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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Aug 30. 2023

‘배터리 아저씨’의 2차 전지 주식 투자기

박순혁 씨는 30여 년간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투자 전문가다.
활발히 방송 활동을 펼치며 K-배터리 8개 종목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고,
이들 종목이 실제로 눈에 띄는 상승률을 보이며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그때부터 ‘배터리 아저씨’란 별칭도 얻었다.
그를 만나 최근 급성장한 2차 전지 시장의 트렌드를 짚어봤다.
일명 '배터리 아저씨' 전 금양 홍보 이사 박순혁, 저자
올해 연말에 가서 되돌아보면
올해는 결국 2차 전지만 급등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부동산에 올인할 게 아니라
2차 전지에 투자할 때입니다.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향후 2차 전지주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박 전 이사는 “20여년 전에 강남 아파트 팔아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라고 했는데, 지금은 2차 전지를 살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여의도 증권가는 2차 전지 과열 주의보를 날리고 있지만, 박 전 이사는 오히려 매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본인 계좌도 공개했다. 앞서 그는 자신의 저서 <K 배터리 레볼루션>에서 K-배터리 핵심 8종목으로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에코프로비엠, LG화학, 포스코퓨처엠, 나노신소재, 에코프로, POSCO홀딩스를 꼽았다. 그가 공개한 주식 계좌 잔고 내역에 따르면 투자금은 총 4억5000만원, 수익은 총 3억8500만원에 달했다. 그는 “K배터리 핵심 8종목을 2025년 12월 31일까지 절대 팔지 않고 그대로 들고 가겠다”고 말했다.

2차 전지 비전을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 그는 “2차 전지주에 대한 믿음이 광풍 아닌가”라는 질문에 “여의도 애널리스트 말은 진실이고, 배터리 아저씨는 맹목적 종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미래 먹거리인 2차 전지주만 집중해 공개적으로 뭐라고 하니 안타깝다”며 “돈 벌 수 있는 2차 전지에 투자 기회를 잃었다면 이건 누구 책임인가”라고 되물었다.

단순한 ‘묻지마 투자’가 아니라 ‘미래 투자’라는 게 박 전 이사의 2차 전지주 투자 지론이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이사는 2차 전지 투자를 주목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우선 K-배터리 기술력이다. 박 전 이사는 “테슬라보다 잠재력을 가진 기업들이 한국의 배터리 기업”이라며 “K-배터리 한국 기업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2차 전지 상승 원동력은 기술력·점유율

그가 8종목을 꼽은 것은 이들 회사가 탄탄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양극재 분야에서 기술력이 앞서는 에코프로비엠·LG화학·포스코퓨처엠, 광물 분야는 POSCO홀딩스와 에코프로, 셀 메이커(배터리 제조사) 분야는 오랜 업력을 가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향후 기술 발전이 예상되는 음극재 분야에서는 나노신소재 등이 기술력 선두라는 것이다.

에코프로는 8월 11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구성 종목에 신규 편입됐다. 에코프로비엠은 경북 포항 제4캠퍼스 내 4732억원 규모의 CAM9 신증설을 결정하고 추진 중이다. 포스코퓨처엠은 6148억원을 투자해 경북 포항 영일만4일반산업단지에 2차 전지 양극재 공장을 추가 건설한다. LG화학, LS, 엘앤에프, 에코프로, SK온 등이 합작회사 형태로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

두 번째로는 K-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을 꼽았다. 박 전 이사는 “중국 정부가 중국 배터리 시장을 부당하게 밀어주는 이른바 ‘중국 착시 효과’를 제외하고 시장을 살펴봐야 제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이사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내수시장을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기준으로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30.1%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국의 CATL(18.9%)과 일본의 파나소닉(18.9%)을 앞섰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56%로, 시장의 과반을 넘어섰다.

아울러 그는 “중국 판매분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연간 점유율을 보면,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상승세”라고 지적했다. 한중일 시장점유율은 2019년에 일본이 52.3%, 한국이 36.0%, 중국이 8.8%였다. 반면 2020년에 우리나라는 52.4%로 1위에 올랐고 일본은 33.5%, 중국은 12.6% 수준에 그쳤다. 2021년에도 우리나라는 57.0%로 1위를 유지했다.

여기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효과도 추가됐다. 박 전 이사는 “미국의 IRA 법안이 통과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늘고 2차 전지주가 상승세를 탔다”며 “중국은 미국의 IRA 법 등으로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어 중국의 배터리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IRA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K-배터리 기업들도 미국 진출을 본격 준비 중이다.



