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의 화혼양재(和魂洋才)

풀풀 하카타의 멘타이 프랑스

by 덴덴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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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널시티 하카타 지하 1층에는 반다이 남코 크로스 스토어가 넓게 펼쳐져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파는 게임에는 별 흥미가 없지만, 실물 '가챠'에는 열광하는 편이다. 원하는 것이 나올 때까지 뽑다 보면 몇천 엔이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하지만, 나와주기만 한다면 그 돈이 아깝지 않다. 반대로 돈을 들이고도 나오지 않는 날은 아깝다는 생각뿐이다. 도박에는 취미가 없으면서도 가챠 앞에만 서면 약해지니, 어쩌면 나에게는 이쪽이 더 위험할 지도 모른다.


가챠를 끝내고 나오자 바로 앞에 이치방쿠지샵이 있었다. 뽑기라는 유혹을 지나치지 못하고 포켓몬 쿠지에 도전했지만, 제일 낮은 등급의 상을 뽑아 피카츄 타월을 받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여태 먹는 데 쓴 돈만큼을 이곳에서 썼다는 걸 깨닫고 미련 없이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풀풀 하카타'(FULL FULL HAKATA)는 캐널시티 건물에 입점해 있어 바로 찾아갈 수 있었다. 입구부터 간판까지 ‘MENTAI FRANCE’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대표 메뉴를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하카타 1위의 멘타이 프랑스로 유명했지만 다른 몇 가지 종류의 빵들도 함께 판매 중이었다. 집게로 소금빵 하나를 집고, 카운터에서 멘타이 프랑스 하나를 주문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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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프랑스에서 전해진 프랑스빵과 한국에서 전해진 멘타이코는 2000년대 초 이곳에서 재해석되어 멘타이 프랑스가 되었다. 시대를 넘어서 태어난 멀리 떨어진 두 존재는 타지에서 다른 모습이 되어 그렇게 만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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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현 히가시구 마츠자키(松崎)에서 1986년 시작한 '풀풀'(Full Full)은 멘타이 프랑스를 처음 개발한 곳으로, 풀풀 하카타는 그 지점이다. 창업주 미야지마 카츠유키(宮島克之)는 2002년, 지역을 대표할 빵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1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멘타이 프랑스를 완성했다. 그리고 지금은 주말마다 본점에서 하루 1000개, 풀풀 하카타에서 300개씩 팔리고 있다. 빵과 명란 모두 후쿠오카에 전래된 역사가 길지만, 멘타이 프랑스는 의외로 20여 년 남짓의 비교적 짧은 역사만으로 후쿠오카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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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통으로 출시했지만, 빵이 단단해 먹기 어렵다는 의견에 따라 반으로 자르고 다시 칼집을 내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만들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방문했을 때도 직원 한 명이 끝없이 빵을 반으로 자른 후 칼집을 내고 있었다. 한 조각 먹어보면 한입크기로 잘라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단번에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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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빵집들은 멘타이코의 맛과 향을 조절하려 마요네즈, 마늘, 후추 등을 더하지만, 풀풀은 창업 당시의 레시피대로 명란과 버터만을 사용한다. 이 단순한 조합이 단 한 입만으로 멘타이코의 본연의 강렬한 풍미를 입안을 가득 채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풀풀의 멘타이 프랑스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멘타이코에 익숙한 후쿠오카(그리고 한국)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타지인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선 짜다, 느끼하다, 비리다는 평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양면적인 맛이야말로 풀풀이 가진 정체성이자, 다른 지역의 멘타이 프랑스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원조로서 멘타이코 고유의 맛을 고수하는 이 정체성은, 역설적으로 지역을 벗어나는 순간 숨겨야 할 단점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현지 음식은 더 넓은 지역으로 퍼지면서 이런 대중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메뉴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개성은 희미해지고, 맛은 평균에 수렴하고 만다.


그렇게 대중화되며 재미없어진 메뉴들이 여럿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재미없어진 맛을 포장하는 긍정적인 수식어들이 있다. 대중화된 멘타이 프랑스라면 아마도 '짜지 않다', '느끼하지 않다', '비리지 않다'같은 표현이 장점이라며 나열될 것이다. 맛은 주관적이라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순 없다. 다만 역사를 거슬러 원조에 닿으면, 현재의 대중화된 맛보다는 훨씬 강렬하고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혹시 우리는 대중 매체를 통해 주입된 표준값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TV, 유튜브, 블로그를 보면 한결같이 비슷한 표현으로 맛을 설명한다. 우리는 그것이 '정답'이라 여기며 그 기준을 벗어나면 '틀렸다'고 생각하고 만다. 맛을 평가하는 매체들에 회의를 느끼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지향하는 정형화된 맛, 비슷한 표현이 지나간 자리에는 평균의 밍밍함만 남는다.


이는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지방 음식은 정체성이 강할수록 그 지역에서 인기가 높지만, 이런 특징은 반대로 매체 중심의 '몰개성'을 지향하는 '미식가 코스프레 집단'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음식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런 개성적인 맛이야말로 그 음식이 세상에 나와 유명해진 이유였다. 그런 강렬함 덕분에 지금도 이 메뉴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전국구로 퍼지기 위해 밋밋한 평균으로 변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평균값을 기준으로 삼아 원조를 평가하는 모습은, 앞뒤가 바뀐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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