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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Aug 04. 2023

[의학 크리에이터 인터뷰] 싱긋닥터 목시경

노래하는 이비인후과 의사

범람하는 정보의 바다에 보석 같은 지식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오직 환자만 생각하는 의학 크리에이터.
이들이 말하는 유튜브 비하인드 스토리.




잘할 수 있는 것을 엮으면 새로운 콘텐츠가 된다





직업이 의심될 정도로 노래 실력이 뛰어나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웠나?

보컬 트레이닝을 받거나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다만 어릴 때부터 교회 활동을 오래 했다. 교회 성가대와 찬양팀 밴드에서 20년 넘게 노래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교회 지휘자 선생님이 계속 지도해 주시다 보니 소리와 노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 같다. 노래는 어린 시절부터 워낙 좋아했고, 관심도 많았다.

지금은 팀도 있고, 직접 작사, 작곡한 곡도 있다. 기타도 치고, 건반도 칠 수 있게 된 데에는 이러한 외부 활동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의대에 입학한 뒤 밴드부에 들어갔는데, 그때 메인 보컬을 담당하다 보니 내 목소리에 대해 더 연구하게 됐다.


어쩌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나?

팬데믹 당시 대표적으로 위기를 겪은 과가 이비인후과다. 그러다 보니 의사생활이 막연히 안정적일 거란 생각이 깨졌다. 내가 다른 동료 의사분들보다 더 전문적으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분야가 뭘까 고민했다. 평소 노래에 관심을 두던 것과 접목한다면 차별화가 돼 새로운 진료의 영역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시작했다.

물론 노래 실력을 증명받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음악의 영역에서 스스로 도전하고 성장하고 싶었다. 자아실현의 관점에서도 유튜브는 좋은 도전인 셈이었다.


내시경으로 성대를 살피며 노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콘텐츠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보컬 트레이닝 영상은 아무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기관에 대해 설명하다 보니 '이런 느낌', '저런 느낌' 등 추상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감각만으로 설명하다 보니 정보 전달에 한계가 명확했다. 해부학적 관점으로 성대를 설명하고, 내시경을 활용해 성대를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건 이비인후과 의사밖에 없지 않나. 노래를 잘 아는 이비인후과 의사인 만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콘텐츠라 생각했다.


채널명이 인상적이다. 채널이 추구하는 방향과 잘 맞는 이름인 것 같다.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유명한 채널들은 브랜드화가 잘 되어 있다. 채널의 이름과 로고 등이 주는 인상이 70% 이상은 차지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말을 잘 해도 브랜드화가 잘 되지 않으면 '은둔 고수'로 끝나게 된다. 때문에 작명에 신경을 많이 썼다. 발성 질환으로 고민하는 분들을 웃게 만들겠다는 의미의 '싱긋'이, 영어로는 'Sing Good'과 어감이 유사해 중의적 표현으로 지었다. 또, 내시경으로 목을 보고 노래한다는 의미에서 '목시경'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가수 성시경의 이름과도 유사해 중의적 표현이 됐다.


채널을 익명으로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

채널에 내 이름을 오픈하면 분명 홍보 측면에서 좋았을 거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채널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으면 오히려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유튜브는 유튜브답게' 나의 채널 운영 철학이다. 유튜브의 목적이 유튜브 콘텐츠 자체에 있어야지, 내 병원으로 유입시키는 데 있으면 그런 의도가 콘텐츠에도 녹아든다고 생각한다. 콘텐츠 자체가 유익하고, 의도가 순수하면 알아서 찾아오실 거라 생각해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기획한 콘셉트가 제대로 통한 셈이다

나는 채널이 망할 줄 알았다.(웃음) 누가 이런 걸 보나 했는데, 1만 명이 넘는 분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다.


초반 영상에선 얼굴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다가, 요즘은 얼굴은 다 보여준다. 나중엔 이름도 공개할 계획이 있나? 이 또한 채널 전략인가?

처음엔 유튜브에 익숙치 않다 보니 얼굴 공개가 두려웠었는데, 막상 운영하다보니 그런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졌다. 굳이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에 조금씩 공개하는 중이다.


'온라인 개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목적이나 취지 등 브랜드화가 잘돼야 한다는 점에서
병원을 개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만큼 공력도 많이 드는 것이다.
정확한 콘셉트가 없으면 대중에 노출되기 어렵다.



