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공간에서 마주한 충동

가와바타 상점가의 간소 라멘 나가하마케

by 덴덴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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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타빵에서 돌아오는 길, 하코자키선을 타고 자연스럽게 나카스카와바타역에서 내렸다. 다른 길로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오랜만에 가와바타 상점가도 둘러보고, 반대편 끝에 있는 캐널시티 하카타 입구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처음 후쿠오카에 왔을 때, 이 근처의 한인 게스트하우스 '한국관'에 묵었던 것이 가와바타 상점가와 가까워진 계기였다. 지리에 익숙지 않아 밤늦게 멀리 나가지는 못했고, 저녁에 어디를 가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숙소 근처 상점가를 배회하다 돈키호테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것이 매일 밤의 루틴이었다.


나카스 유흥가 한복판 3층에 있던 게스트하우스는 밤마다 시끄러워 잠들기 힘들 정도였다. 창밖으로는 술 취한 인파와 손님을 배웅하는 캬바죠들, 구역을 통제하는 듯한 양복 차림의 사람들이 뒤섞여 혼돈 속의 질서를 만들고 있었다. 그 강렬한 풍경 덕분에 후쿠오카에서의 첫날밤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이틀째부터는 피곤에 지쳐 소음과 상관없이 곯아떨어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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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장사를 위해 후쿠오카를 드나들며 이곳과는 잠시 멀어졌다가, 상점가의 여러 식당들을 알게 되면서 다시 찾기 시작했다.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것은 '니쿠니쿠우동(肉肉うどん)' 가와바타점이었고, 그다음은 '나가하마 라멘 후우비(風び)'였다. 상점가 내에는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는 식당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변에서 해주는 이야기도 들으면서 다시 이곳을 적극적으로 오게 되었다.


그 식당들 중에서도 '간소 라멘 나가하마케(元祖ラーメン長浜家)'는 줄 선 모습을 가장 많이 본 곳이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시절, 그 광경을 보며 '저렇게까지 줄을 서서 먹어야 하나' 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부산에서도 여러 식당을 찾아다니게 되면서, 문득 그 길었던 줄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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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기를 빼고 염도를 줄여 현지화된 한국식 일본 라멘(나는 이를 일본 본토의 라멘과는 다른 장르라 생각한다)에 반감이 생겼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처음 여행 계획을 짤 때는 '하루에 라멘 7~10그릇, 3일간 20 그릇 이상' 도전을 해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에 라멘 10그릇"을 검색해 보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당연한 결과를 확인한 뒤, 리스트를 수정했다. 한국식 일본 라멘에 대한 반감 역시, 창업자들이 때와 장소에 맞춰 얼마나 깊이 고민하며 레시피를 변형했을지 생각하며 많이 누그러들었다. 그들 또한 자신의 고집이나 신념을 지키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 테니. 그래서 결국 이번 일정에 라멘은 '라멘 우나리' 한 곳만 남아있었다.


그렇게 출발 전에는 예정에 없던 라멘이었고, 빵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배도 완전히 꺼지지 않은 애매한 상태였다. 하지만 가게 안의 빈자리가 보였고, 지금 이곳을 지나치면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아 충동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여행 중 무언가를 사거나 어딘가에 들어갈지 고민될 때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이곳에 또 올 일이 있는가'이다."


오랜 경험으로 체득한 명제에 따라, 나는 망설임 없이 700엔짜리 라멘 단품 티켓을 뽑아 자리에 앉았다. 훗날 이 충동적인 결정이 현명한 처사로 평가받을 날이 오리라 믿으면서. 누가 평가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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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라멘이 나왔다. 나가하마 라멘은 빠른 조리를 위해 얇은 면을 사용하는데 그러면 면이 금방 불어 맛이 없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 나온 면을 다 먹을 때쯤 '카에다마(替え玉)'를 주문하면, 면을 바로 익혀서 추가해 준다. 단점을 효율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시스템으로 나가하마 라멘은 패스트푸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어시장 인부들이 빠르게 배를 채우는 동시에 최적의 상태로 면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이 전통은, 나가하마 라멘이 어시장을 벗어나 판매되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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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타 내에서도 독자적인 전통을 만든 나가하마 라멘은 그 명성만큼이나 원조와 분점을 둘러싼 서사로도 유명하다. 덕분에 현재도 세 곳 모두 왕성하게 영업하며, 그 역사를 아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주 소비층이 배를 채우고 바로 일하러 갈 사람들이었기에, 라멘은 가볍게 먹고 속 편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나가하마 라멘은 일반적인 하카타 라멘에 비해 덜 짜고 덜 기름진 편이다. 이런 특징 덕분에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일본 여행에서 처음 라멘을 접하는 사람에게는 이마저도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한 그릇을 비울 때쯤, 나보다 늦게 들어온 덩치 큰 손님은 카에다마를 추가해 먹기 시작했다. 나 역시 잠시 고민했지만, 다음 목적지를 향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정하고 먹으러 온 날이기에 한 곳에서 너무 많이 먹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예상에 없던 한 그릇이었으니, 여기서 더 먹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과식하지 않은 스스로를 칭찬하며 가게를 나섰지만, 곧바로 탄산음료가 마시고 싶어 편의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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