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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Aug 04. 2023

[의학 크리에이터 인터뷰] 오진승 원장

108만 구독자 <닥터프렌즈> 멤버

범람하는 정보의 바다에 보석 같은 지식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오직 환자만 생각하는 의학 크리에이터.
이들이 말하는 유튜브 비하인드 스토리.   




병원에서도, 유튜브에서도 내 정체성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다



오진승
1986년생
DF정신건강의학의원 대표원장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일부러 병원을 찾는 환자도 많을 것 같다. 인기를 실감하나?

처음에는 식당에 가거나 밖에 돌아다닐 때 알아봐 주시면 신기하고 마냥 기분이 좋았다. 지금은 유튜브 6년 차이다 보니 옛날만큼 인기를 실감한다고 표현하긴 어려운 것 같다. 이제는 조금 자연스러운 일상 같다. 알아봐 주시면 감사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는다.(웃음) 


<닥터프렌즈>는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의학 유튜브 채널이다. 채널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서울아산병원 내과 전문의 우창윤 선생님, 지금은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 선생님과 함께 채널을 운영한다. 2015년도에 군의관 훈련소에서 만나 친분이 생겼다. 3년의 군 복무 기간 동안 친해졌는데, 두 친구가 먼저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 당시 유튜브는 전문 지식을 전하는 매체가 거의 없던 시기였다. 그래서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라며 호기롭게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상 촬영을 위해 대본도 써봤다. 그런데 그건 우리와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했다. 전하는 내용이 전문 지식이다 보니 딱딱하게 ‘공황 장애는 이러이러한 병입니다. 병원에 오세요'라고 하면 아무도 안 볼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친구들과 이야기한다는 느낌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처음에는 의학 관련 이야기와 더불어 하고 싶은 아무 말이나 덧붙이며 시작했다. 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 


시작한 동기가 순수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렇다. 그때는 정말 '그냥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뭐 대단한 목표를 세우진 않았다. 만약 뭔가 더 큰 목적이 있었다면 외부 스튜디오나 업체에 돈을 지불하고 맡겼을 텐데,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다 보니 편한 분위기에서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유튜브 채널을 해야겠다 마음먹어도 막상 시작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채널명과 로고 디자인부터 난관이었을 것 같은데?

우리가 조금 편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우창윤 선생님의 부인, 당시에는 여자친구였던 심혜리 디렉터님이 당시 웹디자인을 전공하셔서 로고 디자인이나 촬영 등을 도와줬다. 그래서 우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촬영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당시엔 힘든 줄도 모르고 깔깔대며 촬영하고, 끝나고 맛있는 거 먹으며 만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마 다른 분들보단 쉽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닥터프렌즈>는 의학 관련 지식도 유익하지만, 예능 콘텐츠도 상당히 재밌다. 콘텐츠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상하나?

우리 세 사람은 이비인후과, 내과, 정신과로 전공 과가 다 다르다 보니 각자 본인 콘텐츠는 스스로 준비한다. 예를 들어, 오늘 정신과 관련 콘텐츠를 준비하겠다 하면 다른 두 친구는 오늘 뭘 촬영하는지 모른 채 촬영하러 온다. 내가 준비한 콘텐츠가 아니라면 각자 현장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재밌어서 리액션이 잘 나오기도 하고,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미리 준비하지 않다 보니 듣다가 자연스럽게 질문도 하며 콘텐츠의 질을 높이게 된다. 또 내 콘텐츠를 준비하는 시간만 쓰면 되니까 비교적 여유 있고 더 좋은 콘텐츠를 고민할 수 있다. 


각자 본업이 있다 보니 시간 내 모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예전엔 우창윤 선생님은 서울아산병원에, 이낙준 선생님은 부천에 있고, 나는 전주에 있어서 시간 내기가 정말 어려웠다. 한 달에 한 번 만나 촬영했다. 그래서 그날은 하루 종일 영상 촬영만 해서 한 달치를 찍기도 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촬영을 도와주시는 카메라 감독님도 계시고, 전용 스튜디오를 지원받아 그쪽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촬영에 도움을 주셔서 지금은 굉장히 좋은 환경에서 영상을 만들고 있다. 


<닥터프렌즈>와 더불어 <멘탈탄탄> 채널에도 출연 중이다. 두 채널 다 3명의 패널과 함께하는데, 이유가 있나?

글쎄, 별 다른 이유는 없다.(웃음) <닥터프렌즈>는 그냥 셋이 친해서 3명이 된 거고, <멘탈탄탄>도 유튜브에 관심 있는 선후배가 모이다 보니 3명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혼자 카메라만 보고 촬영하는 것이 어색하다. 아무래도 처음 방송을 3명이 찍다 보니 셋이 대화하는 게 편해진 것 같다. 뭔가 단둘이 대화하는 것보단 3명이 대화하는 게 부담감이 덜하다고 해야 할까? 



<닥터프렌즈> 이전의 내 인생은 뭔가를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선배나 교수님들이 앞서간 길을 따라가는.
적어도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 때는 새로운 걸 만들어가는 느낌이라서
그 시간이 너무 즐겁다.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다면?