일상과 유튜브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때론 숙제 같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직업이니까 부담이 될 때도 있다. 한 영상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정해진 분량에 맞게 대본을 쓰고, 촬영과 편집 과정을 거치는 데, 이 모든 일정을 일주일에 하나씩 한다. 상당한 시간과 공력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취감이나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외주 업체에 영상 편집을 맡기는 경우도 많은데, 직접 하는 이유가 있나?

의학과 관련한 전문 지식이기 때문에 일반 편집자가 내가 말하는 의학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편집 과정에서 내용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적인 내용일수록 결국 본인이 직접 검수해야 하고,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밖에 없다. 한 영상을 찍더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뭔지, 어떤 콘셉트로 영상을 찍을 것인지 직접 정해야 한다.


구독자에 비해 조회수가 많다

의료 지식을 전달하는 유튜브는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정보를 얻길 바라는 분들이 구독하는 것 같다. 전문 지식은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재미를 위한 내용은 아니다 보니 구독자 수를 늘리는 게 쉽지 않다. 다만, 그만큼 구독 취소하는 경우도 적은 편이다. 실제로 구독자가 많지 않아도 콘텐츠가 좋은 알짜배기 채널도 많다. 이런 채널은 알고리즘만 잘 타면 한번에 대성하는 경우도 있다.


내용이 알찬 만큼 개인적으로 문의하는 분도 많을 것 같다

많은 분이 이메일이나 댓글로 연락해 주신다. 그런데 대부분 질문을 하다 결국엔 병원이 어딘지 여쭤 보신다. 최근엔 아예 보컬 레슨을 받고 싶다는 분들도 계시다.(웃음) 멀리서 찾아오는 분들을 보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보람을 느낀다.


영상 편집은 따로 배웠나?

유튜브로 배우거나 영상 편집 온라인 강의를 듣기도 했다. 구글링도 해보고, 주변 지인에게 물어보며 직접 부딪혔다. 처음에는 10분짜리 영상 만드는 데 20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지금은 8시간 정도면 마무리한다.


‘유튜브 하면서 이런 것까지 해봤다’ 하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내시경 꽂고 노래해 봤다는 것 이상으로 더 할 말이 있을까.(웃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현실적인 시간의 문제다. 내 개인 시간은 물론 가족과의 시간을 정직하게 일정 부분 손해봐야만 결과물이 나오는 작업이다. 의사라는 직업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일정인데, 의지를 갖고 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점에서 체력 소모가 크다. 유튜브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가 보람을 느끼고 좋아해야 계속할 수 있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 모델로 삼은 채널이 있나?

기본적으로는 내 채널과 경쟁할 만한 채널을 많이 살펴봤다. 유명 보컬 트레이너의 채널을 보며 이 채널이 왜 유명한지, 조회수가 잘 나오는 영상의 특징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유튜브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나랑 비슷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선배 채널들은 사실 경쟁자가 아닌 조력자다. 그들의 잘되는 콘텐츠 속에 대부분 답이 있다.


두 가지 채널을 분석한다.
구독자와 조회수가 많은 ‘잘되는 채널’과 ‘내가 좋아하는 채널’이다.
잘되는 채널에서 대중의 니즈를,
내가 좋아하는 채널에선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파악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중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유튜브 수익이 궁금하다

지금 구독자 1만 명 조금 넘은 것을 기준으로 매월 100달러 내외다. 부업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할 분야가 아닌 셈이다.


사용하는 장비와 프로그램은?

아들이 태어나면서 겸사겸사 산 카메라가 하나 있다. 카메라로 촬영하기도 하지만,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경우도 많다. 최신 스마트폰에는 고해상 촬영 기능이 있어 스마트폰 촬영 영상만으로도 충분하다. 정보 전달 채널이기 때문에 영상미가 중요하진 않기 때문이다. 조명도 그냥 저렴한 캠핑용 조명을 구매해 사용한다. 단, 녹음기는 중요하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녹음기는 15만원대다. 녹음기는 좋은 걸 구비하길 권한다.


유튜브 시작을 꿈꾸는 분들께 조언을 하자면?

솔직히 별로 권해드리고 싶진 않다.(웃음) 일과 병행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수입을 목적으로 한다면 더욱이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분이 계시다면, 시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의사로서, 유튜버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온라인 병원'인 내 채널을 오프라인에서도 운영하는 게 꿈이다. 좋은 소리와 성대를 연구하는 공간을 마련해 기존의 보컬 트레이너 분들이 해결할 수 없는 시각적, 해부학적 정보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 의사인 동시에 음악인으로서의 꿈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웃음)




ㅣ 덴 매거진 2023년 8월호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사진 한도희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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