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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izKorea Oct 05. 2016

내가 일하는 40,000ft 상공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이유

여러분들의 일터는 어디인가요? 그리고 그곳에서 과연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제가 일하는 곳은 40,000 ft 상공입니다. 물론, 가는 목적지와 시간에 따라서 그 높이는 달라져요. 한 달에 보통 9곳 정도의 다른 나라, 도시를 다닙니다. 그러다 정말 내 자신이 어디에 있고, 몇 날 며칠을 살아가는지를 혼동이 될 때도 있어요. 그 가운데 비행기 기내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생가는데요.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나누고 싶어 이렇게 브런치의 첫 글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가장 '나'에게 '너'에게 특별한 날


방글라데시 다카로 가는 비행이었습니다. 도착해서 나가려고 기다리는 손님들과 대화를 시작합니다. 정말 큰 면세점 가방을 양손에 들고 있는 한 손님. 이게 다 내 선물이냐며 장난 섞인 말투로 말을 건넵니다. 그 사내 또한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자신의 딸 거라며 답을 하더라고요. 


"딸이 참 좋아하겠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들었길래 그렇게 무거워 보이니?"

"우유"

"우유?"

"응, 면세점에서 2개 사면 1개 더 줘서 샀어. 아직 우리 딸이 3살이거든" 


"그럼 딸은 일 년에 몇 번 정도 보는 거야? 떨어져 있기 힘들겠다"

"음.. 사실 오늘이 처음 보는 거야. 내가 아프리카로 사업하러 떠날 때 내 아내가 딸을 갖게 되었고, 난 계속 일을 하느냐 돌아갈 수가 없었어. 우리 가족을 내가 먹여 살여야 하니깐. 이젠 딸이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아빠 언제 오느냐고 묻더라. 그런데 쉽게 바로 답해줄 수 없는 내가 참 부끄럽더라"


이 손님에게는 오늘이 본인의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날 중 하나이겠구나. 미리 대화를 했더라면, 이것저것 더 챙겨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 반 미안한 반이었던 것 같아요. 한 가지는 정말 우리는 잘 몰라요.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 오늘이 지금이 이 사람에게는 어떤 의미이고 시간인지. 그런 것들을 한 번쯤을 생각하게 되면, 항상 사람들을 쉽게 추축 해버리고, 대하는 일이 적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잃어버린 반지


저희 항공사 배이스로 돌아오는 길이였어요. 열심히 작별 인사하고 있는데, 한 손님이 나가시면서 귀띔을 해주시고 가십니다.

"뒤에 한 허니문 커플 남자가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나 봐! 계속 그거 찾고 있던데"


뒤로 달려가니, 한 여성분이 열심히 뭔가를 찾는 한 남자분을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표정에 나타나는 그녀의 심정. 이건 분명 한 번이 아니었던 것 같은 여성분의 의연함. 최대한 빨리 눈치로 상황을 파악하는 게 일이 되어 버린 나. 


"너희 이야기 들었어. 내가 뭐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을까?"

"내버려두어 찾을 때까지 안 나갈 거니깐" 

"응?"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는지, 그들의 결혼반지를 찾아줘야겠다는 마음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들이 원래 앉혔다는 곳으로 함께 갑니다. 


"내가 지금부터 하나하나 이 좌석에 있는 것을 분리할 거야. 우리 3명이 같이 함께 봐야 해.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니깐!"


담요를 치우고, 쿠션을 치우고, 좌석 시트를 하나씩 뜯어내기 시작합니다.

창가 쪽 시트 그다음 중간 열 시트! 


"오! 2유로짜리 동전 찾았다" 제가 외칩니다. "It is better than nothing!"

그 동전을 꺼내는 순간 정말 드라마처럼 결혼반지가 튀어 올라 시트 벗긴 곳에 딱!


