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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Sep 01. 2023

자발적 1인 가구, 중년이 온다


2030세대가 이끌어온 1인 가구 시대는 가사를 돕는 테크놀로지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자유를 찾아 1인 가구를 자처하는 중년층이 유입되면서 분위기가 바뀔 전망이다.



한국의 대표 가구 유형은 이제 1인 가구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도 각광받고 있다. 혼자 밥을 먹거나 쇼핑 또는 여가 생활을 즐기고, 여행도 홀로 떠나는 등 혼자 활동하는 건 더 이상 부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1인 가구는 과거의 ‘독신’ 같은 부정적 의미로 호도되지 않는다. 오히려 ‘혼족’, ‘혼삶’ 등 긍정적 의미의 신조어가 매치되며 자유롭고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은 이런 내용이 담긴 ‘장래가구추계(2020~2050년)’를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가구 유형은 1인 가구가 31.2%로 가장 많고 그 뒤를 부부+자녀 가구(29.3%)와 부부 가구(16.8%) 등이 따랐다. 30년 후인 2050년이 되면 1인 가구는 39.6%로 비중이 더 커지고, 부부 가구(23.3%)와 부부+자녀 가구(17.1%)의 순위는 뒤바뀔 예정이다. 가구원 수가 적을수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확대되는 건 이제 메가트렌드가 된 셈이다.


이처럼 1인 가구의 증가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한국 역시 선진국과 같은 형태로 라이프스타일이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1인 가구화 현상은 유럽에서 먼저 시작됐다. 유럽연합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럽의 33%가 1인 가구다. 그중 1인 가구 비율 상위권에 속하는 나라는 노르웨이 46.9%, 핀란드 45.4%, 스웨덴 44.8%, 덴마크 44.3% 등으로 주로 북유럽 국가다. 이들 나라는 2000년대 초반 이미 1인 가구 비중이 40%대에 진입해 20년간 꾸준히 상승했다.


혼자 살며 겪는 고충은 기술 진화의 원동력


혼삶은 자유롭다는 게 장점이지만 그에 따르는 당면 과제도 만만치 않게 많다. 요리, 청소, 세탁, 쓰레기 처리 등 가사를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부터 문제다. 이 같은 고충은 1인 가구를 겨냥한 기업에는 블루오션이다. 문제해결을 위한 ICT 제품과 서비스, 마케팅, 상품 개발 등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시장에는 ‘솔로 이코노미’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솔로 이코노미의 가장 큰 특징은 ‘테크놀로지’다. 많은 1인 가구가 일상생활에서 겪고 있는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기술적으로 보완한 제품이 속속 등장했다. ‘스피커 그리드’와 ‘프리핸션’이 대표적인 예다. 스피커 그리드는 셰어하우스에 적용된 것으로, 개개인의 방에 놓인 스마트 스피커를 연결해 저마다 음성으로 사소한 지식과 경험 등을 공유하는 것이 포인트다. 요리나 청소, 동네 정보 등 생활 전반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는 셰어하우스의 커뮤니티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사람 간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1인 가구족의 니즈를 모두 반영한 것이다.


프리핸션의 경우 건물 여러 층에 산재한 샤워실, 주방, 거실, 운동실 등 공용 시설의 가용 여부를 시각화한 기술이다. 예를 들어 특정 공간을 이용하려고 할 때 무턱대고 갔다가는 줄을 서서 기다릴 수 있다. 또 다른 입주민과 마주칠까 봐 조심스러운 이도 있을 것이다. 프리핸션은 각 공간에 부착된 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인지해 해당 공간이 비어 있는지 여부를 미리 알려 준다. 허탕을 치거나 괜히 줄을 설 일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앞으로는 워케이션, 취미 활동, 여행이 키워드

솔로 이코노미의 또 다른 특징은 왕성한 구매력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국의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의 전국 500가구 중 월 가처분소득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인 가구가 32.9%로 가장 높았다. 이는 3~4인 가구(17.2%)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가처분소득은 소득 가운데 소비 및 저축 등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을 뜻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3~4인 가구에 비해 양육이나 가족 부담에서 자유로워 소비 여력이 더 크다고 해석했다.


주목할 것은 솔로 이코노미의 주체가 20대 후반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인 가구 중 30대 이하 비중은 36.7%(237만6000가구)로 가장 높았으나 2050년에는 70대 이상이 42.9%(388만 가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즉 점차 경제적 여건이 좋은 중년 이상의 계층이 1인 가구로 유입된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1인 가구의 주거 형태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변화는 이미 시작됐는지 모른다. KB금융지주의 ‘2022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만 해도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주택은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이었는데, 2022년에는 아파트(36.2%)가 차지했다. 2년 만에 좀 더 비싸고 살기 좋은 곳으로 주거 형태가 옮겨간 것이다. 거주 주택 규모는 여전히 초소형과 소형 비율이 82.9%로 높았다.


중년의 1인 가구 유입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경제적 문제를 위시해 비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된 2030세대와 달리 중년은 개인의 자유를 찾아 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된 이들이라는 점에서 솔로 이코노미는 지금까지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워케이션, 취미 활동, 여행 등을 두고 펼쳐지는 1인 가구 시장의 각축전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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