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 찬란하도다. 마약 같은 양태포.
나는 강원도 속초 출신이다.
본래 생선과 친하게 지내왔고, 집안에 널브러진 게 건어물이었다.
아버지는 습관처럼 배에서 말린 오징어를 입안으로 가져가는 분이셨다.
말린 오징어는 역시 배에서 말린 오징어야!
라고..
수협에서 정년퇴직하신 아버지는 관련계통의 식거리에는 보통 이상의 식견을 보여주셨다.
그 아비에 그 아들이라고, 나라고 별 수 없었다.
그저 배우고 자란 게 그런 것이니 남들보다 좀 더 고차원의 맛을 알게 되었다.
모든 분야의 식거리가 아니라 바다에서 나는 것들 말이다.
그렇다고 미식가의 수준은 아니지만.
강원도 속초에서 20년을 살고 서울을 올라와 남들처럼 치열하게 살다, 서울 물에 속초 물이 지워질때즘 이었을까? 서울 사람들이 맛있다며 건어물을 잔뜩 들고 온 사건이 있었다.
그냥저냥 작고 비쩍 마른 몸집을 가진 녀석들이었다.
서울 사람들은 맛있다고 난리다.
맛있다는 성화에 나도 한입 베어 물었건만 웬걸..
비닐 뜯어 씹는 느낌에, 풍미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날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 찾아볼 수 있는 건어물은 쓰레기라는 걸.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
건어물을 가지고 쇼핑몰을 만들어볼 생각을 한건 와이프의 역할이 컸다.
도움을 줄 테니 한 번 해 보자던 것.
이때다 싶어 아이템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오징어가 제품 납품 과정에서 탈락을 하는 바람에 쇼핑몰 론칭에 함께 하질 못했다.
대신 나의 적극 추천으로 양태포를 추가하였다.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맛 본 양태포는 뭐랄까... 그냥 감칠맛의 끝판왕이랄까.
가격도 저렴하니 양도 적절했고, 맛은 깡패 같은 수준을 자랑했다.
양태포 한 줌이면 맥주가 두 캔이었다.
맛이 고급스러우냐?
양태포는 황태나 쥐포, 배에서 말린 오징어와 비교하면 고급스러운 풍미라곤 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냥 깡패 같은 맛이었다.
시장에서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대략 150g을 입에 털어 넣었다.
같은 질량을 미역과 비교하자면 40인분이 넘는 양이다.
나는 그렇게 양태포를 판매 목록에 추가하였다.
구운 쥐포 따위는 상대도 못할 감칠맛과 풍미를 자랑하는 양태포는 도저히 뺄 수 없었다.
쇼핑몰에서 가장 팬시 한 제품으로 자리 잡는다 한 들 이건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고객들께 양태포를 소개하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믿을 수 있는 고퀄리티의 제품을 도매로 납품받아 넉넉히 소포장했다.
150g을 앉은자리에서 입에 모두 털어 넣은 나의 턱만 고생시킬 수 없었다.
고객들과 함께 턱관절을 고생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양태포는 그렇게 맛이 좋았다.
판매용 소포장은 300g을 담았으니 게임할 때나 영화 볼 때, 예능 볼 때, 고스톱칠 때, 야근할 때!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게 했다.
아 뭐랄까...
선과 악을 가로지르는... 약간 약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그런...
코스트코의 치즈볼과도 같은.... 죄짓는 느낌인데 한 번 손 대면 멈출 수 없는..
맥주는 그저 거들 뿐인.. 그런.. ㅋ;
아무튼.
히빈드라이의 양태포는 그렇게 쇼핑몰 론칭을 함께하는 제품이 되었다.
https://heebeandry.com/상품/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