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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Sep 12. 2023

포카,생카,예절샷?
Z세대는 이렇게 덕질한다

브로마이드 모으고, 책받침 사던 시대는 안녕.
젠지(Gen Z·1995년~2010년 사이 출생)들의 톡톡 튀는 덕질 이야기.



◼︎ 포카 부적 - "최애야, 잘 오고 있니?"

아이돌 앨범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CD, 포토북그리고 포토카드(이하 포카’).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포카다포카는 각 앨범마다 랜덤으로 한 장씩 들어 있는데이 때문에 다인원 그룹의 팬인 경우 최애(最愛멤버의 포카를 얻기가 매우 힘들다그래서 팬들이 만들기 시작한 것이 바로 포카 부적앨범에서 최애 포카가 나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노란색 바탕에 붉은색 글자를  나름 부적의 모양새도 갖췄다앨범을 주문하면 팬들은 스마트폰 갤러리에 포카 부적을 모셔 놓거나 트위터에 업로드하며 최애가 집을  찾아와 주길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 탑꾸 - "최애 포카, 더 예쁘게"

‘탑꾸’란 ‘탑로더 꾸미기’의 줄임말이다. 위가 뚫려 있어 카드를 넣어 보관할 수 있는 탑로더에 포토카드를 넣고, 그 위를 예쁘게 꾸며 주는 것이다. 어렵게 얻은 최애 포카를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포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주 목적이다. 탑꾸의 주 재료는 스티커와 비즈, 생크림 같은 질감의 컬러 본드. 팬들은 동대문 부자재 상가에서 재료를 직접 구입해 탑로더를 꾸미기도 하고, 트위터 등에서 꾸며져 판매되고 있는 탑로더를 구매하기도 한다. 탑꾸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 응꾸(응원봉 꾸미기) 붐이 일기도 했다.
 

◼︎ 예절샷 - "잠깐, 먹기 전에 포카부터 꺼내요"

사진=유튜브 '스튜디오 룰루랄라 디랩' 캡처

덕질하는 사람들은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면, 숟가락보다 예쁘게 꾸민 포카와 휴대전화를 먼저 집어 든다. 포카와 음식이 한 컷에 담긴 사진, ‘예절샷’을 찍기 위해서다. 예절샷이란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경우 응당 트위터에 공유하는 것이 옳다는 문화인 ‘트위터 예절’에서 유래된 말인데, 케이팝 팬들이 음식과 최애 포카를 함께 놓고 찍으면서 현재의 예절샷 문화로 굳어졌다. 맛있는 음식을 덕후들과 함께 먹었다는 사실을 기록하거나, 덕질하는 사람들과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 예절샷의 목적. 예절샷을 유행시킨 건 케이팝 팬들이지만, 이제는 스포츠,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덕질 문화로 자리잡았다. 트위터에 ‘예절샷’을 검색하면 야구선수나 애니메이션 주인공 포카를 들고 찍은 사진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프린팅 박스 - '비공굿'의 세계로

사진=프린팅박스 공식 인스타그램

어느 장르든 ‘비공굿’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비공굿’이란 ‘비공식 굿즈’의 준말. 말 그대로 소속사 등에서 공식적으로 내주는 굿즈가 아닌, 팬들이 자체 제작한 굿즈를 일컫는 말이다. 비공굿은 대체로 직접 그린 그림이나 2차 가공한 사진들이다. 요즘 팬들이 이러한 비공굿 인쇄를 위해 자주 찾는 것은, 무인 인쇄기인 ‘프린팅 박스’. 프린팅 박스는 24시간 동안 유효한 인쇄 코드를 알고 있으면 해당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출력 공유 서비스로, 편의점 등에서 이용할 수 있다. 트위터나 각종 커뮤니티의 덕후들은 이곳에서 창작물을 인화해 판매하거나, 인쇄 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자신이 만든 굿즈를 소장할 수 있도록 한다.

 

◼︎ 인형 경락 - 최애 인형 예뻐해 주는 법

사진=트위터 '솜묭실' 계정 캡처

지류 굿즈를 제외하고, 팬들이 가장 흔히 구입하는 것은 인형이다. 일반적으로 최애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귀여운 동물 인형을 자체 제작해 공동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인형을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내다 보니 털 정리가 되어있지 않거나 솜의 위치가 뒤틀려 있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런 인형들을 경락하듯 예쁘게 재정비해주는 계정이 따로 존재한다. 대부분의 계정이 전 과정을 유료로 진행하며, 마치 미용실처럼 시술 컷을 제공하기도 한다. 스스로 최애 인형을 예쁘게 관리해 주고 싶은 이들을 위해, 온라인 클래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에는 인형수선 및 경락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는 강좌가 열리기도 했다.

 

◼︎ 생카 - 주인공이 오지 않아도 즐거워

최애의 생일이 다가오면, 덕후들은 바빠진다. ‘생카’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생카’란 ‘생일 카페’의 준말로, 아이돌이나 애니메이션 주인공 등의 생일을 기념하는 카페다. 생일을 맞은 이의 멋진 사진을 갤러리처럼 전시해 두고, 그의 얼굴이 그려진 컵홀더에 담긴 음료를 마시며, 예절샷을 찍으며 마음껏 덕질 이야기를 하는 곳이 바로 생카다. 요즘에는 카페 뿐 아니라 주점이나 음식점을 빌려 생일을 기념하기도 하는데, 주인공은 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뭐 어떤가. 최애의 아름다운 얼굴과 덕질의 즐거움을 아는 이들이 가득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즐거운데.

 

◼︎ 네컷 사진 - 최애와 투샷 남기기

사진=포토이즘 공식 인스타그램

최애와 함께 서서 단둘이 사진을 찍는 것. 상상해 본 적도 없는 그 일이 '네컷' 사진 포토부스에서는 가능하다. 인생네컷과 포토이즘 등 즉석사진 브랜드에서는 아이돌이나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포토 프레임을 공개한다. 프레임은 대부분 함께 하트를 만들거나 마주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는데, 표정이나 포즈가 자연스러워 합성 같은 느낌이 적다. 뿐만 아니라 소위 ‘금손’이라 불리는 창작자들이 프레임을 직접 만들어 배포하기도 한다. 최애와 함께 여러가지 콘셉트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에 푹 빠진 팬들은 특별한 날이면 꼭 포토부스를 찾는다.

 

◼︎ 플리 만들기 - 서사 한 편이 뚝딱

사진=유튜브 '김춘자' 캡처

최애나 캐릭터에 이야기를 부여하고 싶은 팬들은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 예를 들어 ‘슬램덩크’ 등장인물인 송태섭이 들을 법한 음악으로 플레이리스트를 꾸린다거나, 아이돌 멤버의 흑백사진을 썸네일로 설정한 뒤 ‘할머니의 첫사랑’과 같은 제목을 붙여 그에 맞는 곡을 골라 보는 식이다. 음악을 들으며 팬들은 해당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하고, 그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나간다. 실제로 ‘할머니의 첫사랑’ 플레이리스트 댓글 란에는 도련님과 편지를 나누는 내용, 도련님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짤막한 창작 소설들이 가득하다.



ㅣ 덴 매거진 2023년 10월호
에디터 김보미(jany6993@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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