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었을 수도 있고,
4월이었을 수도 있는
햇살 좋은 날이라 기억되는 어느 날.
나물 캐러 동네 산으로 올라 가시는 어르신을 따라
호미와 작은 소쿠리를 들고 뒤따라 오르던 그날에,
두 명의 중학생을 둔 엄마이자,
흰머리 염색이 일상이 된 나에게
"새댁"이라 불러주시는
동네 어르신을 따라 올라간 야트막한 그 산에서,
큼지막한 어르신의 소쿠리가 냉이로 가득 찰 때까지
나의 작은 소쿠리는 여전히 휑하기만 했다.
나물인지 잡초인지 알 수가 없어
유심히 살피고만 있던 그 풀.
그 풀 옆, 빈 땅을 호미로 쿡 찍어
흙에 꽂힌 호미를 쓱 당기시고는
땅에서 떨어져 나와 흙이 가득한 풀뿌리를 탁탁 털어
나의 작은 소쿠리에 툭 던져 주시고는 말씀하셨다.
"봐도 모리겠제?
겨울 버티고 봄에 땅 뚫고 나오는 것들은 잡초도 다~ 약이라 카드라."
그날,
그 산에서 ,
무심히 던져 주시는 냉이 한 뿌리와 함께 얻은
생각지도 못한 위안.
향기도,
음식으로서의 맛도,
영양가로서의 가치도 없는 잡초 일지라도
겨울을 버티고 땅을 뚫어 모습을 드러내면
약이 된다는 건,
쉽고 즐겁지만은 않았을 모든 시간들을
어찌어찌 지나
어떤 모습으로든 여기까지 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지금의 나도 충분히,
충분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