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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Sep 04. 2023

홈 오피스에서 재능을 펼치는 프리랜서 백정미

싱글라이프 '홈 오피스' 인터뷰

일러스트레이터. 영화감독, 연극 연출가, 미술 작가, 작곡가. 한 사람의 재능이라기엔 너무나 방대하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혼자만의 삶도 바쁘게 돌아간다. 홈 오피스는 그의 집이자, 단독 무대다.


다재다능한 건 때론 피곤하다. 할 줄 아는 게 많다는 건 바쁘게 지낼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백정미 씨가 딱 그렇다. 지쳐 나가떨어질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휴식보다 일을 더 많이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가 집에 개인 스튜디오를 차린 건 순전히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창작 활동을 하는 그에게 홈 오피스는 좀 더 많은 작업 시간을 부여했고, 자유를 얻었으며, 창의적 영감을 떠올리게 했다. 백정미 씨의 싱글 라이프는 그렇게 일과 성장으로 점철된, 30대 초반의 드라마 같다.   



 1989년생
일러스트레이터 겸 콘텐츠 기획자
 

나만의 공간에서,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현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고, ‘모자란다’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모자람’이라는 단어가 포괄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일러스트 작업을 주로 맡는다. 비건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관련 콘텐츠도 제작한다. 과거에는 작곡가와 미술 작가로도 활동했고, 영화와 연극 연출을 하기도 했다. 창작을 좋아해서 여러 예술활동을 했다.

지금은 ‘스튜디오 녹록’이라는 이름의 홈 오피스를 마련해 4년째 살고 있다.


홈 오피스를 차린 이유가 있나?

일을 할 때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직장에 취업해 여러 사람과 한 공간에서 일을 하기도 했었는데, 쉽지 않았다. 내가 직접 기획하고, 창작하는 일이 체질에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카페나 공유 오피스 정도만 되더라도 일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애초에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위해 독립된 공간을 구할 생각이었다. 상가나 사무실 공간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마감 기한이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업무 특성상 밤에도 일할 때가 많았다. 또, 일러스트 업무뿐 아니라 커뮤니티도 운영하다 보니, 아무래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간이 여유롭고, 밤에도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다가 홈 오피스를 마련하게 됐다.


생활과 업무를 병행하는 공간이다 보니 혼자 살기엔 꽤 큰 편이다. 비용 부담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편이다. 그래도 직장에 다닐 때부터 독립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예산을 미리 마련했다. 직장인은 아무래도 수입이 고정적이기 때문에 예산을 짤 때 수월했다. 계획했던 금액을 모으고 나서야 직장에서 퇴사하고 홈 오피스를 마련했다. 다행히 퇴사 이후에도 다양한 거래처에서 의뢰가 들어와 비용 부담이 생기진 않았다.(웃음)


싱글라이프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싱글라이프의 장점은 엄마가 없다는 것, 단점도 엄마가 없다는 것이다.(웃음) 스스로를 먹여 살려야 한다. 아무리 힘들고 몸이 아픈 상황이 오더라도 스스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때론 서럽다. 그럼에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모든 단점을 상쇄하는 것 같다.


내 눈에 닿는 모든 공간을 취향 것 꾸밀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지금 머무르는 공간에 처음 들어왔을 때, 식탁등의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등을 떼고 전선을 끌어와 새로운 위치에 조명을 달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

그렇다. 애초에 프리랜서를 하고자 마음먹은 데는 나라는 사람이 창작을 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혼자 일하면 창작할 시간이 많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회사 일보다 집안일이 더 많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웃음) 또, 혼자 살다 보니 안전도 우려됐다. 생활하면서도 집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는 등 안전에 유의하며 살고 있다.




혼자 생활하는 데 외롭진 않나?

아직은 혼자 지내는 이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 독립된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구가 1순위가 되다 보니, 내 의지대로만 생활할 수 있어서 편하다. 다만, 일을 마친 후 쉴 때는 적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외로움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

식물을 키우는 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식물은 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게 보인다. 이들을 돌보면서 간접적으로 생명력을 느끼다 보면 외로움이 많이 상쇄되는 것 같다.