그렇게 우리 3명은 껴안고 좋아했고, 그들은 10유로 지폐를 제게 건네더라고요. 전 다음 비행에 우리 기부 걷으니 도네이션을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남성분을 우리 결혼반지는 아무리 불편해도 기내에서 빼지는 맙시다.


중요한 물건은 항상 몸에 소지해주세요. 



이 비행은 정말 최악이야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는 비행이었습니다. 밀 서비스를 마치고 밀려드는 커피 주문에 한잔 한잔 커피를 우려 손님들에게 가져다주고 있을 때였어요. 한 파키스탄 손님이 제게 걸어오시더니 하는 말 


"이 비행은 최악의 비행이야"


상황은 이러했습니다. 콜벨을 두 번이나 누르고 기다렸지만 그 누구도 와서 무엇이 필요하냐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렇게 그 손님은 기다리다. 기다리다. 화가 났고. 그것을 이야기 하기 위에 제게 다가왔던 것이었어요. 


"미안해, 혹시 뭐 필요한 거 있어? 내가 바로 준비해줄게" 


물음에도 자신의 기분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 필요한 게 없다고 말씀을 하시고 돌아가시는 손님. 전 물 한잔과 스낵을 들고 그 손님이게 다가가 먼저 사과를 했어요. 


이번 상황뿐만 아니라, 우리는 살면서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일들이 의외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감정에너지가 바닥나 버려 화라는 감정이 치밀어 오를 때가 있잖아요. 이럴 때 우리가 한 가지 기억하여하는 것은 모든 감정의 변화에는 이유가 있고, 객관적으로 타당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에도 주관적으로 용인이 되어 나타나는 반응이기에, 대화를 통해 그 스스로가 이해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대화에 나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사과의 말씀을 정중하게 건네고, 최대한 논리적으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해 봅니다.

"이번 비행은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라서 손님들의 주문이 네가 그전 파키스탄에서 타고 온 비행보다는 많은 편이야. 나도 이미 20번이나 티 커피를 By Hand로 가져다주었는걸. 너도 알잖아. 이탈리아 사람들 커피 좋아하는 거. 그런데 그거 알아? 너도 그만큼 우리한테 소중한 사람인 거!"


표정이 조금 풀리면서, 이젠 내 상황을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만 이렇게 생각해 볼까 우리? 여기 이코노미에 320명이 타고 있어. 내가 1분씩 손님들과 대화한다고 하면 320분이야. 즉, 5시간이 넘어가고, 우리 비행은 6시간짜리 비행인데. 난 서비스도 해야 하는데. 거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넌 나에게 스페셜 한 사람이니깐. 빨리 말해, 원하는 거 가져다줄게"


손님은 오렌지 주스 한잔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전 거기에 얼음을 함께 넣어서 가져줄까를 물어보고 그렇게 했고요. 손님도 저도 함께 이해하고, 웃고, 그리고 대화했네요. 최대한 먼저 "이럴 거야"라는 선입견에서 배제하려 노력해요. 내가 선입견 없이 다가가고 진심을 눌러 웃음으로 대화를 시작하면, 정말 마법처럼 많은 갈등들이 풀리곤 해요. 


우리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면전에 대고 만나 대화할 기회를 많이 잃어가잖아요. 어쩜 모든 갈등은 간단한 것인데 길을 돌아가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니, 어려워질 때가 많잖아요. 

그냥 진심을 담아 봐요. 언제나 진심은 통하니깐.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이 글을 읽고 느끼시는 것들이 어떤 건지, 하물며 어떤 감정을 느끼시길 바라면서 글을 적진 않습니다. 또한,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에게도 스스로 느끼고 바라보고 생각할 그럴 자유가 있고요. 그냥 단지 한 가지 제 바람이 있다면, 제 글이 여운이 있는 글이 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대의 가슴속에 남아 자신의 일상 속에서 한 번쯤 다시 되새임 해볼 수 있는 글이요. 


전 오늘도 외치고 있겠죠.

"Welcome on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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