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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Sep 04. 2023

커뮤니티에선 사람을 만나고, 취미를 만난다

아웃도어 커뮤니티 '페어플레이' 도형호 이사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관심사를 명확히 안다는 점이다. 커뮤니티는 오직 관심사만 바라보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혼자 생활하면서 ‘나’에게 집중하는 이들이 있다. 싱글 라이프를 추구하는 이들은 본인의 취향을 명확히 알고, 공통된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임을 형성한다. 그런 의미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요즘, 커뮤니티 확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도형호 페어플레이 이사는 공동 창업자 권용근 대표와 함께 커뮤니티 서비스를 창업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어려운 이들을 위한 일도 소중하지만, 관심사를 즐기며 행복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일과 시스템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시대, 도형호 이사가 바라보는 커뮤니티 산업의 비전을 물었다. 


1988년생
페어플레이 이사   


커뮤니티에선 사람을 만나고, 취미를 만난다




‘페어플레이’ 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운동은 하고 싶은데 혼자 하기엔 심심한 사람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다. 등산이나 러닝 등 아웃도어 운동을 즐길 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앱을 통해 운동 모임을 자유롭게 개설하고 참여할 수 있다. 운동 코스나 용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SNS 플랫폼처럼 운동 사진을 공유할 수도 있다. 


변호사 출신인데, 어쩌다 운동 커뮤니티 서비스를 창업하게 됐나?

예전에 공동 창업자 권용근 대표와 같이 부산 여행을 갔다. 같이 시간을 보내다 아침에 러닝을 하게 됐는데, 해운대와 광안리 쪽으로 잡은 러닝 코스가 너무 좋았다. 한강에서 뛰는 것과 또 다른 재미였다. 러닝을 하고 난 후 권용근 대표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부산처럼 다른 지역에도 좋은 러닝 코스가 있지 않을까, 현지의 러너들과 모여 뛰면 재밌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찾아보니 당시엔 그런 커뮤니티 서비스가 없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우리가 만들어보자 하는 생각으로 페어플레이를 구상하게 됐다. 


평소에 러닝을 즐기는 편인가?

나도 보통 직장인과 다르지 않다.(웃음) ‘오늘은 운동 해야지’ 늘 결심하지만 막상 혼자 하려면 시작하기 쉽지 않다. 운동을 계획한 시간이 가까워지면 슬슬 핑계가 하나둘 생기고, 혼자 운동을 시작했다 해도 조금만 힘들면 금방 포기하게 된다. 아마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다.


누군가와 약속해 억지로라도 나가는 게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모르는 사람과 운동을 약속하면 핑계를 대고 빠지기 어렵다. 그리고 같이 운동하면 혼자 할 땐 금방 포기했을 법한 정도의 운동 강도도 이겨낼 수 있다. 


평소에도 다른 커뮤니티를 이용한 적이 있나?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운동 커뮤니티 외에도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고,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과거에도 지인의 추천을 받아 여러 소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소모임은 멤버가 정해지면 어느 정도 오랜 기간 동안 만난다. 그 모임은 기존 멤버끼리 친분이 생기다 보니 새로운 사람이 그 모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어렵다. 유명 독서 모임에도 가입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큰돈을 들이며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모임을 경험하며 장점과 단점을 몸소 체험하다 보니 자연스레 벤치마킹을 하게 됐다. 페어플레이도 ‘모임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하는 중이다. 


운동 커뮤니티가 다른 커뮤니티와 다른 점이 있나?

운동 커뮤니티는 이용자의 목적이 뚜렷하다. ‘운동’이라는 명분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사실 운동은 본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사람 입장에선 굉장히 힘들고 번거로운 작업이다. 그런데도 이 힘든 걸 하겠다고 나오는 사람은 다른 취미 모임에 비해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종목의 특수성으로 불순한 의도가 있는 사람들이 일차적으로 걸러진다.


또 사람이 같이 힘들고 땀 흘리면 묘한 교감이 생긴다. ‘전우애’라 해야 할까.(웃음) 그래서 대체로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난다. 혹여 나랑 조금 안 맞는 사람과 함께 운동을 하거나 불편함을 주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적어도 운동은 했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최소한의 만족도는 보장되지 않나 싶다. 


페어플레이가 여느 운동 동호회와 다른 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페어플레이는 지속적으로 모이는 동호회가 아니다. 단순히 ‘오늘 저녁에 뛸 사람’을 모아 목표 인원이 되면 바로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그 때문에 운영진에 의해 좌지우지되거나 인간관계 문제로 모임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없다.


단발성 모임이라고 보면 쉽다.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니 굳이 뒤풀이를 하거나 매주 꼭 나가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냥 본인과 운동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내가 원할 때 운동하면 된다. 일회성 모임이다 보니 오히려 이런 시스템이 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모임에 참석한 개개인끼리 친분을 쌓는 건 막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시스템을 구축하고, 쉽게 모일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집중할 뿐이다. 실제로 모임에서 친해져 같이 운동을 나오는 사람도 있다.


커뮤니티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고객 만족이다. 결국 이용자들이 다시 방문하고, 주변에 추천해 모임이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팀원이 직접 운동 모임에 익명으로 참여해 서비스를 체험한다. 이용자 입장에서 모임을 체험하고, 모임의 분위기나 서비스의 부족한 점을 파악해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직접 모임에 참여하곤 하는데, 가끔은 나를 알아보는 분도 계시다. 그 분들이 서비스에 만족한다며 응원의 말씀을 해주실 때 보람을 느낀다.   


