던 곳들의 목록을 다시 열었다. 텐진이나 하카타 중심부에서 벗어나 따로 시간을 내서 가는 곳이 우선순위였기에, 다음 목적지는 망설임 없이 '나가타빵'으로 정해졌다. 다른 목적지들은 대부분 중심가에 있었지만, 유일하게 하코자키미야마에역까지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곳이 바로 나가타빵이었다.


과거 장사를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찾을 때는 종종 멀리까지 움직이는 일도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마리노아 시티에는 꾸준히 수입에 도움이 되던 아이템이 있었고, 도스 프리미엄 아웃렛에 가면 가끔씩 큰 수익을 안겨주는 기회가 나타났다. 고쿠라의 차차타운이나 아루아루시티 역시 시간을 들이면 쉽게 볼 수 없는 물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시절의 원정길은 돈이 될 거라는 기대 섞인 설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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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여정은 순수하게 빵 하나만을 위한 길이었다. 역을 나서자 한적한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계속 직진하면 하코자키 신사가 나오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빵집이 나오는 단순한 경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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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건물들 사이에 자리한 오래된 목조 건물, 흰 바탕에 너무나 정직한 검은색 고딕체로 쓰인 '나가타빵(ナガタパン)'이라는 간판, 그리고 마침 인적조차 드문 텅 빈 거리. 이곳에 오며 막연히 기대했던 '레트로'라는 단어에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이 문을 넘어서는 순간, 몇십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 수밖에 없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공간이 나타났다. 요즘 빵집처럼 화려하게 빵을 전시하지도 않았고, 손님이 고르면 직원이 집어주는 옛 방식 그대로였다. 계산을 하고 2층에 올라가 먹는 시스템으로 커피도 전기 포트에서 직접 따라야 했다. 빵집과 카페마다 고가의 전자동 커피머신이 당연해진 시대에 만난 전기포트는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웠다.


빵을 담아 2층으로 올라서자 또다시 과거의 풍경이 펼쳐졌다. 오래된 목조 건물의 다락방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빵을 먹는 고즈넉한 분위기,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한적한 외곽 동네의 풍경. '고작 빵 하나 먹자고 이 먼 길을(사실 그리 멀지도 않지만) 오다니.' 스스로를 향한 냉정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들며, 그래도 경치 하나는 좋다고 생각하며 물끄러미 빵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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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니 진짜 반전은 빵에서 시작됐다. 가게에 들어서며 걸었던 자기 최면이 빵 한입에 모두 풀려버렸다. 바게트 사이에 연유 크림을 가득 채운 연유빵(練乳パン), 제대로 만든 카레가 듬뿍 담긴 카레빵(カレーパン), 부드러운 빵 속에 크림치즈의 깊은 풍미를 담아낸 야와라카크림치즈(やわらかクリームチーズ), 그리고 기본기의 탄탄함이 느껴지는 크루아상까지. 겉모습은 옛날 빵집이지만, 그 속은 어느 빵집 못지않게 최신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었다.


그제야 빵을 고를 때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진열대 뒤편의 풍경이 머릿속을 스쳤다. 방문 전 보았던 SNS 영상들도 떠올랐다. 카운터 뒤편으로는 빵을 만드는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고, 카레를 비롯한 속 재료 하나하나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다. 연유빵 같은 개성 있는 빵들과 크림빵, 크루아상 같은 클래식한 빵들은 높은 완성도로 '레트로'라는 겉모습을 보고 찾아 온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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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다 먹고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서며 다시 한번 나가타빵의 사진을 찍었다. 들어갈 때는 분명 '레트로 빵집'이라 생각했지만, 나올 때 내 눈에 비친 것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나가타빵은 레트로라는 매력적인 가면을 쓰고, '빵'이라는 치열한 전쟁터 최전선에서 분투 중이었다.


오래된 공간을 파는 것과 맛있는 빵을 파는 것은 다른 개념이며, 둘 중 하나만 잘하는 곳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나가타빵은 이 두 가지를 성공적으로 결합해 냈다. 시대와 상관없이 사랑받는 클래식 빵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도, 시간과 장소에 맞춰 떠오르는 트렌드 또한 놓치지 않았다. 이런 노력이 담긴 빵이야말로, 시간을 품은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나가타빵이 지금도 이 자리에서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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