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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Oct 04. 2023

따라하고픈 상류층 패션, 올드머니 룩

Y2K는 가고, 올드머니 룩의 시대가 왔다.

고급스러운 소재의 실크 스카프, 우아하고 깔끔한 화이트 셔츠, 클래식한 디자인의 토트백, 미니멀한 블랙 드레스···


2000년대 길거리에서 튀어나온 듯한 Y2K패션 붐이 사그라들고, 조용하면서 호화로운 패션인 ‘올드머니 룩’이 패션계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Z세대가 활발하게 사용하는 틱톡에서는 '#oldmoney' 해시태그의 조회수가 무려 9.4억 뷰를 기록했다. 풍성한 금발에 우아한 올드머니 룩을 입은 AI 모델 펠리(Feli)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는 32만 명에 달한다.

ⓒ feli.airt, Dani Michelle

‘올드머니(Old Money)’의 사전적 정의는 ‘상속받은 재산’이다. ‘올드머니 룩’은 세대를 거듭해 부를 축적한 상류층의 패션 스타일을 일컫는다. 우리나라 식으로는 ‘금수저 룩’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다이애나 비나 케네디 가문,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 등 상류층 여성들의 정적이면서도 기품 있는 로열 패션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올드머니 룩의 핵심은, 부를 애써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브랜드 로고가 들어가 있거나 화려한 컬러로 장식된 옷보다는 로고가 숨겨진 코트나 모노톤의 셔츠를 스타일링하는 식이다. 로고 없이 심플한 옷인데 가격을 알고 나면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그런 스타일이랄까. 그래서 올드머니 룩은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올드머니 룩이 하루 아침에 유행하게 된 건 아니다. 국내외 재벌가나 상류층 여성들의 패션은 늘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공식 석상에서 든 백은 어떤 디자이너의 작품인지, 네크라인을 수놓은 우아한 목걸이는 얼마인지, 질 좋은 화이트 셔츠는 어떤 브랜드의 제품인지. 실제로 미국의 전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재클린 케네디 스타일’ 의상인 랄프 로렌의 하늘색 투피스를 입고 나온 사실이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자녀의 졸업식에서 입은 샤넬의 트위드 재킷과 주주총회에서 무심하게 걸친 알렉산더 맥퀸 케이프, 결혼식에서 든 데스트리 백 역시 기사화되며 화제를 모았다.


ⓒ HBO
ⓒ Sofia Richie Grainge, Kylie Jenner

클래식한 올드머니 룩이 Y2K를 밀어내고 Z세대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발레코어·블록코어·고프코어 등 계속해서 빠르게 바뀌는 패션 트렌드와 ‘플렉스’ 같은 과시적 소비문화에 대한 피로도가 증가하면서 패션계와 소비자 모두 정반대의 스타일에 주목하게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디어 재벌 가문의 이야기를 다루며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HBO 드라마 시리즈 <석세션(Succession)>의 흥행도 올드머니 룩 유행에 한몫했다. <석세션> 첫 회차 방송 이후 구글에서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올드머니 스타일(old money style)’의 검색량이 각각 684%, 874% 증가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올드머니 유행에 불을 붙인 건 모델 소피아 리치와 켄달 제너, 카일리 제너다. 가수 라이오넬 리치의 딸인 모델 소피아 리치는 오래 전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클래식한 데일리 룩을 공개해 왔다. 미국 Z세대 스타일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스타 인플루언서 켄달 제너와 카일리 제너 자매도 과감하고 힙한 스타일을 벗어 던지고,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올드머니 패션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 Brunello Cucinelli, Loro Piana

올드머니 룩, 어떻게 연출해야 할까? 일단 크롭과 로우 라이즈, 브랜드 로고는 잊어버리자. 지나치게 노출이 많거나 몸에 붙는 옷은 적절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소재다. 좋은 소재로 만들어진, 로고 없는 고전적인 아이템들. 광택이 흐르는 실크, 캐시미어, 고급 린넨과 트위드, 울 등이 올드머니 룩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아이템은 깔끔한 블레이저와 셔츠, 트렌치 코트, 맥시 드레스와 니트 등, ‘세월이 지나도 계속해서 입을 수 있을 법한’ 것들이 적합하다. 클래식한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인 ‘브루넬로 쿠치넬리’, 명품 중의 명품이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의 ‘로로피아나’, 영국의 패션 하우스 ‘더 로우’의 아이템을 참고하자.


ⓒ Sofia Richie Grainge, feli.airt

컬러 매치에도 신경 써야 한다. 화려한 색이나 패턴보다는 화이트, 베이지, 블랙, 그레이 등의 색을 조합하자. 올 화이트로 상하의 색을 통일한 소피아 리치, 블랙 앤 화이트의 코디를 선보인 펠리의 스타일링이 좋은 예시다. 이처럼 상하의를 모두 한 가지 색으로 통일하거나 모노톤의 옷을 코디해도 좋고, 동일한 색상이지만 톤이 다른 색을 함께 배치하는 톤온톤 스타일링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소재와 컬러에 이어 중요한 것은 바로 기품 있는 태도. 보여주기식 허세가 아닌 우아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것. 스타일링부터 애티튜드까지 완벽히 갖췄다면, 이제 올드머니 트렌드를 완전히 즐길 일만 남았다.



ㅣ 덴 매거진 Online 2023년
에디터 김보미(jany6993@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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