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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Sep 12. 2023

서울 절경을 걷는 '역사 트레킹' 곽동운 작가

역사를 알면 서울이 새롭다

서울 도심에서도 역사 문화재를 찾아 걷는다.
역사를 좋아하고, 걷기를 좋아해 ‘역사 트레킹’이라는 이름으로 트레킹을 이끄는 그의 이야기.



Profile
곽동운
1975년생
역사 트레킹 마스터


서울을 걷다, 역사의 곁에서.


도심에 살면서 문화재를 탐방하고자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역사 트레킹’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을 걷는 이가 있다. 곽동운 작가를 독립문역 앞에서 만났다. 함께 안산 트레킹 코스를 거닐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한양도성과 주변의 암사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이들의 시대 배경과 역사적 의미를 열렬히 설명했다. 그런 그를 보고 있자니 어떤 사명감마저 들었다.





‘역사 트레킹 마스터’라는 명칭이 독특하다

역사 트레킹 프로그램을 이끄는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트레킹이라는 운동을 리드하면서 문화 역사 답사도 하고, 역사 해설도 하게 된다. 복합적인 일을 맡다 보니 ‘가이드’보다는 ‘마스터’라는 명칭으로 표현하게 됐다.

‘역사 트레킹 마스터’를 줄여 표현하면 ‘역마’가 된다. 스스로 역마살 낀 사람이라 생각하기에, 적절한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웃음) 


트레킹과 역사를 접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한순간에 빠져버렸다. 원래부터 역사를 좋아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번은 등산 동호회에 참여해 산에 올랐다. 산을 오르면 보이는 산속 암자와 탑을 보고 왠지 모를 벅찬 감정이 느껴질 정도로 좋았다. 나는 이 탑이 어쩌다 여기 있는 건지, 이 암자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어떻게 존재했는지 등 역사적으로 궁금한 게 많았다. 하지만 등산을 리드하는 가이드에게 물어봐도 모르더라. 함께 걸으며 이런 문화재를 설명해 주는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들었다. 


원래부터 걷는 걸 즐겼나?

처음엔 등산과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먼저 즐겼다. 트레킹은 즐기기 시작한 건 2010년 이후다. 당시 우연한 계기로 ‘삼남길 개척단’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삼남길’이란 서울에서 시작해 충청, 전라, 경상의 삼남 지방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이때 도보 트레킹의 재미를 붙여 본격적으로 걷기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무엇을 보고싶어 떠나는지에 따라 트레킹에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봄에 꽃을 보러 떠나면 들꽃 트레킹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
나는 문화재를 보고자 떠나는 것이 좋다.
역사가 시간을 멈춘 채 나를 기다리는 듯하다.


트레킹의 어떤 매력에 빠지게 되었나?

포용력이 넓다고 해야 할까. 누구나 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걸을 수만 있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등산과 다르게 몸이 힘들지 않아 다양한 체험을 겸할 수 있다. 나는 역사가 좋아 역사 트레킹을 시작했지만, 지질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국내 지형지물을 보러 가는 지질학 트레킹을 떠날 수도 있다. 건강과 지식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셈이다. 


트레킹과 등산의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등산은 수직 운동, 트레킹은 수평 운동이라고 한다. 둘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국내에서 등산과 트레킹은 그 의미를 혼용하는 편인데, 평지가 많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부분 땅이 산이기 때문이다.

결국 트레킹도, 등산도 걷는 행위인 건 마찬가지다. 트레킹 프로그램을 리드하다 보면 ‘이거 등산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많다.(웃음) 



서울에서 역사 트레킹을 진행하는 이유가 있나?

현실적인 이유로는 접근성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코스를 정할 때도 ‘대중교통으로 시작해 대중교통으로 끝나는 코스’를 추구한다. 트레킹은 마음의 부담을 덜고 가볍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입문자도 편한 마음으로, 손쉽게 대중교통으로 오갈 수 있도록 신경 쓴다.

또 개인적인 바람도 이유 중 하나다. 서울에도 문화재와 암자가 많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손상되거나 특정 지형지물이 가진 의미 등 이들이 현재까지 존재하면서 겪은 역사적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 


트레킹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있나?