우리 3명이 각자 대학병원에서 모시던 교수님들이 게스트로 나오셨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뿌듯한 순간이기도 하다. '우리 채널의 방향이 나쁘지 않게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콘텐츠가 너무 자극적이거나 병원 홍보에만 치중했다면 선생님들께서 그렇게 흔쾌히 나와 주시기 어려웠을 거다. 게스트로 오셔서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시고, 응원해 주셨을 때가 굉장히 뜻깊은 순간이었다. 


영상 제작은 외부 업체에 의뢰하나?

채널 초창기부터 도움을 준 심혜리 디렉터님이 '디토커뮤니케이션즈'라는 업체를 설립해영상 제작을 도와주신다. <닥터프렌즈>가 6년 동안 의학 콘텐츠를 다루다 보니 적어도 의학 관련 유튜브 콘텐츠로서는 우리보다 이해도가 높은 제작업체를 찾기 어렵다. 외부 업체에서 작가님이나 PD님이 도움을 주신다면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도 있지만, 우리 채널 색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콘텐츠는 우리가 제일 잘 만들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앞으로도 우리가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 제공 디토커뮤니케이션즈


<닥터프렌즈>는 이제 의학 유튜브 채널의 레퍼런스가 되었다.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한 선구자 입장인 셈이다

영화 리뷰도 하고, 게임 리뷰도 하고. 이것저것 많은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나는 원래 도전을 즐기지 않는 보수적인 성격이었다. 그런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다. 구독자분들이 우리의 이런 시도를 좋아해 주셔서 도전할 수 있었다. 


채널이 유명해진 만큼 협업 제안을 많이 받을 것 같다. 협업해 보고 싶은 채널이 있나?

운동 유튜버와 협업해 보고 싶다. 우리 셋은 병원에 오신 환자들에게 '담배 끊으세요', '술 줄이세요', '운동하세요'라는 말을 끊임없이다. 우리가 직접 힘들게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구독자분들도 공감하고 같이 하시지 않을까 싶다. 다만 운동을 너무 힘들게 시키실까 봐 조금 걱정된다.(웃음) 


이 기사를 보고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께 조언을 한다면?

주변에서도 유튜버를 하고 싶다고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다만 그런 조언을 구하는 분 중에 정작 유튜브를 잘 보지 않는 사람이 많다. 정확히는 '유튜브 영상'은 보는데, '유튜버가 나오는 영상'은 잘 안 보신다. 대부분 영화, 드라마 리뷰나 스포츠 하이라이트, 뉴스 영상 등을 즐겨 보신다.

유튜브를 시작하려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먼저 살피는 게 중요하다. 외주 업체에 제작을 맡기더라도 최소한 어떤 식으로 만들고 싶은지 계획이 있어야 한다. 평소에 유튜버가 나오는 영상을 많이 보고 레퍼런스 채널이나 영상을 생각하는 게 좋다.

또 의사 선생님들 중에는 모범생이 많다. 완벽하게 하려고 너무 열심히 준비하고, 기획에 시간을 많이 들이다 보면 금방 지칠 수 있다. 들인 힘에 비해 구독자나 조회수가 안 나오면 금방 지치고 실망하니까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본업에 집중하면서 비교적 가볍게, 꾸준히 올리는 게 좋다. 



의학 채널은 아무나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지 않나.
다른 콘텐츠에 비해 경쟁이 과열된 분야는 아닌 만큼
꾸준하게 업로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닥터프렌즈> 구독자가 108만 명인 만큼 수익이 꽤 발생할 것 같은데?

(웃음) 수익이 꽤 나는 편이다. 우리는 3명이 운영하는 채널이니 수입도 나눠 갖는다. 다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 소소한 정도로만 나누고, <닥터프렌즈> 법인 명의로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 그중 일부는 기부도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운영을 추천하나?

병원이나 본인 홍보 목적으로 운영한다면 비용 대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드는 노력과 시간 대비 수익을 내긴 어렵다. 유튜브는 프리랜스 편집자와 협업하면 다른 홍보 수단 대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운영할 수 있다. 가성비 좋은 홍보 수단인 셈이다.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현존하는 홍보 수단 중 유튜브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병원 진료와 유튜브가 전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료실에선 하루 동안 만날 수 있는 환자 수에 한계가 있는데, 유튜브에선 108만 명 구독자와 소통하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소통할 수 있다.
두 가지 일이 완전히 다르지 않다 보니 상호보완적이다.


구독자 100만이 넘었을 때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유튜버 사이에서도 구독자 수 100만 명 하면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의학이라는 콘텐츠로 100만을 달성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당장은 더 이상의 목표가 없어진 기분이다. 지금은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뿐이다.(웃음)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의학의 대중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구독자 100만을 넘긴 시점에서 어느 정도 목표를 이뤘다고 볼 수 있겠다

넓은 의미로는 '의학의 대중화'지만, 좁은 의미로는 '정신건강의학과의 대중화'가 목표다. 최근 젊은 분 사이에선 비교적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개선된 편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에 간다고 하면 주변 지인들이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환자분들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조금 더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고 싶다. 


유튜버로서 더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나?

'해오던 걸 잘 유지하자'라는 생각이 가장 크다. 당장은 새로운 시도를 더 하거나, 채널을 확장하는 데 목표를 두지 않는다. 채널 규모가 커진 만큼 당장은 내실을 기하는 데 힘쓰고 싶다.




ㅣ 덴 매거진 2023년 8월호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사진 한도희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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