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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Aug 30. 2023

범인은 혈당 스파이크

우리 몸에 급격한 혈당 변화를 일으키는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 건강에도 빨간불이 들어온다.
혈당 스파이크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혈당 스파이크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혈당 스파이크는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탄수화물과 당을 무분별하게 섭취하고, 식사를 거른 후 허기를 견디지 못하고 폭식하면 혈당 수치가 요동을 친다.


당화 반응, 자유라디칼 그리고 이어지는 염증 반응은 우리 몸을 서서히 쇠퇴하게 하는 노화를 촉진하고, 단기적으로는 여드름, 수면장애, 편두통 등을 유발한다. 장기적으로는 2형 당뇨병, 치매, 관절염, 우울증, 불임 등의 가능성을 높인다.


혈당 스파이크가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을 소개한다. 



2형 당뇨병

2형 당뇨병은 세계적으로 창궐하는 병으로 5억 명이 이 병을 앓고 있고, 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 시트 2022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526만9000명이고, 당뇨병으로 이환될 수 있는 30세 이상 당뇨병 전단계 인구는 1497만 명으로 추정된다.


장기간 반복되는 혈당 스파이크는 2형 당뇨병을 유발한다. 포도당은 섭취한 음식으로부터 소화 흡수되는 당류로 우리 몸의 주된 에너지원이다. 식사를 하면 췌장에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체내 세포들이 혈중 포도당을 세포 내로 옮겨 혈당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는다.

체내 혈당 수치는 식사나 운동의 영향을 받으면서 계속 변하지만 보통 70~140mg/dL로 정교하게 조절된다. 그런데 음식을 먹은 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으면 인슐린은 더 자주, 더 많이 분비된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지면 공복 혈당 수치가 100mg/dL 이상인 당뇨병 전단계에서 126mg/dL 이상인 2형 당뇨병으로 병이 진행된다. 혈당 스파이크가 장기간 반복되면 체내에서 혈당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지 못해 2형 당뇨병이 유발되는 셈이다.

식사 순서 변경과 대근육 운동이 도움
2형 당뇨병은 염증성 질환이기에 혈당 스파이크가 일으키는 염증이 심할수록 증상이 더 악화된다. 따라서 평소 혈당의 변동성을 줄이고 최대한 일정하게 혈당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뇨병의 최고 주치의는 음식’이라는 말이 있다. 먼저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규칙적으로 일정하게 먹어야 한다. 아울러 사람마다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음식이 다르므로 자신의 혈당을 올리는 음식이 무엇인지 파악한 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식사 순서를 변경하면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음식 섭취 순서가 식후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도 있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일주일간 탄수화물, 단백질, 채소 순으로 섭취하도록 하고 일주일 후에는 거꾸로 섭취하도록 했다. 탄수화물을 먼저 먹는 경우와 채소를 먼저 먹는 경우에서 식후 한 시간 혈당이 73.8mg/dL 차이가 났다. 즉 식사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혈당 스파이크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에게 운동은 필수다. 당뇨병 병리 기전을 살펴보면 2형 당뇨병 환자의 문제는 인슐린 저항성이 인슐린 결핍보다 우세하다.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는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운동을 하면 인슐린 수용체가 증가해 혈당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김유림 운동 전문가는 “식사 후 전체 혈당의 60~70%는 근육으로 이동하는데, 혈당의 주요 소비처는 근육”이라며 “우리 몸에서 대근육 덩어리가 있는 하체를 운동하면 식후 높아진 혈당을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근육운동으로 혈당은 당화혈색소가 0.5~1.0% 이상 감소하며,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면 당화혈색소가 0.7~1.5% 이상 감소할 수 있다.



관절염

류마티스 관절염이란 결합조직, 특히 근육이나 관절 및 이와 관련한 구조에 염증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원인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력한 학설은 바이러스 감염이나 인체 방어 기전 혹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반 사람에 비해 당뇨병 환자에게 류마티스 관절염 질환 발생이 높은 비율로 나타나면서 혈당이 관절염 발병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류마티스 관절염 질환으로는 당뇨성 손관절증, 방아쇠 손가락, 뒤퓌트랑구축, 손목굴증후군, 유착관절낭염, 범발성 특발성 골격 과골증, 신경성 관절병증, 통풍성 관절염 등이 있다.

