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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Nov 09. 2023

티 소믈리에는 '이렇게' 차를 즐긴다

부티끄살롱 김영아 대표 인터뷰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여유롭게 티타임을 갖고 싶지만 왠지 차가 어렵게 느껴지는 당신을 위해,
10년 차 티 소믈리에인 부티끄살롱 김영아 대표를 만나 차를 즐기는 방법을 물었다.
ⓒDen

김영아 대표
2014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대한민국 1세대 티 소믈리에.
티 클래스와 티 소믈리에 교육을 진행하는 ‘부티끄살롱’과 ‘침묵 티 하우스 고요’를 운영하며
차를 즐기는 법과 차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티 소믈리에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어머니께서 항상 차를 가까이 하셨다. 그래서인지 어려서부터 차를 좋아했고, 차를 배울 기회도 많았다. 원래는 패션 마케터로 일했다. 그러다 마케팅 회사를 차렸는데, 어느 날 미국 유기농 티 브랜드 마케팅 업무를 맡게 됐다. 그런데 내가 아는 지식과는 너무 다른 내용들이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차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티 파티를 기획했다.


당시 티 파티를 운영하면서 차를 통해 관계와 건강이 회복됐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내가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 이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차 전문 지도자 과정을 수료했고, 그렇게 티 소믈리에가 되었다.



지금 우리에게 차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대사회는 매우 바쁘고 소란스럽다. 차는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안정시키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차 한잔을 마시기 위해서는 차를 고르고, 물을 끓이고, 차가 우러나길 기다려야 한다. 천천히 진행되는 이 모든 과정이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켜 준다. 그뿐 아니라, 앞서 언급했듯 차는 사람과 사람 간 관계를 회복시켜 주는 매개체 역할도 한다. 실제로 티 소믈리에로서 클래스를 진행하면 차를 마시기 시작한 후 마음이 편안해졌다거나 티타임을 통해 가족, 친구와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Den

차 종류에 대해 설명해 달라

차는 크게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 ‘육대다류’라 한다. 육대다류 밑으로 또 수백, 수천 가지 종류가 있다. 땅의 기질과 기후에 따라 같은 종류의 차에도 매우 다양한 품종이 있기 때문이다. 육대다류 이외에는 허브차가 있다. 허브차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꽃, 열매, 뿌리, 심지어 나무껍질까지도 차로 만들 수 있다. 이 원재료들을 어떻게 블렌딩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차가 탄생한다.



차를 맛있게 우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차를 우릴 때 기억해야 하는 것은 시간과 온도다. 차에는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 성분이 들어 있는데, 카테킨은 차를 오래 우릴수록 많이 배어 나온다. 서양 사람들은 이 떫은맛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종이 티백을 기준으로 1분 30초에서 2분 동안만 우리는 것이 좋다. 온도의 경우 차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녹차를 제외한 나머지 차는 팔팔 끓는 물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녹차는 한 김 끓였다가 식힌 물로 우려야 더 부드럽다. 꽃차는 반드시 끓는 물을 사용해야 풀 비린내, 꽃 비린내 없이 즐길 수 있다.



차를 음미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오감을 사용해 차를 음미해 보는 것을 권한다. 먼저 ASMR을 듣는 것처럼 물을 따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차가 우러나면 눈으로 색을 보고 코로 향기를 맡는다. 찻잔의 따뜻함을 느끼며 한 모금 마셔보면 그 차가 지니고 있는 아로마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차를 보관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이 있다면?

모든 차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특히 녹차나 말차는 냉장·냉동 보관해야 싱그러운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만약 녹차를 너무 많이 구입했다면 래핑을 하고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차는 냄새를 빨아들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관 시 향과 맛이 변질되지 않도록 꼼꼼히 밀봉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차를 어떻게 마셔야 할까?

나 역시 티 소믈리에지만 카페인에 예민한 편이다. 마테차와 카카오차를 제외한 허브차는 카페인 부담이 없지만, 육대다류는 카페인이 들어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마시거나 물 대신 마셔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만의 기준을 정했다. 오전 11시 이전에는 육대다류를, 이후에는 허브차를 마신다. 이렇게 하면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도 차를 즐길 수 있다. 개인차가 있으니 몸 상태를 체크해 가며 육대다류와 허브차 간 밸런스를 찾아나가면 된다.

ⓒDen

최근 ‘프리미엄 티’라는 문구가 많이 보인다. 프리미엄 티의 기준은 무엇인가?

브랜드나 가격이 프리미엄 티의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차가 생산되어 소비자에게 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정성이 녹아 있어야만 프리미엄 티라고 부를 수 있다. 찻잎을 정말 좋은 환경에서 가족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키웠는지, 어떤 마스터(장인)가 얼마나 정성껏 가공 과정에 참여했는지 등 차 한잔에 얼마나 많은 마음이 담겨 있는지가 프리미엄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차를 즐기는 데 중요한 것은?

차를 우리는 방법이나 음미하는 방법 등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차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차를 마시기 위해 꼭 멋진 다구를 준비할 필요는 없다. 종이컵에 끓여 마셔도 되고, 심지어 바가지에 마셔도 된다.(웃음)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러 가지 차를 접해 보면서 보물찾기를 하듯 내 취향을 발견해 나가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ㅣ 덴 매거진 2023년 11월호
에디터 김보미(jany6993@mcircle.biz) 
사진 김태윤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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