역사 트레킹이라는 이름으로 코스를 정하다 보면 트레킹 난이도가 다소 높을 때도 많다. 아무래도 문화재나 역사적인 장소가 험지에 위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트레킹 하면 등산보다 쉽다는 인식이 강해서 공원을 산책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오는 사람도 있다. 한 번은 어떤 수강생이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오더라. 하필 그날은 코스의 난도가 다소 높았다. 특정 지점에선 경사가 가팔라 거의 기어 올라가다시피 해야 했다. 그래서 코스를 걷는 동안 혹여 넘어지진 않을까 내내 조마조마했다. 그래도 무사히 코스를 완주하더라.(웃음) 



인상 깊은 역사 트레킹 코스가 있나?

길상사를 좋아한다. 법정 스님이 주석했던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이 느껴지는 듯하다. 특히 길상사에서 시작해 북악산의 북악하늘길 2·3산책로를 거치는 코스를 좋아한다. 이 길은 무장 공비 코스, 속칭 ‘김신조 루트’라고 부른다. 길 이름은 살벌한데, 역설적으로 풍경은 굉장히 아름답다. 서울에 이 정도로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있나 싶을 정도다. 풍경이 아름답고, 전망대 위치도 좋다. 이 코스로 역사 트레킹 프로그램을 이끈 적이 있는데, 다녀간 사람 중 만족하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다. 서울의 단풍 명소로 추천한다. 



적어도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서울의 역사적 장소에 대해 알고 있으면 좋겠다.
내가 서울의 역사 트레킹을 이어가는 이유이자 바람이다.


트레킹 입문자를 위해 조언을 한다면?

본인의 운동 능력을 파악하고 코스를 정하기 바란다. 트레킹이 다소 난도가 낮은 운동에 속하는 건 사실이다. 다만 서울에서 트레킹 코스를 정하면 계단이 많거나 산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단풍 명소로 추천한 ‘김신조 루트’도 마찬가지다. 또 지형에 따라 신발을 달리 신어야 할 수도 있다. 막연히 시작하기엔 고려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본인의 운동 능력을 먼저 파악하고, 언덕이나 계단이 적은 쉬운 코스로 먼저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쉬운 코스로 한두 번만 다녀와도 본인에게 어떤 코스가 적합한지, 신발은 어떤 걸 신어야 할지 감이 올 거다.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트레킹 코스가 있나?

안산 자락길 코스를 추천한다. 서울에서 트레킹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다녀왔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안산 자락실 코스로 가다 보면 봉원사라고 천년 고찰이 있는데 풍경이 아름답고, 코스 난도도 낮은 편이다.

독바위역에서 시작해 북한산 둘레길로 가는 코스도 추천한다. 북한산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진관사라는 사찰을 볼 수 있다. 천년 고찰로, 이곳은 사찰 음식 명소로 유명하다. 코스 대부분이 평지라서 입문자가 처음 트레킹을 다녀오기 좋다. 


추천하는 역사적 명소가 대부분 사찰이다

불교 신자는 아니다.(웃음) 우리나라에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는 대부분 불교와 연관됐다. 간간이 가톨릭 성지를 가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코스를 정하다 보면 사찰을 많이 찾게 된다. 


문화재를 방문한다는 특징이 외국인에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 같다

아직 외국인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은 없지만 도전해 보고 싶다. 외국인 여행객 방문이 잦은 게스트와 협업해 역사 트레킹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자 기획 중이다. 외국인 여행객은 경복궁처럼 유명한 고궁을 둘러보거나 남산을 가는 게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서울 곳곳에 있는 유서 깊은 문화재를 알려주고 싶다. 다만, 그러려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서 조금 걱정이다.(웃음)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지적인 트레킹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고 싶다. 대부분 동호회는 운동만을 목적으로 하거나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그러다 보니 트레킹을 하면서 볼 수 있는 풍경이나 문화재를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트레킹을 하면서도 역사 박물관에 방문하거나 역사책 독서 모임을 하는 등 건강을 챙기면서도 지적 충족감을 얻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ㅣ 덴 매거진 2023년 10월호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사진 김덕창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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