또, 이 곳 ‘스튜디오 녹록’의 규칙이 있다. 방문하는 사람은 모두 방명록을 써야 한다.(웃음) 방명록을 보면 이 곳에 다녀간 사람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어서 외로움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된다.



내 공간은 점점 나 자신을 투영하는 장소가 된다.
평소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전시하거나, 음악을 틀어 놓을 수도 있다.
혼자 생활하면 취향이 확고해지고,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 같다.




혼자 재미있게 살기 위한 루틴이 있다면?

재미있게 살려면 ‘루틴’하지 않아야 한다. 나태해지지 않으려면 규칙적으로 살아야 하지만, 그러면 지루해지기 쉽다. 생활 규칙 안에서도 조금씩 변화를 주며 자유롭고 다채롭게 생활하는 게 좋다. 나는 날이 좋을 때면 한강에서 자전거를 조금 타고, 야외에서 일하기도 한다. 요즘은 스마트 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지 않나. 


여유가 생기면 아예 지방으로 워케이션을 떠나기도 한다. 해변가 파라솔 밑에서 편한 옷차림으로 일하다가, 더우면 바다로 뛰어 들어가 수영 좀 하고, 또 나와서 일하기를 반복한다. 주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어 행복하다.


직접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대해 설명해달라

‘청귤감귤살롱’이라는 이름의 비건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처음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커뮤니티에 가입하고자 찾아봤는데, 마땅한 커뮤니티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들었다.(웃음) 지금은 큰 단체에서도 비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곳이 많아 상대적으로 작은 커뮤니티가 됐다. 그래도 커뮤니티를 운영하다 보니 관련 단체와 협업하는 일도 생기고, 행사에 초대받기도 한다.


평소에도 다양한 커뮤니티를 즐기는 편인가?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관련된 커뮤니티부터 찾아보는 편이다. 커뮤니티는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만 모이다 보니 빨리 친해질 수 있고,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정보는 결국 사람한테 얻는 게 가장 유용한 것 같다. 지금은 직접 운영하는 커뮤니티 외에도 프리랜서 예술가를 위한 커뮤니티에도 속해 있고, 최근에는 농구에도 관심이 생겨 농구 커뮤니티도 다니는 중이다.




홈 오피스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출퇴근이 쉽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웃음)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 싱글라이프를 선택했는데, 여러 사람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선호한다는 부분이 흥미롭다

싱글라이프는 타인의 방해 없이 개인의 자유를 누리는 삶이지, 모두에게서 떨어져 외톨이로 사는 삶이 아니다. 개인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원가족과 자아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에 독립을 선택하는 거다. 싱글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각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다양한 커뮤니티가 생길 거라 생각한다.


싱글라이프 선배로서, 추천하는 편인가?

웬만하면 모두가 싱글라이프를 경험해 보길 권한다. 남은 생을 혼자 살고 싶은 사람은 물론이고, 혼자 살 계획이 없는 사람도 인생에 한 번쯤 혼자 살아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자신의 자아를 선명하게 알 수 있다. 내 취향이 무엇이고, 내가 무엇을 참을 수 있고, 참지 못하는지 경험해봐야 나와 생활 감각이 맞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점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지 않나.
입체적인 나의 일부와 동일한 색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나의 색이 더 짙고 깊어질 수 있다.
나와 비슷한 면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시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가 생활하는 게
이상적인 싱글라이프가 아닐까.



홈 오피스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본인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꼭 한 번은 살아보는 게 좋다. 고민만 하지 말고 혼자 살아보길 권한다. 단, 무턱대고 나오지 말고 철저히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예산이 가능한지, 적당한 공간은 있는지 살펴본 후 은행의 대출 상품과 국가 지원 사업도 살펴보는 게 좋다. 자유는 쉽게 얻을 수 없는 법이다.(웃음)




ㅣ 덴 매거진 2023년 9월호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사진 한도희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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