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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Sep 08. 2023

AI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의 등장

"환자 이상징후 놓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등장했다. 웨어러블 센서, 5G, 클라우드(Cloud), 머신러닝 및 딥러닝 기술이 집약된 만큼 새로운 의료 환경을 기대하게 한다. 해당 프로젝트를 주도한 임홍의 교수를 만나 그 비전에 대해 물었다.


Profile. 임홍의, 현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순환기내과 부정맥센터 교수, 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원 박사



새로운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웨어러블 센서, 5G, 클라우드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스마트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Smart Patients Monitoring System)’이라고 하는데 혈압, 심박수, 호흡수, 산소포화도, 체온, 심전도 등 환자의 생체 신호를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국내 최초 개발이라고 하던데

그렇다. 기존에는 유럽 및 미국 회사인 필립스 또는 제너럴일렉트릭이 제공하는 제품이 시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매우 고가인 데다 각 의료기관의 요구와 실정에 맞춘 제품으로 플랫폼을 변경해 제공할 수 없어 사용하는 데 불편이 컸다. 이에 맞춤형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많은 의료인이 공감했고, 그런 절실한 요구를 반영해 국내 스타트업 (주)씨어스테크놀로지가 자체 개발했다. 제품명은 ‘싱크(ThynC) 솔루션’이다.

경찰청 CCTV 관제센터 같은 싱크 솔루션 상황실


현장에는 어떻게 적용하고 있나?

현재 평촌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심장내과 병상에 적용했고, 별도의 상황실을 구축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상황실의 모습은 마치 경찰청의 CCTV 관제센터 같다. 커다란 전광판이 있고, 화면에 뜨는 각 환자의 상태를 한눈에 보며 대응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전광판을 통해 환자의 실시간 건강 상태뿐 아니라 병원 내에서의 동선까지 체크할 수 있어 환자 관리에도 매우 유용하다. 화면으로 특정 환자의 상태만 띄워 세부 사항을 볼 수도 있어 문제 발생 시 좀 더 신속하고 정밀한 대응도 가능하다. 이처럼 대면하지 않고도 환자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상황실을 ‘UPCC(Untact Patient Care Center)’라고 부른다. 이 모든 건 5G 정보통신망을 통해 클라우드로 연결되어 있기에 가능하다.


의료진과 환자, 저마다 갖는 이점이 있을까?

하나의 대형 모니터에 환자 26명의 실시간 정보를 띄울 수 있기 때문에 병동 워크 스테이션에 2~3개의 대형 모니터를 설치한다면 전문 의료진 한 명이 감당하는 환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 전문 의료진이 실시간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는 만큼 환자는 안심하고 병상 생활을 할 수 있고, 또한 예기치 않게 건강 상태가 악화될 경우 등에 대한 불안감을 현격히 낮출 수 있다. 


의료진 역시 좀 더 편리하고 빠르게, 더 많은 환자를 보살필 수 있다. 전염력이 강한 중증 감염 환자도 의료진이 환자와의 직접 접촉 없이 생체 신호를 실시간 획득할 수 있으니 2차, 3차 전염을 예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생체 신호 측정을 위해 반복적으로 방호복을 입고 벗는 번거로움도 줄임으로써 의료진이 더 많은 환자를 돌보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된다.

게이트웨이(안테나)와 웨어러블 센서를 설명하는 임홍의 교수. 센서를 부착하기만 해도 환자 데이터가 서버에 수집된다.


의사가 감당해야 할 환자 수가 늘면 진료가 그만큼 허술해지지 않을까?

환자 수가 늘어나는 만큼 의료진은 더 바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환자의 실시간 생체정보 데이터를 단순히 무선으로 의료진에게 전송하고 서버에 저장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알고리즘화해 각 환자의 상태가 설정된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 알람이 울리도록 했다. 애초에 의사가 환자 각자의 질병과 상태를 고려해 정상 범위를 환자 맞춤형 기본값으로 설정해 두는 게 핵심이다. 추후 그 범위를 벗어나면 병동 워크 스테이션에 근무하는 의료진뿐 아니라 담당 주치의 핸드폰을 통해 알람이 울려 의료진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심장 리듬을 데이터값으로 설정한 후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부정맥(심방세동, 심실조기박동, 심실빈맥, 심실세동 등)을 자동으로 진단하고 AI가 해당 데이터에 따라 환자를 분류한다. 그 과정에서 응급처치가 필요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해 알려준다. 그런 분류 작업을 ‘트리아지(triage)’라고 한다. 한마디로 시스템 속 AI가 의사의 비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수많은 환자를 알고리즘화하려면 데이터양이 어마어마할 것 같다

그렇다. 환자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 두고 생활하게 하는 방식이라 개개인의 라이프로그(lifelog) 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인다. 하지만 대다수 데이터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 없는 정보여서 모든 데이터를 저장할 필요는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싱크 솔루션에는 ‘오토 메디컬’ 기술을 적용했다. 실시간으로 수집된 모든 데이터 중 의무기록으로 남겨야 할 데이터만 걸러 자동으로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 차트로 넘어가도록 하는 기술이다. 시스템이 알아서 필요한 정보만 병원 전산망으로 보내주는 셈이다.