커뮤니티 서비스는 고객 만족이 우선이다.
앱에 접속해 운동 모임을 선택하고, 체험 후 집에 갈 때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만족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사람이 만족해서, 사람이 모여야 가능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당연한 답인가.(웃음) 페어플레이는 그런 측면에서 ‘운동’이라는 좋은 명분이 있지 않나 싶다.


실제로 사람과 교류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찾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이용자도 페어플레이에선 어쨌든 ‘운동’이라는 콘셉트가 있고, 우리 커뮤니티만의 ‘톤 앤 매너’를 중시하다 보니 모임에 큰 해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여러모로 건강한 커뮤니티의 모습을 갖춰가는 중이다. 


커뮤니티의 톤 앤 매너를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앱의 ‘신고’ 기능과 ‘리뷰’ 기능에 집중한다. 아무래도 일회성으로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물을 흐리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한다. 페어플레이 앱에선 모임에 참가한 이용자에 대해 ‘리뷰’를 남기는 기능이 있다. 이러한 리뷰 기능을 통해 악성 이용자를 빠르게 필터링할 수 있다. 그리고 저희 팀원도 주기적으로 모임에 참석해 모임 분위기를 같이 만들어가려고 노력한다. 



근원적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이 그리워 커뮤니티를 찾는다고 생각한다.
현대인은 온라인을 통해 무수히 많은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소통한다.
이런 때일수록 직접 얼굴을 대면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커뮤니티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커뮤니티 특성상 모임 분위기 관리가 가장 어려울 것 같다

커뮤니티 서비스의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그래도 초기에 모임 분위기를 잘 갖춘 상태에서 회원 수가 많아지다 보니 자체적으로 모임의 균형이 잡히기 시작하더라. 사람이 많아지면 커뮤니티 분위기가 잡히는데, 이 분위기가 긍정적 방향으로 유지되면 악성 이용자가 모임에 섞이기도 어렵고, 모임원들이 자체적으로 중재해 주시기도 한다.


이렇듯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활동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 ‘멤버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페어플레이의 커뮤니티 활동을 SNS에 올려주시고, 모임을 이끄는 데 도움을 주시는 분들께 자체적으로 굿즈를 제작해 드린다. 저희 커뮤니티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작은 선물인 셈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요즘, 커뮤니티가 어떤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하나?

자신의 취미를 보다 확고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지 않을까. 취미를 즐길 수 있을뿐더러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소통하니 외로움을 달랠 수도 있다. 혼자 자유롭게 지내다 보니 남들보다 취미를 마니악하게 즐길 수도 있다.


실제로 싱글 라이프를 사는 이용자 중에게 감사하다는 응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커뮤니티 서비스 덕분에 자신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아져 고맙다는 말이었다. 


커뮤니티는 사람이 모여야 운영되지 않나. 이용자를 끌어 모으는 마케팅 전략이 있나?

스타트업인 만큼 처음엔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웃음) 마라톤 대회장에 가서 물과 음료를 나눠주며 홍보하고, 인왕산이나 청계산 등 직접 산에 올라 등산객을 상대로 홍보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홍보 앰배서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인플루언서들이 모임을 리드하며 모임원과 재미있게 운동하고, SNS 홍보를 통해 인플루언서들도 성장하는 방식으로 ‘윈윈’ 하는 전략을 운영 중이다. 


IT 발달이 커뮤니티 서비스 운영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당연하다. 페어플레이의 주력 운동 종목인 등산만 해도 과거에는 중장년층이 주로 쓰는 웹사이트를 통해서나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등산 셔틀버스도 홈페이지에서 직접 노선을 확인해야 했고, 결제도 계좌이체만 가능하는 등 불편함이 많았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시대이지 않나. 페어플레이 앱을 통해 등산 동선이나 노선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앱에서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쉽게 예약할 수도 있다. 올해 초부터는 ‘카카오 모빌리티’와 협업해 ‘등산 셔틀버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 각자의 운동 성향을 파악해 다음 운동을 추천해 주는 ‘운동 큐레이션’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런 기술이 적용되면서 등산으로 유입된 이용자도 페어플레이 앱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운동을 접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아무래도 등산은 중장년층이 주로 즐기는 운동이다. 2030세대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생각보다 세대 간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페어플레이가 기본적으로 앱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중년층 이용자라 해도 우리 서비스에 직접 가입하고, 모임을 선택할 정도면 대체로 2030세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또 운동이 취지인 모임인 만큼 모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어 음식을 나누며 즐겁게 소통하는 편이다.


출처 페어플레이 공식 홈페이지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요즘, 커뮤니티 서비스 산업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싱글 라이프를 선택한 사람들은 취향의 눈높이가 높은 편이다. 취향에 깊이 빠져들 줄 알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취향을 파악하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주를 이룰 거라 생각한다. 이용자가 직접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서비스를 찾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가 자체적으로 이용자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커뮤니티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하자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뮤니티에 일단 참석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낯선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입문이 가장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요즘 커뮤니티는 사람보다는 모임의 취지에 집중하는 편이다. 자신의 관심사가 있다면 일단 나가 체험해 보는 것이 좋다. 막상 한 번 나가면 사람 만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고, 더 재미있게 관심사에 빠져들 수 있을 거다. 


페어플레이의 목표가 있다면?

‘등산’ 하면 ‘페어플레이’가 떠오르는 서비스로 만들고 싶다. ‘중고 거래’ 하면 ‘당근마켓’, ‘배달 음식’ 하면 ‘배달의 민족’이 떠오르지 않나. 페어플레이가 아웃도어 커뮤니티 서비스의 최고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ㅣ 덴 매거진 2023년 9월호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사진 한도희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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