공복 혈당이 최적이라고 해도 혈당 스파이크는 경험할 수 있다. 혈당 스파이크가 있을 때 우리 몸에는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포도당을 이용해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자유라디칼을 분비해 과공급된 포도당을 일부 지방으로 전환한다. 그런데 혈당 스파이크로 중화되어야 할 자유라디칼이 너무 많아지면 몸이 산화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같은 과도한 양의 자유라디칼, 산화스트레스, 당화 반응은 우리 몸을 염증 상태로 만들어 몸을 더욱 늙게 한다. 특히 자유라디칼은 조직에서 많이 발견되는 콜라겐을 손상시킨다. 피부가 처지게 하고 주름을 만들며, 관절에 염증을 일으켜 류마티스 관절염, 연골 퇴화, 골관절염을 유발한다.

꾸준한 운동으로 노화 속도 늦추는 것이 중요
혈당 스파이크로 우리 몸에 염증이 많아지면 어깨관절에도 영향을 미친다. 영국 킬대학교(Keele University) 의대 관절염 진료센터 연구팀은 당뇨병과 오십견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관련 연구 논문 여덟 편을 종합 분석했다. 그 결과 5388명을 포함한 6편의 환자군-대조군 설정 연구 논문 분석에서 1형 또는 2형 당뇨병 환자의 오십견 발병률이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3.69배 높았다. 당뇨병을 앓으면 혈당이 높아져 혈액이 조직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이로 인해 어깨관절에도 염증이 유발되고 증상이 악화되어 오십견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관절염, 오십견 같은 관절질환을 예방하려면 뼈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높은 혈당은 뼈를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적절한 혈당을 유지하고,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탄수화물 대신 좋은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하는 것이 핵심인데, 단백질과 지방은 포도당이 주성분이 아니며 소화 흡수되는 속도도 느려 혈당 스파이크를 거의 유발하지 않는다. 또 단백질은 근육량을 늘리고 칼슘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

꾸준한 운동도 중요하다. 운동을 많이, 자주 하면 노화 속도가 늦춰지기 때문이다. 관절염이 있을 때는 무릎이나 발에 체중이 가해진 상태에서 과격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강도는 중저 강도로 지속해 근력 강화 운동 및 스트레칭과 함께 하루 20~60분 정도 주 3~4회 시행하는 것이 좋다.



치매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이 후천적인 다양한 원인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때로는 치매를 ‘제3형 당뇨병’ 또는 ‘뇌에 생기는 당뇨병’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혈당 수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혈당 변화는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혈당이 높으면 뇌혈관이 손상돼 혈관성 합병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그래서 당뇨 환자는 혈당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 혈관성 치매 위험은 2배, 알츠하이머 위험은 1.6배 더 높다.

인슐린 저항성도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혈당이 높으면 이를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을 더 많이 생산한다. 이에 몸속 인슐린 분해 효소는 인슐린을 분해하는 데만 집중한다. 그러면 인슐린 분해 효소의 또 다른 기능인 베타아밀로이드 분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베타아밀로이드는 독성 단백질로, 축적되면서 뇌신경 세포를 파괴해 인지기능을 저하시켜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인다.

저혈당도 치매에 영향을 미친다.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에너지가 뇌까지 도달하지 못해 뇌 손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 내분비학회 공식 학술지 <임상내분비대사 저널(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2형 당뇨병 환자가 중증 저혈당으로 한 번이라도 치료받으면 치매와 사망 위험도가 각각 50%, 29% 올라간다. 저혈당은 혈중 포도당 농도가 낮아진 상태다.

평소 혈당 관리가 치매 예방의 핵심
치매는 완치가 없는 질병이기 때문에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공복혈당 관리가 중요한데, 대한당뇨병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가 공복혈당 수치 변동성이 크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복혈당은 8시간 이상 금식 후 측정한 혈당 농도로 100mg/dL 미만이 정상이다. 연구에서는 공복혈당 변동성 크기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치매 발병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당뇨병 환자의 치매 발병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뇨병 자체가 아니라 혈당 관리였다. 즉 당뇨병 자체가 치매로 악화할 위험보다는 평소 혈당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치매 예방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평소 혈당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뇌의 혈액순환이 촉진돼 뇌 기능 개선 및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뇨 환자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치매 발병 위험이 전체 치매 18%, 알츠하이머 15%, 혈관성 치매 22%씩 감소했다. 특히 2년간 꾸준히 운동하면 발병 위험이 더욱 낮아져 전체 27%, 알츠하이머 26%, 혈관성 치매 38%까지 감소했다. 꾸준히 운동하는 등 평소 잘 관리하면 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할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위험도 낮추고, 치매 발병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참고 도서 <글루코스 혁명>(제시 인차우스페, 아침사과)


ㅣ 덴 매거진 2023년 9월호
글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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