게이트웨이와 웨어러블 패치, 스마트워치


AI 혹은 기기가 넘긴 데이터에 오류는 없을까?

환자에게서 수집한 모든 데이터는 의료기관 전용 서버(Cloud 또는 on-Premis)에 우선 저장된다. 그중 의료진이 직접 측정한 생체 신호(혈압, 체온, 산소포화도 등)는 측정과 동시에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되도록 설계했고, 웨어러블 센서를 통해 실시간 수집되는 생체 신호 데이터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의무기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데이터만 따로 분류해 의료기관 전용 서버에 우선 일시 저장된다. 


이렇게 AI가 따로 분류한 데이터를 무조건 전자의무기록(EMR)에 모두 저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때는 의료진이 관여한다. 예를 들어 의료진은 의료기관 전용 서버로 넘어온 데이터를 보고, 환자의 전자의무기록에 저장할지 말지를 직접 판단해 업무를 수행한다. 저장할 경우에는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자동 저장되기 때문에 자료를 종이로 출력해 병원 의무기록실에 전달한 후 스캔 저장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현재도 국내 대다수 의료기관에서는 아직도 전자의무기록을 입력하기 위해 환자 데이터를 종이로 인쇄해 의무기록실에 넘기고, 그걸 문서 파일에 입력해 저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단순 업무를 없애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높인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 상태를 측정한 시간과 의무기록 입력 시간과의 상당한 시간 격차를 줄이고, 오기 등에 따르는 혼선을 원천적으로 제거한다는 점에서 의무기록 선진화에 크게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웨어러블 센서를 부착하고 생활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을까?

센서는 패치 형태이고, 무게가 10g 미만으로 가벼워 불편함이 매우 적다. 그냥 흉부에 붙여놓고 일상생활을 하면 패치를 전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착용감이 좋다. 패치를 부착하는 순간 환자의 생체 데이터는 블루투스 근거리 무선통신을 이용해 게이트웨이(안테나)로 송신된 후 5G 통신망을 통해 병원 전용 클라우드 서버에 데이터가 수집, 저장된다. 


이렇게 수집, 저장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병동 워크 스테이션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또는 의료진의 모바일기기로 전송되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이 설계되어 있다. 모든 프로세스가 무선 방식이므로 환자에게 자유를 부여하기도 한다. 패치를 흉부에 붙이고 있기만 하면 병상에 누워만 지내지 않아도 된다. 화장실이든 산책이든, 게이트웨이가 설치된 병원 내 어디로 이동하더라도 생체 데이터는 계속 수집되고 저장되고 실시간 모니터링된다. 


환자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의료진이 즉각 파악할 수 있겠다

그렇다. 환자가 갑작스럽게 쓰러지거나 응급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되더라도 의료진이 바로 알 수 있으니 의료진의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또 환자의 실시간 동선을 파악 가능한 만큼 환자의 위치를 찾기 위해 애 먹을 일도 전혀 없다. 왜냐하면 병원 내 설계도와 연계한다면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을 화면에 네비게이션처럼 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상황실에서는 의료진이 화면에 뜨는 각 환자의 상태를 한눈에 보며 실시간 대응한다.


‘싱크 솔루션’은 혁명적 시스템인 것 같다. 향후 비전을 전망한다면?


싱크 솔루션은 대다수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의 단점을 최대한 줄이고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미래 의학이 추구하는 바는 4P(Participatory, Predictive, Preventive, Personalized), 즉 참여, 예측, 예방, 맞춤형 의료다. 기존의 병원 중심 의료체계에서 환자 중심 의료체계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의료 시스템의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반드시 필요하고, 또 환자 개개인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적절한 의료 정보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의학적 피드백 또한 필요하다. 


이런 프로세스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단순노동을 최대한 줄여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요구된다. 또 다양한 생체 신호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보다 착용이 간편한 올인원 타입 웨어러블 센서의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스마트 환자 모니터링 플랫폼을 통해 많은 환자가 최고의 전문성을 보유한 의료진으로부터 보편적인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고 감히 예측해 본다.




ㅣ 덴 매거진 2023년 10월호
에디터 이영민(min02@mcircle.biz) 
사진 김동오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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