2차 전지 ‘무조건 3년 상승세’ 이유
이같은 전망이 반영돼 올 상반기에 2차 전지주는 상승세를 탔다. 한국거래소 KRX 정보데이터 시스템을 통해 올해 상반기(1월 2일~6월 30일) 주가 등락률을 확인한 결과, 에코프로가 632.04%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에코프로비엠(170.36%), 포스코퓨처엠(96.11%), 나노신소재(59.61%), POSCO홀딩스(40.33%), LG에너지솔루션(26.98%), LG화학(11.17%), SK이노베이션(2.92%) 순이었다.

최근 주가 하락에도 박 전 이사는 ‘최소 3년 상승세’를 전망했다. 왜 3년일까. 그는 “전기차용 2차 전지 경우는 발주에서 납품까지 3년이 걸리기 때문에 3년 뒤의 미래가 이미 확정돼 있다”며 “현재의 주문 상황만 파악하면 3년 뒤의 실적이 명확하게 나온다. 그걸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면 지금의 주가가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주가 상승세는 ‘묻지마 투자’가 아니라 앞으로 3년 뒤 상승할 실적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상당수 여의도 증권가는 “그럼에도 너무 올랐다”며 2차 전지주에 비판적 입장이다. 앞서 2분기에 유진투자증권은 2차 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에 매도 의견을 냈다. BNK투자증권,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은 중립으로 투자 의견을 낮췄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12일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를 내면서 “너무 올랐다”며 “현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2분기에 매도 리포트가 잇따르자 박 전 이사와 증권사들이 2차 전지주 전망을 놓고 충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이사는 “증권사 리포트를 믿지 말라”는 말까지 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애널리스트들의 위상이 떨어지고, 반대로 돈을 벌어주는 투자은행(IB) 사업부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애널리스트는 IB에서 시키는 대로 글을 쓰는 부속품이 되어버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향후 10년 트렌드, 여전히 성장 여력 크다
하지만 3분기 들어 2차 전지주가 상승세를 타면서 증권사들의 매도 주장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의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자 대부분 증권사들이 관련 리포트를 내지 않았다. 특히 에코프로는 7월 18일에 111만80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황제주(주당 100만원짜리 주식)에 등극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종가 기준으로 주당 100만원짜리 황제주가 나온 것은 16년 만이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이사는 “전기차 전환이 향후 10년을 주도할 글로벌 트렌드”라며 “이 점이 K-배터리 주식이 오르는 긍정적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K-배터리 주식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기업의 주주 인원을 비교해 보라”며 “2차 전지주의 성장성은 유망한데 주주 수는 상대적으로 적어 앞으로 2차 전지주가 성장할 여력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면 될까. 박 전 이사는 ‘특정 종목만 올인하는 투자’를 경계했다. 그는 “어느 종목이 크게 이익을 줄지 모르기 때문에 K-배터리 8개 종목을 골고루 나눠 담길 권한다”며 “특히 주식 거래를 시작하는 초심자는 무조건 분산투자하는 습관을 들여야 위험이 분산된다”고 지적했다. 공개된 계좌에 따르면 그는 POSCO홀딩스,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세 종목에 주로 투자했다.



분산투자, 주식공부… 투자 책임은 모두 투자자 본인의 몫
특히 최근에 박 전 이사는 K-배터리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기도 했다. 그는 7월 29일 EBC경제채널에 출연해 “(7월)27일에 TIGER 2차전지소재Fn 1억원 어치, 28일에도 1억원 어치를 샀다”고 말했다. ‘배터리 아저씨가 고른 ETF’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개인 순매수도 몰렸다. “중국 전기차만 홍보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싫다”던 박 전 이사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시한 ETF에 투자한 배경을 두고도 관심이 쏠렸다.

이를 두고 박 전 이사는 “주식 투자에는 감정을 싣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수익성, 시장성, 성장세 등을 면밀히 봐야지 특정 기업에 대한 감정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투자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주식 투자에서 최종 결정은 투자자 본인”이라며 “그 결정에 대한 책임 또한 온전히 투자자 본인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에 따른 이익과 손실 모두 오롯이 투자자가 가지고 가는 것이란 것이다.

금양에서 퇴사한 박 전 이사는 주식 투자에 도움이 되는 책 출간을 준비 중이다. 그는 “스스로 공부해서 이 회사가 내년에 어느 정도 이익이 날지 등 실적을 추산해 보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을 판단하는 눈이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판단할 수 있는 눈이 없으면 주식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쉽게 버는 돈은 쉽게 사라진다”며 “주식시장도 공부 안 하는 투자자에게 공짜로 돈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ㅣ 덴 매거진 2023년 9월호
글 최훈길(이데일리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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